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은 계속 이 세상, 이 거리에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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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은 계속 이 세상, 이 거리에 존재해야 합니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2.06.1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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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수놓은 책방들]
(3) 아벨서점 - 시(詩)가 있는 책방
배다리 헌책방 아벨서점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

“그냥 책이 좋아서... 나한테는 책이 제일 편하니까 헌책방을 차리게 됐죠.”

5만권의 장서가 천장까지 빈틈없이 채워진 공간, 오래된 책의 정겨운 냄새가 가득한 헌책방 ‘아벨서점’(금곡로 5-1). 이곳을 운영하는 곽현숙(73) 대표는 1973년 11월 4평 남짓한 규모로 지금의 아벨서점을 시작했다. 그가 다른 일에 몰두했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 사이의 2년간의 공백을 제외하곤 현재까지 아벨서점은 배다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책방을 운영하지 않았던 2년간 곽 대표는 집 짓는 공사장 잡부, 시장 장사, 공장, 교수집 식모 일 등을 거치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인생을 배우게 됐다고 설명한다. “책방에서 조용하게 지내다가 다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그때 가졌던 것 같다. 참 많이 배웠다”며 “그때 많은 사람을 보고 느낀 건 ‘사람들은 다 외롭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가슴에 안고 다시 책방으로 돌아왔다”고 회상한다.

"책방을 찾아오시는 마음들은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너무 많아요. 삶의 진정한 고민들,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언어들이 여기서는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곳에 오셔서 책의 제목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당신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거잖아요. 책방에 책을 찾으러 마음이 향했다면 결국 그것은 자기를 찾는 마음들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마음과 만날 수 있는 제일 좋은 장소는 책방입니다."

아벨서점 내부에 헌책이 빼곡하다.

"책 자체가 바로 삶이고 문화라고 생각해요"

곽 대표는 배다리에 문화공간이 부재함을 느끼고 2003년 인천양조장 근처에 전시관을 열었다. 그 뒤 2007년 헌책방 골목 한편에 한때 양조장으로 쓰이던 건물의 2층을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인 아벨전시관을 차리게 된다. 

아벨서점 별관인 이곳의 1층은 약 3만권의 미술, 사진, 영화, 문학 등의 예술서적을 판매하고 있으며 2층은 복합문화공간인 '시(詩) 다락방'으로 이뤄져 있다. 

'시(詩) 다락방' 전시관에서는 1910~1950년대 잡지 등의 헌책 전시부터 박경리, 조봉암, 문명호 선생에 관한 역사적 자료를 찾아내는 전시와 강연 등을 진행했다.

또한 배다리의 오랜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시낭송회'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11월 24일 처음 시작한 시낭송회는 올해 137회째를 맞는다.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잠시 중단됐다가 오는 6월 25일에 다시 재개하게 됐다. 

"아벨서점에서 진행하는 시낭송회는 항상 제가 마음에 품어왔던 일이었어요. 시집을 읽으면 생생히 살아있는 글들이 살아있는 가슴으로 흐르는 것을 끊임없이 느껴요. 이것을 어떻게 연출할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시낭송회였어요. 맨 처음 시인 한분과 시민들을 모시고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누구나 그날은 시인의 자리에서 자작시나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게 ‘나도 시인이 되는 날’이에요. 12월, 6월 두 차례는 그렇게 운영하니까 반응이 더 좋았어요."

곽 대표는 헌책방 운영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어렵고 고달프다고 다 그만두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책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신다. 

"사람들이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는 책방에서 다 볼 수 있어요. 옛날에는 학습서가 많이 나갔다면 요새는 취미활동에 관한 서적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어제 한 할머니가 오셔서 책을 백권 정도 꺼내 봤다 펴 봤다 하시더니 결국에는 딱 한권을 사가시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보기 좋아서 '진짜 작품이다 작품이야' 하면서 웃었어요. 그런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책을 많이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계속 배다리 거리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사실은 배다리 거리에 들어와서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이 힘들거예요. 워낙 책방이 죽은 시대잖아요. 그분들에게 항상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책을 많이 알고 즐기는 분들이 책을 위해서 그리고 책을 마주할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 배다리 거리에 들어와서 사람들의 눈길을 이쪽으로 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헌책방은 계속 이 세상, 이 거리에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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