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친구를 제대로 인정하며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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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친구를 제대로 인정하며 사랑하라
  • 윤세민
  • 승인 2022.10.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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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 교수의 자기계발 칼럼 - ‘소통과 대화’]
(8) 친구관계에 대한 이해와 소통

친구와 친구관계

살아가는 데 참 정겹고 소중한 단어 하나, ‘친구’(親舊). 오래도록 가까이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함께 어울리며 친해져 사실상 반쯤 가족인 인간관계가 친구요 친구관계이다.

제대로의 친구관계는 보통 청소년기의 또래 집단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청소년기는 다양한 영역에서 독립된 인간으로서 발달해 가는 과정을 겪는다. 이전의 부모와의 의존관계에 종속돼 있다가 서서히 또래와의 관계가 확장돼 간다.

그러면서 부모로부터의 분화 과정과 함께 부모로부터의 종속 관계에서 또래와의 동등한 관계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져 간다. ‘개별화’ 과정이다. 이 과정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자아 정체감’이 형성돼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러한 ‘개별화 된 자아’들이 또래 집단에서 만나면서 자연스레 친구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의 친구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는 당연히 이 친구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청소년기에는 자율성과 함께 친밀감 획득이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결국, 이 시기의 친구관계 또 친구관계에 대한 의미 설정이 곧 그 사람의 평생 친구관계 및 친구관계에 대한 의미 설정을 좌지우지하게 하는 것이다.

 

친구관계의 일반적 특성

친구관계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친구관계는 대등한 위치의 인간관계이다. 친구관계는 나이, 지역, 학교, 학력, 교양, 신분 등이 비슷한 사람 간에 맺는 친밀한 관계이다. 따라서 수평적 관계의 속성을 지니며, 인간관계에서 가장 민주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친구관계는 가장 순수한 인간지향적 대인관계이다. 친구 사이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우정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셋째, 친구관계는 인간관계 중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관계이다. 대등한 위치에서 맺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과 제약이 적다. 관계를 맺고 푸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 그런 만큼 자신을 가장 자유스럽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인간관계이다.

넷째, 친구관계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유영역이 가장 넓은 인간관계이다. 또래로서 지나온 삶의 체험과 환경이 유사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유영역이 넓을 수밖에 없다.

다섯째, 친구관계는 쉽게 형성되지만 구속력이 적어 해체되기 쉽다. 쉽게 만나서 쉽게 친해졌기에, 그만큼 쉽게 헤어지고 쉽게 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친구관계는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약화되고 파괴되기 쉬운 인간관계이기도 하다.

 

신뢰와 사랑으로 빚는 우정

자신의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만큼 친구가 많은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친구’라는 단어를 매우 남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주변의 사람들,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곤 하지만, 그들이 꼭 친구일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우정’(友情, Friendship)이다. 우정은 친구 사이에 나누는 정신적 유대감을 이른다. 우정은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나 단순한 친구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친구 사이에 진심과 진실로 빚어지는 것이 우정이요, 그 우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 진정한 ‘친구관계’이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한다. 또한 신은 모두를 치유할 수 없기에 우리에게 우정 어린 친구를 만들어 주셨다고 한다. 친구 사이에 가장 소중한 요소는 ‘신뢰’와 ‘사랑’일 것이다. 이를 우리는 ‘우정’이라 부른다.

‘우정’은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서, 특히 영화의 아주 중요한 소재요 주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숱한 영화가 이 ‘우정’을 깊숙이 또 다양하게 다뤄 왔다. 그 우정 중에서 살아온 배경과 문화와 신분, 특히 피부색을 뛰어넘어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영화 [그린북]은 살아온 배경과 인종과 신분, 성격과 취향의 차이마저 뛰어넘는 진정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그린북]은 살아온 배경과 인종과 신분, 성격과 취향의 차이마저 뛰어넘는 진정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편견 극복의 우정 영화, [그린북]

[덤 앤 더머]의 피터 패럴리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그린북](Green Book, 2018)은 실화를 바탕으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의 콘서트 투어에 오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백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우정을 그린다.

살아온 배경과 인종, 성격과 취향도 판이하게 다른 두 남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비고 모텐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매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돈 셜리 역의 마허샬라 알리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대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편견의 극복’이다. 두 주연 배우는 내내 편견으로 다투는 듯 보인다. 사실은, 두 사람이 아닌 시대적 상황과 인종적 차별이 그 편견을 몰아세운 거다. 또 그 편견은 배우가 아닌 오히려 관객의 고정화된 편견이기도 하다.

사실, 두 사람은 편견이 아닌 자신의 주관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어느 정도 상대를 배려했다면, 결코 진실한 친구 사이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백인남성이 아닌 ‘토니 발레롱가’임을, 흑인남성이 아닌 ‘돈 셜리’임을 서로에게 어필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었다. 편견이 아닌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호감과 유대가 바로 이 둘을 ‘우정’으로 묶어냈던 것이다.

 

진정한 우정과 친구관계

그렇다. 진정한 우정을 위해서는 친구관계가 기본적으로 다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차별이 아닌 차이다. 그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다.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자기와 친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수용을 통해 자신과 친구를 깨달아 가야 한다.

나를 먼저 이해하고 사랑할 때, 그리고 친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할 때 제대로 소통하게 된다. 소통의 궁극적 목적은 관계 맺기 통해 서로의 자아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것이다. 긍정적 자기개념으로 자신과 친구를 제대로 인정하며 사랑할 때 제대로 소통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진정한 우정이, 진정한 친구관계가 성립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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