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먹는 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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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먹는 수제비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2.07.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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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장마철에 집에서 먹는 수제비, 색다른 맛입니다.
아내가 정성으로 끓인 수제비. 비 오는 날 먹으니 별미입니다.

 

여름의 한복판. 계절이 목을 넘기는 소리처럼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세차게 주룩주룩. 바람까지 몰고서요. 며칠 전 장마가 한차례 지나간 뒤, 좀 잠잠하다 싶더니 오늘(13)은 기승을 부립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찜통더위에 시달리다 세차게 내린 비가 열기를 잠시 식혀주네요.

이른 새벽부터 내린 비가 종일 이어질 모양입니다. 일에 파묻혀 사는 농부들은 비 오는 날이 휴일. 고추밭 소독도 하고, 풀이 무성한 깨밭 김도 매줘야 하는데, 비가 내려 한가하게 낮잠을 즐겼습니다.

어느 새 점심 때가 되었나 봅니다.

 

"여보, 당신 뭐 먹고 싶어?"
"어디 칼국수나 사 먹고 올까? 따끈하게!"
"이 우중에 어딜 나가요!"
"그럼 직접 칼국수라도 끓여주든가!"
"칼국수? 못할 것도 없죠. 근데 그것보다 수제비 어때? 수제비는 좀 쉬운데."
"그것도 좋지!"
 

밀가루에 계란을 풀고 물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하였습니다.

집에서 거둔 감자와 호박. 귀한 재료였습니다.
밀가루에 달걀을 풀고 물을 풀어 되직하게 반죽하였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비 오는 날 칼국수 대신 수제비라? 칼국수는 반죽하고 방망이로 밀고 칼로 썰고! 아내는 만들기가 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수제비는 반죽하여 끓는 물에 뚝뚝 떼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나는 우산을 받쳐 들고, 호박밭에서 여린 단호박 하나 따왔습니다. 대파도 몇 뿌리 뽑구요.

아내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착착 준비를 시작합니다.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 수제비 맛을 좌우합니다.

수제비를 끓일 육수 준비가 먼저입니다. 수제비 맛은 육수가 좌우한다면서 멸치, 마른 표고, 북어포, 양파, 대파 등을 넣어 끓이다 다시마를 우려냅니다.

이제 밀가루 반죽을 할 차례. 달걀을 풀고 적당히 물을 넣은 다음, 몇 번 치대면서 좀 되직하게 반죽을 끝냈습니다.

"당신, 감자를 좀 까서 납작납작 썰어줄 수 있죠? 호박, 양파도 채 썰어주면 좋고요!"

집에서 나는 채소가 총동원입니다. 아내는 자급자족하는 농사의 진가가 여기서 나온다면서 즐거워합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때에 애쓴 얼치기 농부의 땀이 빛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입 크기로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 수제비를 만듭니다.

아내는 끓는 육수에 밀가루 반죽을 한입 크기로 떼어 넣습니다. 그 솜씨가 많이 해본 사람처럼 능숙합니다.

수제비가 부르르 끓어오르자 동원된 채소를 몽땅 넣습니다. 이제 한소끔 끓이자 맛난 수제비가 드디어 완성! 번거로울 것 같은 요리가 쉽게 끝났습니다.

완성된 아내표 수제비

별맛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집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아내가 한입 건넵니다.

"! 정말 맛있네. 간도 딱 맞아!"

내가 엄지척을 하자 아내 입기에 미소가 번집니다.

"비 맞고 밖에 나가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죠! 저녁에는 감자 빈대떡 부칠 테니 막걸리 한잔하세요!"

반찬은 열무김치 한 가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수제비 한 그릇이 금세 뚝딱입니다. 비 오는 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감자수제비가 참 별미네요.

창밖에는 여전히 장맛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여름 한복판에 내리는 비에 들도 숲도 더욱 짙어지겠지요. 그나저나 피해 없이 이제 좀 그쳐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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