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격 공무원 월북 증거 없다”... 정권 바뀌자 수사결과 바꾼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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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피격 공무원 월북 증거 없다”... 정권 바뀌자 수사결과 바꾼 해경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2.06.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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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양경찰서,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
“현실도피 목적 월북 추정”서 “의도 인정할 증거 無” 번복
“현 정권 대북 기조 따라 수사결과 바뀌어” 비판 목소리
연평도 실종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오른쪽 사진)과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A씨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북한 총격을 받고 숨진 해수부 직원의 공무원증과 그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제공=연합뉴스

2년7개월 전 인천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돼 북한 해역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사건과 관련, 해경이 “A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던 기존 입장을 스스로 번복한 거라 해경이 정권에 따라 수사결과를 뒤바꾸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조사와 국제사법공조 등 종합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오랜 기간 아픔을 감내했을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와 북측의 발표를 토대로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 피격됐다는 사실을 확정, 성명불상의 북한 군인을 살인죄로 입건했다”며 “그러나 사건 발생 지점이 북한 해역이고, 특정되지 않은 북한 군인을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부득이하게 수사를 중지(종결)했다”고 했다.

박 서장은 “수사가 종결된 만큼 유가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할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21일,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씨가 옹진군 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돌연 실종돼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고, 하루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피살된 내용이다.

앞서 해경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뒤에 군 당국과 정보당국의 첩보 등을 토대로 “A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가 상당한 금액의 도박 빚을 지고 있었고,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땐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월북의사를 표명했다는 점 등이 판단의 주요 근거였다.

A씨의 유족들은 해경 발표에 반발해 청와대·해경청·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해경은 최근까지도 항소에 나서는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해 왔다.

때문에 해경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정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온건적인 대북 정책을 고수해 왔던 문재인 정권에선 북한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A씨를 월북 처리했고, 윤석열 정부에선 대북 강경 기조에 맞게 수사결과를 바꾼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해경서엔 이날 오전부터 수백통에 달하는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대다수가 수사결과가 바뀐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다.

관련,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은 “과거 피살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며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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