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연 개항장 문화적 유산 가득, 새로운 가능성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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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연 개항장 문화적 유산 가득, 새로운 가능성 충만"
  • 진기환
  • 승인 2022.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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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5)
[인터뷰] 이병국 시인·문학평론가(인천작가회의 사무처장)
글·사진 = 진기환 / 문학평론가
인천in은 9월부터 11월까지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를 주제로 인천 문화예술 청년 8명의 인터뷰, 기고, 기사 등 다양한 글들을 싣습니다. 청년의 눈으로 인천문화의 현재, 가치, 정체성, 발전방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 제언합니다. 

 

이병국 시인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와 평론 쓰는 이병국입니다. 쓰는 일 말고는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진행하는 문학과 관련한 강연을 하기도 합니다. 작업실이나 방에서 한국 작가들이 쓴 시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요. 올해 인천작가회의에서 사무처장 일을 맡게 되어서 한 줄 이력이 더 생겼네요.

 

- 인천작가회의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조금 딱딱하고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인천작가회의는 1998년 12월 11일 창립한 문학단체입니다. 당시 인천의 문단은 소규모 문학 동인을 포함하여 인천문인협회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인천지회 문학위원회 활동으로 양분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8년 9월, 진보적이고 새로운 문학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들이 의기투합하여 인천작가회의를 창립하였고 초대 지회장으로 이가림 시인을 추대하였습니다.

인천작가회의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실천정신을 계승하되 문학공동체인 ‘문학인천’을 내세운 ‘작가회의’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창립 이후, 인천작가회의는 ‘황해문학생태기행’, ‘인천근대문학제’, ‘인천 AALA(Asia Africa Latin America) 문학포럼’ 및 ‘작가와의 대화’ 등을 개최하며 창립 정신인 지역의 문학적 정체성에 주목하여 많은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문학적 공간으로 인천의 위상을 알리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인천작가회의의 가장 빛나는 성취는 『작가들』의 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학지를 만들되 기관지를 지양하고 지역과 전국을 아우르는 문학지를 만들고자 노력하였으며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작가들』은 ‘깨어 있는 삶, 깨어 있는 문학’을 슬로건으로 지역의 현실을 가로지르는 문학적 실천을 모색했습니다. 1999년 무크지로 창간하여 2000년부터 반년간지로, 2005년부터 계간지로 발전하면서 지역적 관심사와 교류의 폭을 전국적인 지평으로 확대해 나갔습니다.

인천작가회의에는 2022년 현재 110여 명의 작가가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험이 일상화된 요즘, 노력에 배신당하고 열정에 착취당하며, 차별과 배제로 존재가 투명화되는 일에 저항하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 작가들이 해야 할 일임을 깨달으며, 인천작가회의의 작가들은 읽고 쓰고 실천하는 존재로 인천 시민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 시인‧평론가로서 보시기에 인천지역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시다시피 인천은 개항장으로서 근대를 연 장소입니다. 역사적 사건과 그만큼 쌓인 문화적 유산이 가득하죠. 인천은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추수하고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충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은 새로운 사조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흡수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압니다.

다만 그것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서울과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천을 서울로 향하는 교두보처럼 상상하는 것, 혹은 중심에서 밀려났으나 그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채 중심을 지향하는 곳처럼 여기는 이유가 그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거대한 존재 옆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그럼에도 그 존재 못지않은 가능성을 지닌 곳이 인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성을 지닐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소 자체가 소수자성을 지닌 채 끊임없이 서울과 관계 맺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항구는 안과 밖을 연결하면서 안으로도 바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집합적 공간이니까요.

 

- 시인‧평론가로서 인천의 문화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요...

사실, 인천의 문화정책이나 사업에 대해서 그리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인천시는 시에서 문화 단체의 활동과 관련한 지원을 직접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와의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활동의 자율성을 상당히 많이 보장해주고 있고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적 측면이 인천의 문화정책 사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천작가회의 사업 역시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데 저희가 하는 사업들을 아르코나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거든요. 아무튼 인천시가 지원하는 사업 규모가 방대하기도 하고 수혜를 받는 단체도 많아서 만족도는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천에는 인천문화재단을 포함하여 각 구의 문화재단들이 여러 방식으로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각 지역의 도서관과 책방을 비롯하여 작은 동아리까지 아우르는 문화 사업이 있어서 특정 예술가에 편중된 지원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활동을 장려한다는 점은 작가의 한 사람으로써 시민과의 접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작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은 좀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요.

 

- 혹시 본인의 시에서 인천이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 있나요? 있다면 그것을 쓰실 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저는 인천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인천이 드러나는 작품을 쓴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인천과 관련된 평론은 몇 편 써보기는 했지만, 해석의 층위였을 뿐이죠. 시 작품으로는 <강화> 연작시 두 편과 <인/천>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강화는 제 고향이기도 하고 저의 문학적 기원이기도 해서 나를 살펴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인천이라는 장소와는 거리가 있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인/천>은 인천이라는 공간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보고자 의도적으로 쓴 시입니다. 인천은 과거와 현재가 맞물려 이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그것이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유동적으로 느껴졌어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인천의 특징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 본인의 작품 말고 인천이 잘 다뤄지는 문학작품 몇 개를 추전해주세요. 추천 이유도요.

인천을 다룬, 인천의 모습을 적확하게 표현한 문학작품들은 상당히 많아요. 오래 전 강경애의 소설을 비롯하여 최근 김금희, 양진채의 소설들이 그렇죠. 인천의 특정 장소와 그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이 그것을 경험한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개인의 심리적 층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영역에서 어떤 파고를 일으키는지를 섬세하게 살피고 있어요. 또한 인천작가회의 회원들의 작품을 읽으면 인천의 어떤 지형이 그려지기도 해요.

최근에 나온 이설야 시인의 시집 <굴 소년들>을 보면 과거에 인천에서 일어났던 폭력적 사건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 놓여 있는지, 그것이 현재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어요. 또한 지엽적 측면에서 벗어나 세계의 문제, 세계인의 문제로 확장하여 살펴보는 시선이 여실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인천과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과 사건을 경험한 인물을 다루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핀 숭고한 기획이지 않나 싶을 정도예요.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시인으로서, 평론가로서 작품 활동 열심히 하는 것이죠. 인천작가회의 사무처장으로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일하고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다, 쓰고 싶다, 앞으로 이렇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하긴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목소리를 내고, 조금 더 즐거운 쪽으로 나를 데려다 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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