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한강하구 - 교동의 갈빗살 방조제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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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한강하구 - 교동의 갈빗살 방조제가 말한다
  • 장정구
  • 승인 2022.06.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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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51) 청주뻘과 풀등 그리고 수제공

 

교동도 인사리 해안의 갈빗살 방조제(수제공)

“결국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의 경제력을 이긴 거지”

“경지 정리할 때 삼선리 부근에서 목책이 많이 나왔어. 그냥 치워버렸지. 교동의 역사유물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무지했어”

교동의 화개산에 오르면 드넓은 교동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 연백평야도 지척이다. 북쪽 제방으로는 바다이기도, 강이기도 한 북쪽의 조강으로 돌출된 돌무더기들이 보인다. 수제공(水制工)이다. 갈빗살 방조제라 부르기도 한다. 조강 물살의 흐름을 늦춰 안쪽의 본 제방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한강하구는 밀물과 썰물에 모래와 뻘이 쌓였다 깎이기를 반복한다. 큰물이 나가면 하루아침에도 제방이 무너지고 또 어딘가는 펄이 쌓였다. 구글 지도를 보면 북한의 제방에도 갈빗살 방조제가 있다. 분단 이후 6~70년대 경쟁적으로 농지를 정리하며 간척을 진행했다. 북한이 제방을 쌓으면 조강의 흐름이 바뀌어 남쪽의 제방이 유실되었다. 남쪽에서 제방을 보강하면 북쪽이 무너졌다. 이런 경쟁 과정에서 교동의 제방에는 갈빗살 형태의 수제공이 설치되었고 북한도 나중에 갈빗살 형태의 수제공을 만들었단다. 경제력이 앞서는 남쪽이 제방 쌓기 경쟁에서 이긴 것이라고 교동도의 경지정리를 담당했던 교동 어르신은 강조한다. 이런 갈빗살 방조제를 교동도 외에도 강화도와 석모도에도 볼 수 있다.

황해도 연안군 해안의 수제공

비교적 최근 교동의 제방이 또 무너졌다. 2013년 교동대교 건설공사 인근의 제방이 무너졌다.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설치한 인공구조물(일명 가교)로 물길이 좁아지면 물살이 세졌고 빨라진 물살에 제방이 무너진 것이라고 피해 주민은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했지만 접경지역으로 유속과 유량 등의 충분한 자료가 없어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교동대교 인근 제방 붕괴현장(2013년)

 

청주뻘
예성강 하구, 교동도와 강화도 사이의 청주뻘

썰물이면 예성강 하구인 강화와 교동 사이에는 드넓은 펄이 드러난다. 청주뻘이다. 청주뻘은 풀등이다. 풀등은 바다와 하천의 모래섬이다. 모래를 풀이라고도 하고 모래섬에 풀이 자라서 풀등이라고도 했단다. 섬사람들은 모래를 풀이라고도 한다. 대이작도의 풀등과 장봉도의 풀등은 각각 해양생태계보호구역,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썰물 때 드러나고 밀물 때 잠기는 시한부 모래섬이다. 청주뻘은 대이작도와 장봉도 풀등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청주뻘을 매립해서 여의도의 10배 규모의 ‘나들섬’을 만들겠다는 주장도 있었다. 당시 한강하구 밀물과 썰물의 위력을 아는 주민들은 이 대통령 선거공약에 대해 택도 없는 말이라 일축했다. 한강하구에 인공섬을 만들어 남북 경제협력단지로 삼겠다는 나들섬 공약은 불과 15년 전 일이다. 청주뻘에 마을이 있었는데 큰 홍수 때 쓸려나갔고 지금도 뻘 속에 집터가 남아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한다.

교동향교 전교(지금의 교장선생님)인 향토학자는 화개산성을 관미성이라고 주장한다. 관미성은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백제 아신왕의 격전지로 삼국시대 중요한 전투 중에 하나이다. 광개토대왕비와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 관미성은 사면이 깎아지른 절벽이며 늪이라고 한다. 광개토대왕은 지리적, 전략적 요충지인 관미성을 함락시켜 백제를 굴복시킨 후 만주와 연해주로 영토를 확장해갔다. 학계에서는 관미성이 한강하구 어디쯤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대략 3곳 정도가 언급되고 있다. 통일전망대가 있는 파주의 오두산성, 최근 화개정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교동의 화개산성 그리고 강화 봉천산 하음산성이다. 화개산, 봉천산, 오두산 모두 한강하구를 조망할 수 있는 요충지임에는 분명하다.

5월 중순 인천시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해양수산부 산하 연구기관과 인천시의 해양환경과 수질환경과, 그리고 한강하구 기초조사 수행하고 있는 대학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강화 주변에서 비닐 쓰레기 조사한 연구책임자의 발표에 모두가 놀랐다. 어민들이 조업하는 과정에서 그물에 걸린 비닐 쓰레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70년대 쓰레기에서부터 80년대, 90년대 쓰레기까지, 최근 쓰레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10년 이상 된 쓰레기들이라고 한다. 이 충격적인 모습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연구진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비닐 쓰레기의 양도 양인데 도대체 이 비닐 쓰레기들이 어디에 있다가 지금에야 그물에 걸리는 것일까? 장마철 상류에서 일시적으로 많은 쓰레기들이 떠내려 오다가 한강하구 어딘가에 가라앉아 쌓였다가 밀물에 드러나고 썰물에 그물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도대체 그 퇴적층이 어디일까? 아니면 과거 쓰레기를 묻었던 비위생매립지 어딘가가 드러난 것인가? 정확한 것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접경지역이라 조사가 쉽지 않아 걱정이다. 주민들은 지역이나 수산물에 대한 낙인효과를 우려하여 그동안 쉬쉬했는데 한강하구 침식과 퇴적에 대한 과학적이며 지속적인 조사와 함께 한강하구의 비닐 쓰레기에 대해서도 정확한 조사와 대책이 시급하다.
 
한강하구는 열린 하구다. 썰물 때 홍수가 나면 엄청난 침식이 발생한다. 또 밀물 때 홍수가 발생하면 상류에서 떠내려 온 흙과 모래 그리고 쓰레기도 한강하구 어딘가에 쌓인다. 한강하구에서는 매년 그 일이 반복된다. 하룻밤 사이 풀등이 생기기도 또 사라지기도 한다. 누구는 이 모래를 남북경제 협력용 골재로 사용하자 주장하고 또 누구는 자연상태 보고이자 역사문화 보고로 세계적 자연유산이니 보전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강하구는 정말 다이나믹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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