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백령도 모감주나무 군락지 - 생태자원 관리 무관심, 정책 부재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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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백령도 모감주나무 군락지 - 생태자원 관리 무관심, 정책 부재 드러내
  • 박정운
  • 승인 2022.05.0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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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3) 소하천 정비, 생태적 접근 고려해야

- 옹진군 소하천 정비사업으로 백령도 모감주나무 군락지 사라져

최근 옹진군이 백령도에서 오군포천 정비공사를 진행하면서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훼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백령도의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남포리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의 인접한 도로 옆 작은 수로를 따라 수령 50년 내외의 모감주나무 40여 그루가 있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하천정비를 이유로 군락지를 없애면서 20여 그루를 벌목하고 10그루를 마을 인근으로 이식한 것이다.

이 곳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백령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콩돌해안과 연계하여 좋은 생태경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희귀식물로 지정되어 있는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 Laxm.)는 해안성 특정 식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등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며, 백령도는 우리나라의 모감주나무의 자생 북방 한계선 지역으로 상징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희귀식물(Rare Plants)이란 일반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자생지의 식물 특히, 개체군의 크기가 극히 적거나 감소하여 보전이 필요한 식물을 말한다. (산림청 희귀식물(제2조제3항 관련 참고)

이처럼 백령도는 한반도의 북방계 및 남방계 생물의 연결지역으로 생물지리학적,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토목 건설 등의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정부는 소하천 정비를 할 때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소하천 본연의 아름다움과 동․식물, 어류, 곤충 등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정비 및 역사․문화․경관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비 등 권장해 왔다.

그런 측면에서 옹진군이 이번 하천정비 과정에서 수십년 된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없애고 이식 진행한 것은 여러 면에서 신중하지 못했다. 옹진군의 생태경관 자원 및 관리에 대한 무관심과 정책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나쁜 사례로 남을 것이다.

모감주나무 군락지 훼손 현장(2022.5)

 

- 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백령도의 모감주나무 군락

백령도의 모감주나무 군락에 대한 가치는 1991년 당시 환경처(환경부)에서 발간한 <민통선지역(비무장지대인접지역) 자연생태계조사> 보고서에서 이미 다루고 있다. 보고서의 ‘백령도’ 편을 살펴 보면 모감주나무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있다.

백령도 등은 ‘해안성 기후조건과 육지와 단절된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식물분포상으로 몇 가지 특이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식생 조사 결과 ‘분포면적이 협소하여 식생도상에 표시하지 않은 식물군락 중에서 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식물군락에는 백령도의 모감주나무 군락’ 분포 지역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실린 백령도의 모감주나무 관련 내용을 더 살펴보자.

#1

‘백령도의 남포2리(화동부락)의 김원일씨 민가 뒤편에 5~6주가 분포하고 있다. 가장 큰 개체는 직경 30cm, 수고 7~8m, 수령 약 40~50년 정도로 추정되며, 근처 야산지에도 수령 20년생 정도의 10여 개체가 더 분포하고 있다. 마을 주민에 의하면 과거 30~40년 전에 직경 약 200cm, 수고 20m, 수령 수백년으로 추정되는 한 개체가 베어졌다고 하는데 이로 미루어보아도 수백년 전부터 이 지역에 존재했던 수종으로 생각되며 현재의 것은 모두 이 개체의 자손으로 추정 된다. 또한 해안에서 불과 50~6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수십그루가 식재된 것처럼 분포하고 있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2

‘백령도 남포리 장촌마을의 민가주위와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형제바위 앞으로 유입되는 소하천의 어귀에는 소면적의 모감주나무 군락이 분포하고 있다. 이 군락은 비록 식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목층 및 초본층의 후계수가 되는 어린 나무들이 성장하고 있는 점과 뇌성목 군락과 마찬가지로 분포의 북한계선에 해당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식물군락의 하나로 사려된다. 한편, 하천의 어귀에 발달한 모감주나무 군락은 높이가 3m 전후로 흉고직경이 3~5cm의 맹아 포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의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모감주나무는 백령도에 수백년 전부터 존재했던 나무였을 가능성이 크고, 현재 백령도 지역에서 관찰되는 모감주나무들은 그 후손들이 자생한다고 볼 수 있다. 모감주나무가 백령도의 생물지리학적 역사에서도 의미있는 존재인 것이다.

모감주나무 군락지 모습(2020.7)
모감주나무 군락지 모습(2020.7)

 

- 모감주나무 특성에 맞는 이식지 관리대책 반드시 마련해야

7월이면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 꽃을 피워 그 꽃 모양이 마치 황금비가 쏟아지는 듯 하다고 하여 골든레인트리(Golden rain tree)라고도 불리고, 꽃이 향기롭고 꿀이 많은 꽃을 피워 꿀벌들이 좋아하는 bee tree(밀원나무)라고도 불리는 모감주나무! 꽈리 같은 열매 속에 들어있는 까맣고 콩알 만한 씨앗 3개는 윤기가 있고 만질수록 반질반질해져서 염주의 재료로도 사용해 오는 등 동서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모감주나무!

‘Golden rain tree’이라 불리는 모감주나무의 꽃
‘Golden rain tree’이라 불리는 모감주나무의 꽃

이제 백령도의 콩돌해변을 걷고 나와도 모감주나무 군락지에서의 황금빛 꽃비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난 2019년 7월 우리나라에서 단 두 그루뿐인 천연기념물 무궁화 가운데 하나였던 백령도 무궁화 나무가 고사되었을 때, 인천녹색연합에서 인천에 있는 법적 보호수에 대한 정밀 진단과 대책 마련과 더불어 장봉도 소사나무, 대이작도 향나무, 대청도 후박나무, 백령도 모감주나무 등 추가적인 보호수 지정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가 있다. 행정에서 귀를 기울였더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더라면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식한 10그루의 모감주나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하천변과 해안가 지역의 환경에서 오랫동안 적응하며 자란 모감주나무는 현재 해당 마을의 산자락 중턱으로 이식된 상태이다. 이식 장소나 이식 상태가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이미 이식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옹진군은 모감주나무의 특성에 맞는 관리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감주나무가 이식된 산자락 중턱의 모습

 

<참고자료>

- 민통선지역(비무장지대인접지역) 자연생태계조사(1991년, 환경처)

경기도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의 식물상(1992, 김태원, 전승훈, 강기호)

백령도의 해안식물(2021, 심현보, 백령도 총서)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산림청 국립수목원)

천연기념물 백령도 무궁화 고사 관련 보도자료(2019,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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