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작은 꽃잎 겹겹이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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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작은 꽃잎 겹겹이 달려
  • 정충화
  • 승인 2011.08.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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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겹삼잎국화


짝을 이루지 못하거나 겹으로 되지 않은 것을 나타낼 때 ‘홑’이라는 접사를 쓴다. 홑이불, 홑치마, 홑청 등은 홑겹의 이불이거나, 홑겹의 치마거나, 홑겹의 요나 이불 껍데기임을 나타낸다. 대개 접두사로 쓰이지만, ‘홑’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지닌 의미 때문에 간결하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묻어난다.

이와 반대로 사물이 포개지거나 거듭된 상태를 나타낼 때는 ‘겹’이라는 단어를 쓴다. 여러 겹으로 거듭된 모양을 나타내는 데는 ‘겹겹이’라는 부사가 제격이다. ‘겹’은 화려하고 복잡하고 다소 수선스러운 느낌이 든다. ‘겹사돈’ 쯤 되면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단면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다.

식물의 꽃잎은 일반적으로 홑잎인 경우가 많다. 넉 장 또는 다섯 장의 꽃잎이 대체로 많고, 국화류의 꽃처럼 작은 꽃잎이 원형으로 둘러나는 게 대종을 이룬다. 장대류나 냉이류 및 산딸나무 등의 꽃잎은 넉 장이며, 봄에 쉬 볼 수 있는 매실나무, 벚나무, 사과나무, 복사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배나무, 앵두나무, 조팝나무, 양지꽃, 황매화 등의 꽃잎은 모두 다섯 장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꽃 가운데도 꽃잎이 여러 겹으로 포개진 것들이 제법 있다. 겹벚꽃, 겹수선화, 죽단화, 겹조팝나무, 옥매, 천수국, 만수국 등이 그렇다. 이들 꽃잎의 생김새는 카네이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죽단화의 경우 수형이나 잎, 줄기 등이 황매화와 거의 같지만, 겹으로 이뤄진 꽃잎으로 구별된다. 이번 회차에는 꽃잎이 겹잎으로 이뤄진 ‘겹삼잎국화’를 소개하려고 서두를 장황하게 열었다.

겹삼잎국화는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인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번식력이 왕성해 최근 민가 주변 및 산기슭 등에서 개체 수를 급속히 늘려가는 식물이다. 줄기는 1~3m 정도까지 곧게 자라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어긋나기로 달리는 잎은 갈래가 깊이 갈라진다. 꽃은 7~9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서 꽃자루 없이 핀다. 꽃 빛은 노란색이며 작은 꽃잎이 겹겹이 달린다.

접두사 ‘겹’이 붙지 않는 삼잎국화는 요즘 공원이나 가로변에서 쉬 볼 수 있는 루드베키아의 일종이다. 홑겹의 노란 꽃잎이 우산처럼 빙 둘러 피며 가운데에 녹황색 설상화가 포인트처럼 얹혀 있다. 삼잎국화의 이름은 잎의 형태가 大麻인 삼의 잎과 닮았다 해서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 시절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이라고 숱하게 교육받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수식어인지는 모두 익히 알 것이다. 이제 생태계에도 토종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되었다. 여러 경로로 유입된 외래식물이 토착화하여 이 땅에 버젓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토종이라는 명칭 자체가 의미를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굳이 토종식물임을 드러내려 한다면 특산식물이라는 말이 더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인종 간 외형적 다름처럼 식물 역시 외래식물과 토착식물의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외래식물이 대체로 크고 화려한 데 반해 토착식물은 작고 수수한 편이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면 다 같은 식물이고 이리저리 뒤섞이다 보면 서로 닮아가게 되어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토종식물과 외래식물을 차별적 시각으로 보았는데 이제는 다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사람 말고는.


글/사진 : 정충화(시인, 생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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