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참사와 이태원 참사 - 기억의 부재, 인천교육청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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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동 참사와 이태원 참사 - 기억의 부재, 인천교육청의 실패
  • 장한섬
  • 승인 2022.11.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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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장한섬 / 홍예門문화연구소 대표
2019년 기자회견

‘1999인현동 화재 참사’는 ‘세월호’로 재연됐고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 왜?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억정치의 부재 때문이다. 증후는 공권력의 부패와 무능으로 나타났지만, 본질은 조직과 시스템을 운영하는 리더 그룹이 집단기억을 학습하지 않고, 오히려 괴물로 변해버린 조직과 시스템의 기존 관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얼굴마담’으로 작동하며 기억해야 할 일을 기념행사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으로 집단의 리더(얼굴마담)가 교체되더라도 조직과 시스템은 새로운 인물로 뭔가 변한 것 같은 착각과 변할 것 같은 기대로 사람들을 속이며 관성을 유지하고, 이성과 사고력을 마비시켜 가짜 축제(관성과 집단으로부터의 일탈과 해방 없는 집단광기)의 소속감(소유욕)과 소비력(과시력)으로 사람들 특히, 청소년과 청년세대를 자본과 상품(핼러윈 데이, 빼빼로 데이 등등)에 매몰시킨다.

결과적으로, ‘1999인현동’과 ‘2014세월호’ 그리고 ‘2022이태원’ 참사는 공권력의 부패와 무능으로 일어나지만, 공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시민 세력을 길러내지 못하고 소비자만 길러낸 대한민국 공교육의 실패라 할 수 있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은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 이후 20년 넘게 지역의 집단기억을 스스로 망각했고, 집단기억을 위한 기록사업에 무심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을 이끌 리더를 길러내지 못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앙집권과 산업화를 위한 ‘납품교육’의 관성을 열심히 지키는 일을 해왔다. 영리가 목적인 기업의 부패와 무능은 소수의 범죄와 폐업으로 끝나지만, 교육의 부패와 무능은 공공을 파괴하고 미래까지 썩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시교육청은 실패했다.

 

인천의 납품교육 : 하청경제 · 마름정치의 매개체

인천시민은 인천에 살면서 자부심을 갖기 힘들다. 도시의 매력과 개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은 소설 『광장』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반공도시이자 산업도시에 머물러 있다. 인천의 정치인은 본연의 책무보다 인천을 발판으로 여의도와 상급 기관, 단체장으로의 비약을 꿈꾸고, 인천의 기업가는 혁신을 위한 투자와 모험 대신 헌신을 통한 서울 대기업 하청 유지를 보험으로 삼는다.

인천시교육청이 내세우는 ‘학생성공시대’는 이러한 정치역학과 경제구조를 외면한 공허한 수사이자 관성을 유지하는 세계관으로, 역대 인천시장의 시정 구호 '명품도시', '경제수도'처럼 비판과 분석 없는 비전이다. 결국 탈(脫) 인천과 in서울을 위한 입시교육의 허장성세다.

지역교육이 지역의 인재와 리더를 길러내지 못하면 지역경제는 종속되고, 경제적 종속은 정치 발언권의 배제로 이어지고, 발언권 배제는 공동체 해체로 이어진다.

 

집단지성은 집단기억으로부터 나온다

산업화 질주의 부작용은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와 인현동 화재 참사로 일어난다. 이때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산업화의 질주는 공동체의 질서를 위한 새로운 체제와 가치로 창조됐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관성을 유지한 채 성장을 외치며 성찰을 외면했고, 그 부작용은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 우리가 대면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지금 여기’와 분리된 선박과 장소가 아닌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산업화 체제(고효율과 상품 판매)의 부작용이다.

인천은 (위 참사 중 유일하게) 장소의 기억을 통한 집단지성으로의 확장이 가능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을 건립했다. 그러나 건립 과정 중 취지와 의미는 거세됐고 문화예술이라는 그럴싸한 간판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교육청은 아직 기회가 있다. 마름정치의 공학과 하청경제의 구조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고,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라는 ‘집단기억’을 위한 장(場)이 마련되었다. 그러니 ‘학생성공시대’를 부르짖지 말고, 인천시교육청의 실패를 직시하고 집단기억으로 공유하고 집단지성으로 행동하라. 지금, 그리고 앞으로, 여기 인천에 필요한 것은 학생성공이 아닌 건강한 시민이다.

인천시교육청 2022년10월-11월
인천시교육청 2022년10월과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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