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말고 마음챙김 - "영화 앞에 앉는 것이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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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말고 마음챙김 - "영화 앞에 앉는 것이 명상"
  • 심현빈
  • 승인 2022.05.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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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주에서 예술영화 한편]
나를 만나는 길(Walk with Me), 다큐멘터리 / 감독 : 마크 J. 프랜시스 & 맥스 퓨

 

‘마음챙김 수행은 지금 여기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삶과 그 경이로움은 오직 현재의 순간에만 우리 곁에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직 현재의 순간만 있지요.

그래서 마음챙김 수행은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하고 삶을 더 깊이 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 삶을 낭비하지 않게 되지요.’

 

-틱낫한-

<나를 만나는 길>은 전세계에 평화와 행복의 가르침을 남긴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 틱낫한 스님(1926~2022)이 설립한 플럼 빌리지(Plum Village)에서 스님과 함께 걷고, 먹고, 쉬고, 차를 마시면서 3년에 걸쳐 마음챙김의 일상을 기록한 틱낫한 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화다. 틱낫한 큰스님은 베트남 전쟁 중 미국에서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하다가 베트남 정부에 의해 귀국 금지되어 1973년 프랑스로 망명을 하였다. 1982년에 프랑스 보르도 근처의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워 비종교적, 비종파적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하였다. 스님은 2022년 1월 22일 95세로 열반하시면서 당신의 뼈를 플럼 빌리지 안에 있는 스님의 명상의 길에 뿌려달라고 하셨다. 죽어서도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 계속 명상할 것이라고 유언을 하셨다.

오랜 코로나예방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로 모두가 지쳐있는 지금, 정치·경제·사회 모든 곳에서 미움과 갈등이 팽배한 지금, 삶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지금, 그래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지금, 평화를 찾아주고 오늘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에 좋은 영화다.

플럼 빌리지의 종소리는 수시로 울린다. 15분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춘다. 음악을 연주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이야기를 하다가도, 놀다가 걷다가도 종소리가 나면 그대로 멈춘다. 울릴 때 마다 다른 종소리는 뻔한 일상의 삶 속에서 멈춤의 순간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차리도록 한다. 종소리에 웃고 종소리에 울면서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공동체 속에 빠져버렸다. 스님들의 표정뿐 아니라 그곳을 찾은 수행체험자들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화로움이 번진다. 그래서 영화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명상이 되는 영화다.

영화 속 걷기명상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종종거렸는지 알게 된다. 스치는 바람소리와 자신의 숨소리만으로 채워지는 묵언의 시간은 우리가 경험하기 어려운 느림의 발걸음이다. 목적 없이 걷기 위해 걸으면서 발바닥이 땅에 닿는 순간 ‘지금’을 살게 한다. 플럼의 수행자는 깨달음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마음을 챙길 뿐이다. 죽기 살기의 수행정진이 아니라 무위도식하듯 명상하고 밥먹고 걷고 차마시기를 거듭 반복하고 있다. 카메라는 그런 수행자의 일상에 관여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나를 만나는 길>은 영화, 미술, 음악, 패션, 의상 등에 괄목할 만한 능력을 보이는 마크 J. 프랜시스와 맥스 퓨 감독의 공동 연출로 이들은 3년 이상 플럼 빌리지에서 마음챙김 수행을 하면서 실제로 느낀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하였다. 평소 틱낫한 스님을 존경한 작가 차드 멍 탄이 프로듀서로 참가하여 새로운 작가적 시각을 영화 속에 녹여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에서 진정한 마음챙김을 경험하게 하였다. 그리고 실제 불교신자인 영국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영화 제작과 나래이션에 함께 하면서 영화가 전하려고 하는 의미를 보다 더 명료하게 하였다.

<나를 만나는 길>은 인터뷰를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영화적 실험을 시도한 영화다. 그 결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수행하는 수행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면서 영화 자체가 명상인 것처럼 관객은 보는 내내 명상 속에 빠져든다. 그리고 지친 몸과 마음은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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