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이 다시 와도 천리마가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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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락이 다시 와도 천리마가 될 수 없는 이유
  • 최원영
  • 승인 2022.11.07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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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77화

무지개는 폭풍우 뒤에 옵니다. 누구에게나 고통이라는 폭풍우 뒤에는 어김없이 무지개가 나타날 겁니다. 그래서 견뎌야 합니다.

시골에서 밭을 갈던 백마가 친구들에게 유명한 말 감정사인 백락이 살던 시대에 자신이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전쟁터에 나가는 말이 말합니다.

“그럼 나와 함께 모래사장을 달리며 힘을 기른 후, 전쟁터에 나가면 어때?”

“전쟁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잖아? 싫어.”

이번에는 역마가 말했다.

“나와 함께 편지를 배달하며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해주는 소식통 노릇을 하면 어때?”

“그 일은 너무 피곤해. 차라리 밭이나 갈겠어.”

경주마가 말했다.

“나와 같이 경마장으로 가세. 열심히 땀만 흘리면 명예와 영광이 자네를 늘 따라다닐 거야.”

“경주하는 것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난 못해.”

그러자 모든 말이 이렇게 말했다.

“백락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자넨 절대 천리마가 될 수 없을 거야.”

맞습니다. 아픔과 상처가 두렵다고 회피하면 성장까지도 거부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를 시대를 탓하고, 남을 탓하고, 사회를 탓하기만 한다면 “백락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자네는 절대 천리마가 될 수 없다”는 글 속 충고를 들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이제는 생각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고통도 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자살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고통 뒤에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을 그들이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내 삶이 나를 응원한다’라는 시가 힘겨워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삶이 내게 말한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넌 충분히 노력했다고, 안 되는 걸 어떡하냐고. 지치는 게 당연하고, 외로운 게 당연하고,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고. 그렇게 최선을 다한다 해도 안 되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그러니, 아프지는 말라고. 마음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네가 가진 용기 있는 마음을 꼭 붙들고 있으라고.

그렇게, 삶이 내게 말한다. 내 삶이 나를 응원한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팠던 사람이, 또는 조금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헤아리고 안아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고통이 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고통을 겪음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진실한 마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고통의 경험이 주는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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