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문화·예술, '허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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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문화·예술, '허브'가 있어야 한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7.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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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1) '인천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

인천in은 6월부터 11월까지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라운드테이블을 3회에 걸쳐 진행한다. 연극, 문학, 미술,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 문화·예술계 청년 8인이 그들의 시각에서 인천문화의 발전과 청년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며 인천문화의 가치, 정체성, 발전방향 등에 대해 토론한다. 라운드테이블은 7월·9월·11월에 3차례에 걸쳐  운영하며 참여자들은 인천in에 인터뷰, 칼럼, 기획기사 등을 게재할 예정이다. 이번 기획은 인천시 지원사업으로 진행된다.

인천in과 인천 문화 청년 8인이 함께하는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1차 라운드테이블이 지난 21일 오전 10시 미추홀구 주안동 문화콘텐츠산업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테이블에는 공지선 작가와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 양은경 작가, 진기환 문학평론가, 김푸르나 작가, 박이슬 임시공간 큐레이터 등이 참석했다.

1차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먼저 인천직할시 출범(1981년)을 기점으로 지난 40년간 전개되온 인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 위주로 토론을 벌였다.

먼저 10개 군·구로 이뤄진 광역 인천시의 문화적 소통, 통합성에 관한 문제제기와 토론이 전개됐다. 권역이 매우 넓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도 있어 청년들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서울, 경기 등 인근으로 문화·예술 수요자들이 유출되는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인천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며 넓게 품을 수 있는 기능적, 공간적 '허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기환 문학평론가는 “자기 차가 없으면 방문하기 힘든 지역들이 있다. 이동하는 시간에 비해 만족감을 주는 곳이 적다”며 “행사도 산발적으로 개최돼 하나만을 보기 위해 타지역에서 인천을 방문하기 힘들다”고 했다.

양은경 작가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한다. 부산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와 겹치는 기간에 바다미술제, 부산비엔날레 등이 개최되어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엔날레가 진행되는 공간에 방문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문화·예술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인천에는 인천아트플랫폼과 트라이보울, 아트센터인천, 인천서구문화회관, 청라블루노바홀, 부평아트센터 등 문화·예술 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에서 전시와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이나 인천시민도 잘 알지 못하고 있어 행사 참여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공지선 작가는 “인천은 생활(을 위한)권역으로 형성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인천에 거주하지만,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다”며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시간과 공간, 지역에 대한 애착이 적어 직접 찾아보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는 “작업실이 있는 서구 석남동에서 이런저런 모임을 열어봤는데, 지역 청년들을 기대한 만큼 많이 만나기는 어려웠다. 모임이나 행사를 열기에 앞서서 우리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을 알아가는 과정을 잘 거쳐야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 운영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인천 권역은 인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근대문화유산이 보존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지만, 최근 재개발로 인해 미림극장, 애관극장 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양은경 작가는 “동 떨어진 방향으로 동인천 권역이 개발되고 있다. 공간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진기환 문학평론가는 “인천만의 문화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푸르나 작가는 “인천시,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항장 일대에만 집중해 개발하고 있는 것 같다. 의외로 사람들은 신도시의 쇼핑몰에 많이 방문한다”며 “균형있게 다양한 장소에서 문화·예술 행사가 개발되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청소년에게는 예술 향유의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다. 청년 예술인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청소년이 학교 졸업 후 단절되지 않고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청년 예술인으로 성장하더라도 인천에서는 ‘살아남고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필요하다.

이에대해 공지선 작가는 “청년이 될 청소년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청소년에게 창작하는 사람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조성하는 것 자체도 희망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은 “청소년과 청년 예술인에게 좀 더 많은 예술 향유의 기회가 필요하다. 인천에도 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전문 예술 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 창작과 일자리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의 제도적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각 기관단체들의 지원사업이 오히려 예술인의 자생력을 꺾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원사업의 방향성에 맞춰 기획안을 작성하다 보면 문화·예술이 아닌 도시재생기획으로 변해버리기도 하고 너무 까다로운 정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하는 등 지원금이 예술인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푸르나 작가는 “장점도 있지만, 짧은 기간 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지원사업에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해야 하지만, 때로는 지원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맞춰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건 아닌지 헷갈리기도 한다”며 “지원사업을 받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올해는 지원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은 “재단은 다양한 방식의 현장 소통을 통해 지원사업의 구조, 개선 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지원사업 내 대표자나 예술인 당사자의 인건비 편성, 소액 규모 지원사업의 정산 간소화 등 예술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예술창작과 예술인 복지 등 다양한 검토를 통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니 지켜보고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는 “장기적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과학 분야에 반해 문화·예술 분야는 1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며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예산 자체도 늘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2022년 기준 인천시의 문화예술 일반회계 예산은 1,560억여 원이다. 총예산에서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1.67% 밖에 되지 않는다. 인천의 인구 1명당 예산액은 5만 3,000여 원으로 6개 광역시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타지역으로 인천 예술인들이 떠나는 이유에 대한 고찰도 이어졌다. 인천에는 예술인들이 모일 만한 공간이 없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예술인들에게 공간이 제공되더라도 교통이 낙후된 곳에 생겨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최근 레지던시가 활성화되며 예술인들의 지역 이동은 더욱 쉬워졌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 마음껏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지역으로의 이동은 필연적이다. 이에 인천은 예술인들의 주거 및 창작 공간에 대한 의논이 필요하다.

박이슬 '임시공간' 큐레이터는 “6년 전 처음 인천에 방문했을 때와 현재 활동하는 인천 예술인 집단의 변화가 거의 없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푸르나 작가는 “인천에는 실험공간이 부족하다. 낙후된 지역에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해 차가 없는 청년들은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 서울의 홍대나 문래동처럼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곳에 예술인의 허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양은경 작가는 “청년 예술인끼리 소통하는 공간, 자연스럽게 머무르고 떠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한다. 손 뻗었을 때 사람이 있는 공간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문화’ 2차 라운드테이블은 9월 22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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