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9월 24일(토) 오후 2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시다락방)’에서 심보선 시인을 초청해 열렸다.
심보선 시인은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오늘은 잘 모르겠어」,「눈앞에 없는 사람」,「슬픔이 없는 십오 초」,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그을린 예술」,「책장을 번지다, 예술을 읽다」 등이 있다.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우리말로 옮겼다.
심보선 시인은 사회학자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심보선 시인은 배다리 시낭송회는 그동안 초대 받아서 갔던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른 매력을 지녔다면서 아늑한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각각 다른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2007년부터 배다리에서 꽤 오랜 시간 시낭송회가 ‘시’를 매개로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놀라워했다.
시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시인은 시의 씨앗을 품고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과 집중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심보선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 이번 배다리 시낭송회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활기를 찾고 참석자들은 시가 주는 기쁨을 누렸다.
139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오는 10월29일(토) 오후 2시에 류인채 시인과 포엠 & 트래블을 처청해 열린다.
북, 꿈
심보선
당신은 나의 상체에 기대어 있다
거기엔 아무 것도 없는데
당신은 내 심장 소리를 듣는다
들어봐, 여기 뭔가 있어
알아, 하지만 별 것 아니야
너를 죽지 않게 하는 거야
알아, 그러니 별 것 아니지
당신은 피식 웃는다
이번 가을엔 수목원에 가자
그래, 수목원에 가자
우리가 함께 수목원에 간 적이 언제였나
그때 이런 말을 했던 건 기억난다
들어봐, 저쪽에서 황소개구리가 운다
그러자 저쪽에서 큰 새가 날아올랐다
어라, 황소개구리 날아간다
당신은 피식 웃었다
그 후로 당신의 머리칼은 아주 길어졌다
몇 올을 뽑아 내 심장에 심고 싶다
그러면 내 심장은 특별해지겠지
그러면 난 죽겠지
당신은 아직도 내 상체에 기대어 있다
거기엔 정말 아무 것도 없는데
당신은 내 심장 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까무룩 잠이 든다
꿈속에서 당신은 먼 북소리를 듣겠지
꿈속에서 나는 미친 듯이 북을 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