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슬픔은 노둣돌이다
상태바
고통과 슬픔은 노둣돌이다
  • 최원영
  • 승인 2022.06.23 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영의 책갈피]

https://youtu.be/JmAGsUDGbfE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고통이나 슬픔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안》(정호승)에서 저자는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고통을 피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피하면 피할수록 더 피할 수 없는 게 바로 고통이다.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견디고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만 주어져 있을 뿐, 고통을 피할 길은 없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아무리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지금 내가 먼 들판을 달리기 위해 말 안장 위로 훌쩍 올라탄다고 생각해본다. 이때 말에 제대로 올라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그건 말을 탈 때 발돋음용으로 쓰이는 노둣돌이다. 그게 없다면 말을 탈 때 무척 힘들 거다. 생각해보면 고통은 이 노둣돌과 같다. 내게 고통이란 노둣돌이 있음으로써 보다 쉽고 안전하게 말에 올라타 인생이란 들판을 힘차게 달릴 수 있다.”

그렇습니다. 고통은 노둣돌입니다. 노둣돌은 ‘말에 오르거나 내릴 때 발돋음에 쓰려고 대문 앞에 놓아둔 돌’을 말합니다.

시인의 말처럼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노둣돌이 되어 여러분을 저 먼 곳에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향해 달리게 해줄 겁니다.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조명연, 정병덕)에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이라는 시가 나오는데, 그 시의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이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다.

이제 와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이었다.

(…)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거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왔다.

이제 와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 준 귀한 선물이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등에 있는 무거운 짐을 없애려 한다. 이 짐만 없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하면서. 하지만 이 글을 보고 나는 나를 이 세상에 살게끔 하는 힘은 내 등에 있는 짐, 즉 책임, 고민, 고통 등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습니다. 한때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엄청난 짐이 오늘의 나로 키워준 노둣돌 역할을 했습니다. 만약 그때 너무 힘들다고 그 짐을 내려놓았으면 아마도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제 눈을 감고 지난 세월 여러분을 힘들게 했던 일을 회상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고 계신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그 힘들었던 일이 노둣돌이었음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 역시도 미래의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낼 노둣돌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