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필요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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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필요한 준비
  • 민현기
  • 승인 2022.06.0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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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민현기 /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인천본부 공항노동법률상담소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가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영종도 운서역에 위치한 공항노동법률상담소로 출퇴근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공항철도를 이용합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면서 제일 잘 체감되는 것이 공항 이용객의 증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공항철도에는 항상 여행객으로 보이는 승객들이 있었고, 이러한 승객들은 여름 휴가기간이 되면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공항철도에서 여행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덕분에 저의 출퇴근 길이 쾌적해졌을지는 몰라도 공항 이용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2년 넘게 붐비지 않았던 공항철도가 최근 다시 승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고, 국토교통부가 선제적으로 도착편 수 제한과 비행금지 시간을 해제함에 따라 공항 이용객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약 94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0%가 증가하였습니다. 다른 국가로의 이동이 자유로워진다는 측면에서는 반길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이용객 증가에 인천국제공항이 얼마나 대비가 되었을 지 걱정됩니다.

지난 2년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유래 없는 고용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 숙박업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해 최대 5만명 정도가 근무했던 영종도는 많은 노동자가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과 같은 비자발적 이직을 통해 영종도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전에 공항 이용객 수만 증가하게 된다면 팬데믹 기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못하다 보니 이용객이 증가하면 노동 강도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전에는 2명이서 하던 일을 인력이 부족해 1명이 하게 되었고, 미화 노동자의 하루 걸음 수는 2만보에 근접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실시했던 순환 유급휴직이 여전히 유지 중인 카트 노동자는 담당해야 하는 카트 대수가 하루 200대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용객은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항을 운영하는 인력 충원에는 소극적이다 보니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와 같은 인력난은 결국 사고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 26일 지상조업업체인 한국공항에서 근무하던 정비 노동자가 토잉카 점검 중 바퀴와 차체 사이에 머리가 끼어 두개골 파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토잉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분야가 서로 다른 유압 점검과 전기 점검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위험한 일인데 정비 인력이 140명에서 109명으로 줄어들어 부족한 인원으로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인력 부족의 문제는 비단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로만 볼 수는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5월 말이 연휴였던 미국과 영국에서는 실제 공항 이용객이 한 번에 몰리면서 수 백편의 항공기가 결항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해당 항공사가 수용 가능한 인원보다 많은 항공권을 판매한 것이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팬데믹 시기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미국, 영국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인력 충원이 필수적입니다. 지금의 인원으로는 이용객 증가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계속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달성할 만큼 허브공항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급증하는 항공 수요에 맞추어 적절한 인력 충원과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노동자와 이용객 모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인천국제공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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