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서 합천까지,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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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서 합천까지,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를 걷다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2.11.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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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 해인사까지 도보로 만행(萬行) 수행
30일 걸려 11월 11일 완주... "정식 순례길 만드는 데 앞장설 것"
강화군 선원면에 있는 선원사지 안내문. 선원사지는 사적 259호로 지정되었다.

팔만대장경 하면 합천 해인사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대장경 판각지였고, 이를 오랫동안 보관한 곳이 강화도 선원사였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 사적지(259)로 지정된 강화 선원사지. 이곳에 선원사가 있다. 선원사지는 1600여 년의 유구한 역사 가운데 고려 문화를 꽃피운 대표적인 사찰 선원사가 자리 잡은 터이다.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한국불교 최고의 성보라는 팔만대장경 판각을 위한 대장도감이 설치되었고 이를 보관하여 온 성지는 바로 선원사인 것이다.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를 따라 30일간 도보 수행을 한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 연 연구의 대가로 '연승'이라 불린다.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은 927일부터 1027일까지 장장 30일 동안 팔만대장경 이운(移運) 경로를 따라 강화 선원사에서 출발하여 합천 해인사까지 고되고 힘든 도보 만행(萬行)을 수행하였다.

스님은 만행길에 나서면서 선원사 복원, 국태민안, 평화통일을 염원하였다.

스님의 주요 도보 수행길은 강화 선원사에서 용산 지천사, 장호원, 충주, 문경새재, 고령 개경포, 성주 법주사를 거쳐 합천 해인사에 이르기까지 산 넘고 물 건너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스님은 그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자동차로 이동한다고 할 때 선원사에서 해인사까지는 무려 354.4km. 5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이다.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27일까지 강화 선원사를 출발하여 합천 해인사까지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 따라 도보 수행 중인 성원 스님. 차랑 통행이 빈번한 도로 걸을 때 경찰 안내봉이 안전을 지켜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성주 법수사 당간지주 이정표 앞에선 성원스님.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에 법수사도 있었다.
목적지인 합천 해인사에 도착하여 환영나온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였다.

스님의 30일간의 도보 만행은 어찌 보면 초인적인 수행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간중간 함께한 도반들도 있었지만, 거의 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발이 부르트고 힘든 것은 고사하더라도 무료하고 외로움도 대단했으리라.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었을까! 엄중한 염원을 담아 나선 길이라 끝까지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냈다.

팔만대장경은 국보 제32호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고려 현종 때 1011년에 새긴 초조대장경이 있었고,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되었다. 그 뒤 몽골과의 전쟁에서 불심으로 막아내자는 의지로 1251년에 다시 완성하였다. 이를 재조팔만대장경이라고 한다.

팔만대장경은 현존하는 세계 대장경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내용과 체재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교 자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목판 인쇄술의 발달수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고려 때 팔만대장경은 강화도에 대장도감을 남해, 거제, 진주 등에는 분사도감을 설치하여 16년간 판각하여 그 조판을 선원사에 집결하여 147년간 보관하였다. 조선 태조 7(1398)에 이르러 왜적 침입과 전란을 피해 합천 해인사로 옮기게 된 것이다.

성원 스님은 선원사의 복원을 위해 기도와 수행 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의 상징이기도 한 연에 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연 박사로도 유명하다.

지난 1111(). 선원사에서는 성원 스님 30일간 수행에 대한 노고와 뜻을 기리는 법회가 있었다.

스님은 수행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팔만대장경에 담긴 정신을 되새기면서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자기 자신도 더 강인해질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신비스러운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수행길에 작은 딱새가 응원이라도 하는 듯 늘 함께했다고 한다. 사라졌다 싶으면 어느 순간 따라붙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딱새는 귀에 익은 소리를 내면서 앞장서 날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도보 수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딱새의 은공이 한몫했다고 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큰 감명을 주었다.

스님의 도보 순례길에 동행한 딱새. 성원 스님은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수행하는 길에서 딱새를 사진에 담기가 만만찮았는데, 목적지인 해인사의 한 건물 용마루 끝 망와(望瓦)에서 녀석의 얼굴을 용케도 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스님은 법회 참석자들에게 그 예쁜 딱새 사진을 선물로 나눠주었다.

성원 스님은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를 따라서 누구도 하지 않은 도보 수행을 감행하였다. 이번을 계기로 선원사에서 해인사까지 정식 순례길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운 경로길에 대한 지도 작업을 이미 시작하였으며, 관련 지자체와도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매년 927일부터 1027일까지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길을 따라 순례 행사도 기획하려는 뜻을 피력했다.

3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무사 귀환을 기리는 보고회를 겸한 법회가 있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추모 천도재도 함께 했다.
법회가 열린 선원사 큰 법당.
고구려 북소리 연주로 스님의 귀환을 환영하는 행사가 있었다.

법회가 끝나고 드넓은 선원사지에서 뜻깊은 공연이 펼쳐졌다. "둥둥둥 두두둥!" 옛 고구려의 기상을 담은 한국시니어문화예술협회의 <고구려북소리> 공연이었다. 삼족오 머리띠를 한 예술단의 고구려식 옷 꾸밈새가 참 인상적이었다.

북소리에 실린 염원대로 팔만대장경 판각성지인 선원사가 제모습으로 복원되어 국태민안의 호국 사찰로 자리매김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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