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인내심 교육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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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 인내심 교육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
  • 신우항
  • 승인 2022.11.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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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우리사회]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고, 숭고하다란 말에 감히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자녀 잘못되길 바라는 부모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그 사랑의 잘못된 표출로 심리적 문제를 갖게되는 자녀도 존재한다.

 

금지옥엽(金枝玉葉)

2021년 10월의 어느날, 연세가 있으신 어머님께서 혼자 내원하셨다. 보통은 아이와 함께 내원하는게 일반적인데 B군 어머님은 혼자 오셨다.

내원하신 목적은 아이가 말을 안하고, 또래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이유였다. 타 기관에서 검사는 받으셨고, 심리치료를 하시다 언어전문센타를 찾아 오셨다고 하셨다.

B군이 낯가림이 심해 타기관에서도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며, 본 기관에서 아이를 잘 컨트롤 할 수 있는지를 물으셨다.

"직접 아동을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님 말씀으론 상당히 예민한 아이일 것 같은데, 한번 시간을 내셔서 아이와 함께

방문하시는 것이 어떠실런지요?"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걱정이라는 여섯살 B군 어머님은 늦은 나이에 엄청 고생해서 얻은 귀한 아이이고, 양가 모두 손이 귀한 집안의 아이라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셨다.

다음날, 늦은 시간 B군과 함께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내원하셨다. B군의 첫 인상은 덩치가 매우 컸고, 불안한 모습이었다. 잠시 상담 후 B군 어머님께 치료를 위해 B군을 치료실로 데리고 들어가겠다 말씀드렸는데, 불안한 B군은 어머니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당분간 어머님과 함께 치료실에 들어가 치료하기로 하였다.

사실 어머님과 함께하는 치료가 없는건 아니지만(모아애착 프로그램), 치료사와 아동 단둘이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7~8회기 접어들면 치료사와의 라포(Rapport building)가 형성되어 혼자서도 즐겁게 들어가기 마련인데 B군은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가면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판단한 소장님이 단호하게 아이만 데리고 치료실로 들어가셨다.

아니나 다를까 치료실 안에서 B군의 괴성에 가까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5~10분이 지났을까? 비명소리는 멎었고, 조금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을 누구보다 불안해 하신 B군 어머님은 그날로 치료를 종결하셨다.

 

마시멜로 실험

아이가 말을 안하는 것, 폭력을 행사하는 것 모두 여러가지 심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보통은 아이와의 관계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말을 안해도 알아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면, 말 할 필요가 없기에 말을 하지않게 되고, 말을 안하니 말하는게 불편하고, 말하는게 불편하니 또래관계 속에서 말로 해결 못하고 폭력성이 나오고, 폭력으로 해결하는게 익숙해 지니 다시 말할 필요가 없어지고... 악순환이다.

이 문제는 비단 장애아동의 문제만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유독 패륜문제가 대두되는 것 또한 참을성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1960년대 미국 스텐포드대학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연보상(참을성) 실험이 있었다. 바로 ‘마시멜로 실험’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욕구를 참는 인내심은 정말 중요한 교육인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또 알 수 있는 것은 참는 능력은 타고난 의지력과 통제력도 중요하지만, 기다리는 전략을 학습하고 노력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맘대로 살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며, 재화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맘대로 할 수 없을 때, 그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어릴 때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 누린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을 때 그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몰라 절망하며, 분노로 표출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자녀에게 모든 것을 맘대로 다 할 수 있게 제공하면, 참을성이 없어지고그 결과 폭력성을 띄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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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이 사랑은 바다와 같다 (출처 wallpaper better)

희랍인들이 말하는 세가지 사랑 아가페(Agape), 필리아(Philia), 에로스(Eros) 사랑 중 아가페 사랑이 가장  고귀한 사랑이라 말한다.

아가페는 헌신적 초월적 사랑, 필리아는 친구간의 우정, 에로스는 이성간의 사랑이다. 그 아가페 사랑을 부모의 사랑에 비유할 만큼, 부모의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귀하고 숭고한 사랑이다.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앞에서도 말 한 바와 같이 하늘과 바다와 같다. 그러나 그 귀한 사랑을 잘못 표출하면 자녀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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