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과 초피산 계곡, 세개의 물줄기가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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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과 초피산 계곡, 세개의 물줄기가 모여
  • 장정구
  • 승인 2022.10.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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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56) 마니산과 덕교천

‘전형적인 관목으로 나무갓이 단정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참성단의 돌단 위에 단독으로 서 있어 한층 돋보인다.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사나무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참성단 소사나무에 대한 설명이다. 강화 마니산로를 따라가다 마니산 정상을 자세히 보면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 있다. 망원경을 꺼내서 올려다 보면 한 그루 나무다. 바로 2009년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된 소사나무다. 소사나무는 잎이 작고 줄기가 오래된 나무의 모습을 가져 예부터 분재로 많이 사랑받는 나무다.

덕교천은 마니산과 초피산에서 시작된다. 마니산(摩尼山)은 강화 화도면에 있는 높이 약 472m 산으로 주민들은 마리산이라 부른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한반도의 기운이 황해로 뻗어 나가기 위해 모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니산 참성단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마니산 남쪽의 흥왕리에서는 몽골의 침입을 받아 강화도로 천도한 고려 조정의 이궁(離宮)이 있던 곳이고, 동쪽은 분청사기의 가마터가 있던 곳으로 사기리라 한다고 한다. 장봉도뿐 아니라 영종도나 육지에서도 북서쪽의 강화의 바라보면 금새 마니산을 찾을 수 있다. 초피산은 마니산 마루금이 동쪽으로 이어지다 작지만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다.

오른쪽이 마니산이고 왼쪽이 초피산이다.
오른쪽이 마니산이고 왼쪽이 초피산이다.

덕포리 마을은 마니산과 초피산의 북쪽으로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다. 가파른 산기슭에서 시작된 덕교천 상류의 계곡물은 덕포리 마을사람들의 식수이다. 크게 세 줄기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여 비로소 덕교천이 된다. 초피산 남쪽은 함허동천 계곡이 있는 사기리이다. 북쪽으로 가파르게 흘러내린 산줄기는 덕포리 노인회관 뒤에서 작은 동산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그 동산의 끄트머리, 덕포리 들녘이 시작되는 곳에는 보호수인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 앉으면 초피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하고 탁 트인 들녘에서 또 한번 시원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오른쪽 산기슭을 돌아나아가면 사기리가 시작되는 선두포언 서쪽 끝, 비석군을 만난다.

마을 입구 보호수 아래 정자에 앉으면 초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마을 입구 보호수 아래 정자에 앉으면 초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덕교천의 가장 큰 물줄기는 덕포2리 노인회관 앞에서 게이트볼장 아래를 지난다. 2004년 물길 위에 만들어진 게이트볼장은 덕포리 마을주민들 모두의 공간이다. 물길은 곧 바람길이다. 사방이 트인 것이 널찍하고 시원하다. 게이트볼장 아래로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서 한여름 폭염도 거뜬하다. 지붕까지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농번기만 아니면 삼삼오오 모여서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다. 게이트볼장에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마을주민들이 설정한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사람 키 높이 제방 아래로 붉은 여퀴꽃이 가득하고 계곡물은 제법 많다. 물속에는 피라미들이 무언가에 바쁘다. 보고만 있어도 시원하고 마음까지 깨끗해진다. 덕교천 상류의 또 다른 물줄기는 마리산초등학교였던 곳 앞을 지난다. 1999년 폐교된 후 한국강화문화예술원으로 이용되었는데 향후 활용계획을 두고 교육청과 주민들 간 이견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물줄기는 약70미터가 복개되고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노인정 앞 게이트볼장은 물길 위에 있다.
노인정 앞 게이트볼장은 물길 위에 있다.

마니산로의 덕포리마을 입구부터의 물줄기는 곧바로 길정천으로 향하는데 여기부터가 지방하천으로 지정관리하는 덕교천이다. 덕교천의 양쪽은 도로다. 그 중 큰 길은 덕포리에서 선두리까지 반듯한 마니산로다. 다른 한쪽은 농로로 제방길을 따라 콩과 수수가 심겨져 있다. 마니산로의 가로수는 제법 큰 나무들로 근사하다. 소나무, 무궁화, 튤립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단풍나무까지. 정성을 들여 가꾸고 있는 나무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짹짹짹’ 참새소리 요란한 가을들녘에는 벼들이 고개 숙인 지 오래다. 벼베기를 앞둔 논길 옆으로 커다랗고 파란지붕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마니산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정미소다. 정미소는 벼를 쌀로 도정하는 곳으로 지붕 위 태양광 판넬에서 친환경농민들의 정성이 들어가 있음을 알겠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덕포리 농민들의 의지와 자부심이 대단하고 강화를 넘어 인천까지 소문이 나 있다.

덕교천은 한쪽은 가로수가 가지런한 도로이고 한쪽은 수수와 콩을 심은 농로다.
덕교천은 한쪽은 가로수가 가지런한 도로이고 한쪽은 수수와 콩을 심은 농로다.

강화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4그루이다. 볼음도 은행나무, 참성단 느티나무, 그리고 나머지 두 그루는 탱자나무인데 사기리와 갑곶리에 각각 있다. 뾰족뾰족한 가시로 울타리나 성곽 방어용으로 조선시대 강화지역에 심었다고 한다. 원래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라 대부분 죽었고 살아남은 두 그루는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사기리 탱자나무는 선두포언을 지나 동막으로 향하는 길에 함허동헌 계곡입구를 조금 못 미쳐 도로 왼쪽으로 위치하고 있다. 북의 개성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탱자나무가 있다고 하니 강화 볼음도와 연안 호암리 은행나무 부부이야기뿐 아니라 탱자나무에서도 한강하구의 남북 역사문화가 닮았음을 알 수 있다.

큰길 쪽 하천 옆으로 족제비싸리와 갈대,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자연스럽다. 하천 건너 논 쪽으로는 양파망을 뒤집어쓴 수수가 정겹다. 선두포낚시터 3호매점, 마니산에서 시작된 덕교천이 길정천을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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