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영당 아이스케키점, 전도관 X-마스 행진, 당골할머니...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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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영당 아이스케키점, 전도관 X-마스 행진, 당골할머니...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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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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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태생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아트스테이1930에서 좌담

 '마을 형성과 배다리 변천사에 관한 그 때 그 소년의 이야기'가 31일 오후 2시 배다리 아트스테이1930 2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배다리 옛 주민과 현 주민, 문화단체를 운영하는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그 소년'은 배다리 아트스테이가 있던 여인숙 골목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까지 지내고 송림동으로 이사를 간 정기종(67) 전 카타르 대사다. 

정 전 대사는 이 자리서 "한 개인의 미시사(微視史)가 합쳐 국가까지 이르는 큰 역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겠냐"고 운을 떼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배다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자신도 개항기~일제강점기 배가 이곳까지 들어와서 붙여진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배다리에 기억나는 풍경으로는 먼저 유명했던 창영당 아이스케키점을 들었다. 그리고 '영세약국', 양조장, '문화극장', 지성소아과가 생생이 기억난다고 했다.

'땡이' 시리즈 등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가게에서는 단골에게 딱지를 주어 재미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했다. 창영초교는 근 50년 만에 와봤는데, 뒷마당이 없어져 있었다며 당시 앞마당을 돌면 개가식 도서관이 있어 자유롭게 책을 보던 좋은 기억이 있다고 얘기했다.

창영초교 건너편 공설운동장에서는 자주 시민궐기대회를 열어 반공구호를 외쳤으며 '시민위안' 행사도 열렸다. 문화극장 서부영화와 건너편 빵집(풍년제과), 개그 콤비 양훈, 양석천의 '홀쭉이와 뚱뚱이' 프로그램도 기억해 냈다.

싸리재길(개항로)은 신포시장에서 장사하시던 부친이 강아지를 건네 주셔서 안고 답동성당을 지나 집까지 온 적이 있어 기억이 난다고 했다.

집 앞에 '한일관'이라는 음식점이 있었는데, 국악도 하고 전통춤 공연도 있었다. 식당이 쉬는 날이면 자유공원까지 걸어서 함께 놀러 다니기도 했다. 집 앞에는 개천이 흐르고, 빨래터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동네에 당골할머니가 계셨다. 머리를 쪽지고 한복을 입으셔 단아하셨는데 집집마다 경조사를 찾아 다니며 액을 없앤다며 작은 굿을 하셨다. 같은 일을 하는 딱정댁도 기억난다. 당골할머니와 성격이 달랐는데 잔소리가 많으셔서 지금 들으면 꼰대라는 소리 듣기 딱이셨다. 

현재 재개발이 한창인 전도관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면 시가행진을 하며 성탄을 기렸다. 꿀꿀이죽 가게도 있었다. 인근 부대에서 나온 잔반을 끓여 팔던 곳이었다. 미국 원조물자인 옥수수빵과 찐우유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4.19 의거 때, 주변이 요란해서 무슨 일인가 했던 기억도 난다. 

정 전 대사는 이날 2시간 가량 배다리 이야기에 이어 한국 근현대사, 항구도시로서 인천, 이집트와 레바론, 카타르의 도시와 비교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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