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반대 글'로 뒤덮인 인천시민 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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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반대 글'로 뒤덮인 인천시민 청원 게시판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2.09.26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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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청원 홈페이지에 440여건 게제돼 44페이지 도배
대부분 같은 내용... 반대 단체 회원들이 올린 글로 추정돼
퀴어축제 옹호 소수 의견, 여타 시민청원 목소리 파묻혀
인천시 열린시장실 홈페이지 캡쳐. 페이지 내에 9건의 퀴어축제 관련 청원과 1건의 다른 청원이 확인된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시민 소통창구 ‘열린시장실’(온라인 시민청원)이 같은 내용의 청원으로 도배돼 다른 시민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

26일 열린시장실 홈페이지를 보면 ‘퀴어축제 결사반대’, ‘동성애 집회 반대’ 등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수백건 이상 반복 게재되고 있다.

이들 청원 대다수는 퀴어축제가 선정적인 형태로 진행돼 시민 불편을 유발하고,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볼 때 청원인은 앞서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에 강력 반발했던 일부 기독교 단체 및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반복 게재로 퀴어축제를 옹호하는 소수 의견과 다른 시민 청원들이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등록된 퀴어축제 반대 청원만 약 440여개에 달한다. 홈페이지 내 한 페이지 당 10개의 청원만 노출되니, 약 44페이지 가량이 퀴어축제 반대 글로 도배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다른 시민들이 올린 청원은 퀴어축제 반대 청원 사이에 끼어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순식간에 위치가 뒤로 밀려 찾으려면 수 페이지를 딸깍거려야 한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다른 시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다.

△M6410 노선 변경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조기착공 등 앞서 게재돼 시민 공론화 절차가 진행 중인 청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청원을 찾으려면 페이지를 45페이지까지 넘겨야 해 사안이나 제목을 모르는 시민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운영 취지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제한을 둘 순 없다는 말이다.

시 관계자는 “한 시민이 반복·중복적으로 쓰는 글에 대해선 임의 삭제가 가능하지만 이 건의 경우 다수 시민들이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지만 원칙상 재제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다음달 인천서 퀴어축제... 종교단체 반발에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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