제8회 박영근작품상에 이설야 시인의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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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박영근작품상에 이설야 시인의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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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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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 부평구 신트리공원에서 시상식
고 박영근 시인
고 박영근 시인

 

고 박영근 시인을 기리는 모임인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 서홍관)가 제8회 박영근작품상 수상작으로 이설야 시인의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4일(토) 오후 4시 인천 부평구 신트리공원 박영근 시비 앞에서 연다.

기념사업회 심사위원회는 이설야 시인의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가 '노동하는 존재 자신의 고통에 대한 형상화에 갇혀 있지 않고 그 고통으로부터 노동하는 존재를 해방시키겠다는 비감의 결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는 고통스러운 노동의 굴레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도 작용하고 있는 지구촌의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파키스탄에서 여덟 살의 가사도우미가 주인의 폭력으로 죽어야 했던 사건이 그것이다. 이설야 시인은 이 시뿐만 아니라 이 시가 수록된 시집의 전체 주제를 유사한 상황에 대한 고발과 사유로 채워 넣음으로써 시 한편의 단편성이라는 제한을 벗어나 시집 전체를 의도한 내용의 무게 있는 성채로 만들어내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박수연(문학평론가), 오창은(문학평론가), 박일환(시인)이 맡아 진행했다.

박영근작품상은 2014년 9월 27일 부평 신트리공원에서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가 제정했다. 상금은 2백만원이다.

상금은 박영근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저작권료와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제1회 수상작은 문동만 시인의 「소금 속에 눕히며」, 제2회 수상작은 박승민 시인의 「살아 있는 구간」, 제3회 수상작은 성윤석 시인의 「셋방 있음」, 제4회 수상작은 김수상 시인의 「미움은 미워하며 자라고 사랑은 사랑하며 자란다」, 제5회 수상작은 조성웅 시인의 「위험에 익숙해져갔다」, 제6회 수상작은 권혁소 시인의 「우리가 너무 가엾다」, 제7회 수상작은 김성규 시인의 「굴뚝」이다.

 

수 상 작 >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

이설야

 

아이야.

너에게서 새를 꺼내줄게

너의 입에 갇힌 새를 꺼내줄게

 

마카우 앵무새를 기르는 집이었지

조흐라 샤는 가사도우미

어린아이를 돌보는 일을 했지

 

새장 속 값 비싼 네 마리의 앵무새

그중에 한 마리가 날아간 건 실수였지

잠시 새장을 열고 먹이를 주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사라진 새

사라진 세계

 

파키스탄 소녀 조흐라 샤는 겨우 여덟 살

조그만 손으로 아기 기저귀를 갈고 마당을 빗질했지

몇 푼짜리 동전으로는 평생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마카우 앵무새를 놓쳤다네

구름처럼 흩어진 새의 발자국

어디로 날아갔을까

 

주인에게 맞다가 뼈가 으깨어졌지

소녀는 새를 삼킨 하늘로 날아갔다네

날개를 펴서 구름다리 위로

커다란 새장 밖으로 날아갔다네

소녀가 살던 작은 마을에는

흰 깃털이 눈발처럼 흩날리고 있었지

 

새는 천사의 호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나

새를 찾아 천국으로 간 아이

 

하지만 천국엔 새가 없지

죽은 새만 있지

신을 찾다가 눈이 먼 죽은 새들

오직 죽어서 가는 새들만 있지

 

아이야.

새에게서 너를 꺼내줄게

새의 입에 갇힌 너를 꺼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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