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들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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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들의 생존전략
  • 최원영
  • 승인 2022.05.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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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제52화

젊은 시절, 저는 잡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에 묻고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어디든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잡초를 함부로 뽑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요. 그리고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잡초들의 성공전략》(이나가키 히데히로)를 읽은 다음부터였습니다.

오늘은 그분의 책에서 일러주는 몇 가지 삶의 지혜를 알아보겠습니다.

혹시 잡초 제거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제초제를 뿌리면 된다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어떻든가요? 다시 고개를 내밉니다.

저자에 따르면, 해법이 아주 쉽습니다. 잡초를 뽑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라는 거예요. 신기하죠?

저자는 잡초의 역할에 대해 친절하게도 이런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제초하지 않으면 잡초는 더 무성하게 자란다. 이윽고 잡초뿐 아니라 관목들이 자라게 되고, 이어 대형식물들이 자란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곳은 숲이 된다. 이른바 ‘천이’(遷移) 현상이 일어나는 거다.

잡초는 다른 식물과 경쟁하면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대형식물이나 나무가 무성해지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잡초를 뽑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잡초를 없애는 것이다.”

잡초가 처한 환경이 얼마나 혹독한지를 먼저 알면, 잡초들이 어떻게 그 환경을 극복하는지를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저자의 글을 조금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잡초를 없애려고 풀을 뽑거나 제초하는 것이 우습게도 잡초의 생존을 돕는 셈이다. 잡초 입장에서 보면, 사람에게 뽑히고 제초를 당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생존 기반을 보존하고 있다.”

“잡초는 생존에 있어서 가혹하다고 생각되는 환경을 자신의 생활터전으로 선택한 식물이다. 가혹한 환경에 도전함으로써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를 터득하고 발전시켜 온 식물이 바로 잡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인도에도, 심지어 아스팔트 위에도 어김없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잡초야말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강한 생존력을 지녔습니다.

그렇습니다. 물도 부족하고, 온통 자갈로 가득 찬 곳에서도 어김없이 잡초는 자랍니다. 식물이 자라기에는 매우 나쁜 환경인데도 잡초는 어떻게 자랄 수 있는 걸까요? 그러려면 먼저 ‘교란’이란 말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교란이란 평온하지 않고 어지럽다는 뜻인데, 평온하고 안정된 식물의 생식 환경이 어느 날 갑자기 어지럽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홍수나 산불, 토사가 무너지는 따위의 천재지변이 그것이다.”

“교란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풀베기나 제초제를 살포하는 행위도 식물에게는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큰 교란이다.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짓밟히는 것도 역시 교란이다.”

잡초에게 있어 교란은 곧 위기입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지요. 이 교란으로 인해 숲은 변화합니다. 이 변화를 학자들은 ‘천이 현상’이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황무지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변화하는 현상이 천이이기 때문이죠. 이런 변화의 시작에는 어김없이 잡초들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만약 잡초에게 있어서의 교란, 즉 천재지변과도 같은 위기가 우리 인간에게도 닥친다면 인간들은 그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한동안 또는 오랫동안 눈물로 지새우며 좌절과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이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 곤경에 짓눌려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즐기는 것입니다. 잡초가 그랬습니다. 잡초의 그런 선택이 아름다운 숲을 만드는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만약 우리 인간도 고통의 시간을 오히려 즐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그때부터는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겠지요. 그때 인간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우리는 잡초들이 마주하는 온갖 어려움, 즉 교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들이 살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마치 ‘개척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생명체도 살기 힘든 거친 황무지에 둥지를 튼 후, 그곳을 관목이 자라는 멋진 숲으로 만들어놓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풍요로운 숲에서는 더 이상 햇빛을 받지 못해 살아갈 수가 없어, 다시 황무지로 홀연히 떠나는 모습! 이런 모습이 마치 개척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오늘은 잡초들이 살아야만 하는 힘겨운 환경과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잡초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들의 삶에서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 방송에서는 잡초들이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내는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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