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높일 수 없는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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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높일 수 없는 인천
  • 박병상
  • 승인 2022.09.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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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사진=연합뉴스 캡처
사진=연합뉴스 영상뉴스 캡처

“K-택소노미”가 불쑥 나타났다. ‘K-드라마’와 ‘K-컬처’, 그리고 ‘K-방역’을 잇는 무엇인가? K를 앞세우는 걸 보니, 한국이 선도하는 ‘택소노미’인 모양인데, 택소노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비슷한 말이 나왔다. “EU-택소노미”라 했다. 에너지 관련 의미를 담았는데, 전문가 용어인 만큼 보통 사람은 일부러 기억할 필요가 없는데, 갑자기 떠들썩하다. “K-택소노미”를 열심히 소환하던 언론이 친절한 설명을 이어주긴 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란다. 여전히 아리송하다.

택소노미(taxonomy)는 진화생물학 전공자들이 자주 사용한다. 생물종을 늘어놓듯 단순히 분류하는 게 아니라 진화체계에 맞게 순서와 범위를 정리하는 학문이다. 생물학에 한정하는 용어가 아니므로 유럽연합(EU)에서 사용했을 텐데,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범위와 관계를 분류한 체계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K-택소노미도 엇비슷하겠지? 아니란다. 분류가 여럿 다르지만, 환경단체는 핵발전을 분류하는 관점의 차이를 문제 삼는다. 유럽은 핵발전에 핵폐기물의 안전 관리와 보관을 명백히 확보할 것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두루뭉술하다는 거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핵심을 언급하지 않거나 기한을 미룬다고 지적한다.

생물학에서 계통분류학을 전공했지만, 이 자리에서 시민이 몰라도 되는 전문용어를 짚어볼 생각은 없다. 다만, K-택소노미든 EU-택소노미든, 녹색에너지 분류체계를 논의하는 과정과 결론을 살피고 싶다. 시민 생명이 달린 공공정책은 시민 눈높이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K-택소노미는 합리성과 투명성을 갖추지 못했다. 시민사회는 K-택소노미를 승인할 수 없다. 어떤 불쾌한 정권과 하수인이 ‘4대강 사업’을 아무리 친환경 사업으로 위장해도 소용없는 이치와 같다.

과거 독재정권처럼, 택소노미를 밀어붙이고 후속 조처, 예를 들어서 핵발전소 확충이나 수명연장을 추진한다면 상상 이상의 사회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기득권이 개입하지 않은 EU-택소노미도 순탄하지 않았고, 앞으로 순탄하게 전개될 리 없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미적거리는 대처로 기후위기가 무서워진 상황과 푸틴이 일으킨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급이 어려워진 현실을 무리하게 반영해 유럽연합의 전문가들이 서두른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 거론하는 EU-택소노미에 시민사회는커녕 국가 사이의 합의마저 반영되지 않았다. 갈등이 커지면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택소노미 타령을 늘어놓지 않겠다. 다만 환경단체가 생각하는 “녹색에너지”와 정부가 거론하는 “신재생에너지”가 다른 이유를 살피고 싶다. 햇볕이나 바람처럼, 언제든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환경단체는 ‘녹색’으로 정리한다. 빗물 댐을 계속 채울 수 있어도, 대형 댐을 기반으로 하는 수력발전은 녹색일 수 없다. 막대한 철근콘크리트로 하천의 흐름을 차단하며 주변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게 파괴하지 않던가. 화석이나 핵연료를 전환하는 수소에너지와 전기에너지도 녹색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대안은커녕 위기를 부추긴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생략한 정부의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유럽보다 재생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나 방사능을 내뿜는 핵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조력발전도 신재생에너지라고 고집해 갈등을 빚은 적 있는데, 이런! 현 정권은 한술 더 뜬다. 핵까지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넣겠다는 게 아닌가! 핵연료의 치명적 문제를 누차 거론해왔으니 되풀이하지 않겠다. 다만 인천시는 어떤 자세인지, 묻고 싶다. 최근 인천시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다행인데, 그 구체적 계획이 궁금하다.

인천시도 인식하는데, 영흥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 시설이 밀집된 상황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끌어올릴 신통한 방법은 인천에 없다. 300만 가까운 시민이 거주하고 공업단지가 유난히 많은 인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막대하고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어마어마하다. 그 중 거의 절반을 영흥화력발전소가 차지한다. 그런 상황의 개선이 없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말 잔치일 뿐이다. 인천 어딘가에 핵발전소를 도입하겠다는 주장은 아닐 테고, 요즘 맹렬하게 추진하는 해상풍력으로 보급률을 높이겠다는 걸까? 흔쾌하지 않다. 해산물 생산량이 곤두박질하면 녹색일 수 없는데, 비교해보자. 해상풍력을 모두 모아도 영흥화력발전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영흥화력발전소의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인천시는 수소연료전지도 거론하는데, 천연가스를 가열해 에너지를 얻는 기존 방식이라면 소용없는 일이다,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다. 인천시는 미세먼지를 마구 내뿜는 1호기와 2호기의 폐쇄를 고려한다고 말하지만, 이제 집행해야 한다. 1, 2호기를 폐쇄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지만, 거기에서 머물 수 없다. 세계를 휘감는 기상이변의 범위에서 우리나라가 결코 예외가 아니므로 화석연료 발전소 폐쇄를 서둘러야 옳다. 인천시와 정부의 정책이 가시적일 때 시민은 신뢰할 것이다.

추가할 정책이 있다. 정부에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을 언급하는 마당에서 중요하고 시급한데, 인천은 영흥도의 화력발전소 6기 전량 폐쇄와 더불어 시민과 녹색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기업 이익에 초점이 모이는 해상풍력이나 수소연료전지가 아니다. 시민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최대로 자급할 방법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일찌감치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 펼쳐온 ‘햇빛발전’이 그것이다.

동네와 관공서의 크고 작은 지붕, 간선도로 방음터널의 천장, 그리고 아파트의 베란다까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예상보다 많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가능한 장소를 십분 활용한다면 핵발전은 물론, 화력발전을 모두 중단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화력발전과 핵발전 이권보다 미래세대의 생명이 중요하다면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인천시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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