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누'에서 '광장'까지 - 한국 근현대 명작 원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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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누'에서 '광장'까지 - 한국 근현대 명작 원본을 만나다
  • 인천in
  • 승인 2022.09.0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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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8일 개막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이 8일부터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 '혈의누'에서 '광장'까지>를 개최한다.

우리나라 근현대 명작소설 100편을 엄선한 것으로, 약 두 세대 동안의 한국 근현대소설 명작들의 초판본 희귀 원본을 만나볼 수 있다. 근대 서지학 관련 학회인 근대서지학회와 공동 주관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첫 소설 앤솔로지(선집(選集)인 '현대명작선집' 원고본이 최초로 발굴·공개된다. 앤솔로지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 권에 묶은 것을 말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현대명작선빕'은 1926년에 완성된 것으로 ‘선집’을 내기 위해 준비한 친필 원고본이다. 「탈출기」로 유명한 최서해와 요절한 작가 김낭운 등 2명이 편집했다. 이광수, 염상섭, 김동인, 현진건 등 당대 최고의 소설가 15명의 15작품이 실려 있다.

‘1926년 10월 10일’이라는 날짜가 명기된 서문에는 소설선집으로는 조선 문단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편자들은 당시까지 나온 작품들 중 문단의 평이 가장 높은 작품들만을 엄선했음을 말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실제 출판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최초 소설 선집의 원고본이라는 점에서 국내 단 한 점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당대 출판 정황과 명작의 선정 기준이나 인식 등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최초의 신소설 '혈의누'(1906)부터 전후 한국문학 최대의 명작 '광장'(1960)까지 약 두 세대에 걸친 한국의 명작소설 100편과 근현대 소설 앤솔로지 28편을 소개한다.

시의 경우 한 세기 동안의 근현대 명작 시집을 전시한 적은 있었지만, 소설의 경우는 이번 한국근대문학관 전시가 처음이다. 한국근대문화관은 전시 자료가 발표 당시 초판본 원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강조한다.

'혈의누'가 처음 실린 <만세보> 연재본과 '광장'이 처음 발표된 잡지 '새벽' 연재본 등 우리나라 근현대 소설과 관련 희귀자료 총 190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외에도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작 「날개」 최초 발표본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작가 친필 서명본을 비롯해 육당 최남선이 낸 십전총서와 육전소설, 스위스의 독립영웅 빌헬름 텔의 활약을 그린 '서사건국지' 국한문본과 순한글본,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인 '장한몽' 상중하 전질, 한국 최초의 작가 개인 작품집인 현진건의 '타락자' 초판본(1922), 염상섭의 '만세전' 1924년본과 1948년본, 한국 최고의 역사소설 '임꺽정' 일제강점기 발행 4권 전질 등 연구자들도 쉽게 보기 힘든 희귀 소설 자료들이 대거 공개된다.

또한 우리나라 근현대소설사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에서는 여성‧디아스포라 등 상대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작품들의 원본도 만나볼 수 있다. 서양화가 나혜석의 「경희」(1918), 김명순의 「의심의 소녀」(1917)과 같은 여성 문학, 강용흘이 1931년 미국에서 출간한 'The Grass Roof(초당)', 이미륵이 1946년 독일 뮌헨에서 발행하여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장편소설 'Der Yalu Fließt(압록강은 흐른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던 김사량의 작품 「光の中に(빛속으로)」(1939)이 실린 '光の中に(빛 속으로)' 등 근대 여성 문인들의 작품과 해외에서 외국어로 창작‧발표되었지만 식민치하 한국인의 정서를 그린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소설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7개의 섹션과 1개의 특별코너로 나뉘어져 있다. 필사체험공간 ‘마음서재’와 MBTI 게임 등 다양한 체험 장치를 통해 우리 소설의 명작들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섹션별 비치된 미니 도록을 통해 작품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들이 희귀자료의 ‘첫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문학관 관계자는 “근대서지학회와 함께 공들여 준비한 전시다. 100편의 소설이 담고 있는 마음이 여러분의 마음에 100편 그 이상으로 가닿기를 바란다”며 “소설사를 구성할 수 있는 희귀 초판본들을 한 자리에서 이 정도 규모로 볼 수 있는 전시는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으니 꼭 관람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9월 8일, 추석 연휴 전날 개막하여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관람할 수 있다. 2023년 4월 30일까지 전시가 지속될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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