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보호수 팥배나무 아래로 흘러
상태바
전등사 보호수 팥배나무 아래로 흘러
  • 장정구
  • 승인 2022.09.07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정구의 인천하천이야기] (54) 정족산성과 온수천

산성을 따라 정족산에 오르면 계양산뿐 아니라 북한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영종대교와 초지대교도 가깝다. 강화의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아들이 쌓았다고 해서 삼랑성이라고도 부른다. 병인양요 때 양헌수 장군이 프랑스 군대를 맞아 승전한 곳이다. 성벽은 안쪽으로는 완만하지만 바깥으로는 최소 4~5미터 절벽이다. 동문에서 북문까지는 최근 정비했지만 정상에서 서문까지 구간은 곳곳이 무너졌고 지금도 무너지고 있다.

어찌 보면 새로 정비한 곳보다 무너진 곳이 산성의 세월을 알 수 있어 더 운치 있어 보인다. 산정상의 남쪽 기슭 정족산 성안에는 삼국시대 창건했다는 전등사가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사고지와 군인들이 주둔했던 정족산성진지가 있다. 정족산사고지에는 조선왕실의 족보를 보관했던 선원보각도 있었는데 지금의 건물은 1998년 다시 지은 건물이다.
평평한 정족산성진지의 왼쪽 끝으로는 팥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팥배나무 중 인천 유일의 보호수이다. 팥을 닮은 열매와 배꽃을 닮은 하얀 꽃으로 팥배나무라 불리는 나무다. 계양산 등 내륙과 강화도 등 섬의 계곡에서 능선까지 인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안내판에는 300년 수령으로 담장 밖에 있었고 1907년 정족산성진이 불에 소실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고 적고 있다. 물론 이후 전등사의 변화를 묵묵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110그루가 넘는 인천의 보호수 중 유일한 단풍나무는 전등사 대웅전 앞에 있다.
110그루가 넘는 인천의 보호수 중 유일한 단풍나무는 전등사 대웅전 앞에 있다.

이 팥배나무 바로 아래에서 물길이 보인다. 온수천 상류 여러 물길 중 하나다. 이 물길은 정족산성(전등사) 남문 옆 수문을 지나고 84번 지방도로를 3번 지난 후 길상주유소 뒤에서 정족산 북쪽에서 시작한 물길을 만난다.
전등사에는 팥배나무 외에도 보호수와 큰나무들이 많다. 노승과 동자승 이야기를 간직한 은행나무 두 그루와 대웅전 앞 왼쪽에는 인천에서 가장 큰 시지정 보호수 단풍나무가 있다. 보호수로 지정되었던 왕소사나무도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고사했다. 송진 채취를 위해 흔적이 남아있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전등사 경내에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큰나무들이 수십 그루다. 산성 안으로는 이름표가 붙은 아름드리 나무들도 셀 수 없고 남문 밖에는 빼곡한 소나무 숲이 근사하다. 정족산은 사찰과 산성, 사고의 역사만큼이나 우거진 숲과 나무의 이야기도 많고 깊다.

온수천의 가장 긴 물줄기는 덕정산에 시작한다. 덕정산 남쪽에서 시작된 물줄기 둘은 길정저수지로 흘러드는데 저수지 아래는 길정천이다. 덕정산 동쪽 산줄기의 고려왕릉로 고개길, 길직리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온수천의 가장 긴 물길이다. 길직리 마을입구에는 부부 느티나무가 정겹다. 마을의 정자목으로 예전에는 봄에는 그네를 뛰었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에는 고운 단풍으로 마을의 자랑이었단다. 이 부부느티나무 그늘은 지금도 길직리 마을쉼터다. 부부느티나무에서 물이 흐르는 방향의 왼쪽으로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예전부터 있었던 듯 제법 운치 있는 길이 나있다.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왼쪽으로 제법 널찍한 논이 펼쳐지고 논이 끝나는 곳에 말끔하게 정비된 묘역이 눈에 들어온다. 갈림길 입구에는 강화나들길임을 알 수 있는 표지기가 보인다. 백운거사 이규보묘다.
묘역의 잔디에 앉으면 바로 앞으로 정족산이 가깝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고려중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서사시라는 것을 달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동국이상국집이 '고려(東國)의 재상 이규보(李相國)의 문집(集)'이라는 뜻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롯데골프장으로부터 계양산 지키기 활동을 할 때 이규보가 계양산, 인천과 관련이 있음을 또 알았다.

계양산 남쪽 삼림욕장에 빗속에 농사짓는 사람들을 보고 썼다는 이규보의 시비가 있다. ‘나라가 잘되고 못됨(은) 민력에 달렸고 / 만민의 살고 죽음(은) 벼 싹에 매였네 / 가을날 옥같은 곡식 일천 창고에 쌓이리니 / 땀 흘리는 농민들 오늘의 공을 기록하게나’

정족산성 성곽에 서면 온수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염하와 염하로 흘러드는 온수천이 보인다.
정족산성 성곽에 서면 온수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염하와 염하로 흘러드는 온수천이 보인다.

길상면사무소가 있는 온수리에는 110년이 넘은 성공회성당이 있다. 한옥식 예배당과 종탑도 근사하지만 새로 지은 성당의 앞과 옆으로 있는 소나무가 풍치를 더한다. 소나무 가지들이 만들어낸 하트에서 착안했는지 한옥예배당 잔디에 하트를 새겼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예배당 지붕 위로 정비 중인 정족산성 성곽길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성벽 위 벚나무도 알 수 있겠다. 길직리에서 시작된 온수천 물길은 구불구불 자연스런 모습으로 논두렁을 지난다. 물길 옆으로는 축사들도 제법 많다. 하천제방길은 다른 하천에 비해 차량통행이 많지 않고 한적하다. 일부 구간은 길이 없어 풀이 잦아든 겨울과 봄철에나 걸을 수 있다. 제방길은 84번 도로를 지나서야 반듯해진다.

 

성공회 온수리성당에는 소나무에도 하트가 있고, 잔디마당에도 하트가 있다. 한옥예배당 뒤로 정족산성 성곽이 보인다.
성공회 온수리성당에는 소나무에도 하트가 있고, 잔디마당에도 하트가 있다. 한옥예배당 뒤로 정족산성 성곽이 보인다.

강화 온수천은 덕진진 아래에서 염하를 만난다. 바닷물이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문 아래로도 염하를 만나기까지의 거리가 제법 된다. 전형적인 갯골이다. 물 빠진 갯골에서는 희고 또 붉은 집게발의 농게들이 가득하다. 논뚝 제방을 지나는 불청객 발자국소리에 놀란 농게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춘다. 건너편 갯골 옆에서는 왜가리 3마리가 갯골에서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졸라대는 아기저어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염하와 만나는 온수천 하류는 전형적인 갯골이다.
염하와 만나는 온수천 하류는 전형적인 갯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