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견고한 구조를 깨다… 문단에서 소외받는 문인들이 없도록 할 것"
“스스로 쓰고 싶었던 글을 쓸 때 진정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학단체는 대표적으로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가 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는 전국에 지회·지부가 있어 목적과 방향성을 함께 한다.
반면, 한국시인협회는 독립적인 성향을 띠며, 시인협회가 없는 지역도 수두룩하다. 인천에서는 지난 2월 19일 문단에서 소외된 문인들을 위한 ‘인천시인협회’가 창립됐다.
협회장을 맡은 고광식 시인을 중심으로 50명의 문인이 뜻을 함께했다. 메이저 문예지 등단자에 치중되기보다는 실력 있는 문인들과 함께하길 희망하고 있다.
‘인천시인협회’는 미등단자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시 5편을 제출하면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등단자도 심사를 피해 갈 수 없다. 단순히 등단자들의 모임이 아닌 회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모임을 지향하고 있다.
인천시인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고광식 시인과 만나 인천시인협회가 창간한 ‘포엠피플(시인들)’과 신인문학상 공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단의 소외를 극복하다
고광식 시인은 1990년 ‘민족과 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시에는 메이저급으로 평가받은 문예지였지만, 폐간으로 문단의 주변인으로 남게 됐다.
문인들에게는 등단이 마치 대학 입시와 같다. 메이저급 문예지에서 데뷔하지 못하면 원고 청탁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실력 있는 문인도 자신의 글을 꿋꿋이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 시인은 2014년 ‘서울신문’에서 문학평론가로 재등단했다. 2018년에는 아르코발전기금으로 30여년 만에 첫 시집 '외계 행성 사과밭'도 발간하게 된다.
그는 스스로 문단의 소외를 극복했지만, 주변에 소외된 문인들을 보고 고심한다. 이들을 이끄는 단체가 인천에도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인천시인협회’를 구상하게 된다.
“실력은 있는데 소외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소외된 사람들을 규합하는 단체가 ‘인천시인협회’에요. 전국 어디든 우리와 뜻을 함께한다면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천시인협회는 등단자와 미등단자 모두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단순히 회원 수 늘리기보다는 실력 향상 도모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온 시·비평 문예지 ‘포엠피플’
인천시인협회는 문단의 견고한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지난 7월 계간지 ‘포엠피플(시인들)’을 처음 선보였다. 다른 문학단체와 차별화를 위해 좋은 문예지를 만드는 데 힘썼다고 고 시인은 자부했다.
“시인협회 기관지가 아닌 전국 문예지로 ‘포엠피플’을 발간했어요. 좋은 문예지를 만들어서 회원들이 글을 발표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포엠피플은 주변의 호평 속에 출범했다. 고 시인은 직접 발로 뛰며, 국내 유명 평론가와 시인들에게 원고를 부탁했다. 특히 평론은 전부 외부 청탁이며, 신작 시도 회원과 외부 청탁을 50:50 비율로 맞추고 있다.
“처음으로 문예지를 선보이고 주변에서 많은 연락이 왔어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고 후원해주시겠다는 분들도 나타났습니다. 덕분에 신인문학상 공모전 상금도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인재를 찾습니다 ‘신인문학상 공모전’
인천시인협회는 300만원이라는 상금을 걸고 신인 찾기에 나섰다. 마감 기한은 2023년 8월 30일까지로 이메일(poempeople2022@naver.com)로 접수하면 된다. 시 5편 이상을 제출해야 하며, 응모작은 미발표 창작품이어야 한다.
상금 300만원은 문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새로 생긴 문예지에서 큰 상금을 내거는 일은 이례적이다. 당초 상금은 200만원이었지만, 포엠피플 발간으로 후원자가 생기며 상금을 올릴 수 있었다.
“전통 문예지임을 공고히 하기 위해 상금을 걸었습니다. 저희는 등단으로 이익을 보는 게 아닌 제대로 된 신인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일도 중요하거든요. 이번 상금은 저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공모전에서 당선되면 새로운 신인이 탄생한다. 인천시인협회는 신인이 포엠피플로 당선됐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계획이다.
신인이 고군분투하는 게 아닌 옆에서 평론가의 제대로 된 평가와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곳을 찾아주는 등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국 문학단체 회원들의 나이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젊은 문인들이 가입을 아예 포기하거나 탈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목 위주로 운영돼 젊은 문인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고 시인은 지적한다.
“현재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거나 시인 지망생도 인천시인협회 회원으로 받고 싶습니다. 물론 심사를 우선 통과해야겠죠. 스터디를 통해 등단할 수 있도록 육성하겠습니다. 등단에 그치지 않고 문단에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저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