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사는 모래쥐와 식물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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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사는 모래쥐와 식물은 행복할까?
  • 인천in
  • 승인 2022.11.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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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80화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는 절반만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절반을 ‘진리’라고 믿어버린다는 점입니다.

뜨거운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사람이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막에는 생물이 살 수 없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시선을 조금만 넓혀 살펴볼까요?

다음 글은 《나는 당신입니다》(안도현)에 소개된 최승호의 〈물렁물렁한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막의 모래쥐와 식물에게 1mm의 비는 반죽용 물과 같은 것이다. 연중강우량 1mm로도 모래쥐 새끼들이 태어나고 사막의 식물은 번식한다. 만약 내가 사막의 모래쥐로 태어났다면 1mm의 비에 기뻐했을 거다.

종교로 전쟁이 터지든 말든 나는 사막에서 1mm의 비를 기다렸을 것이며 긴 목마름 속에서도 나의 삶이 가난하다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조차 품지 않았을 거다. 아름다운 삶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추한 삶도 아닌 거다.”

그렇습니다. 내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 글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말합니다.

“사막에도 열악한 환경과 관계없이 수백 종의 동식물이 산다. 인간에겐 사막이 그저 쓸모없는 땅이지만,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에게는 천혜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리라.

사막쥐는 사막에 나무를 심는 등 녹화사업을 벌이려는 인간의 노력을 속으로 비웃거나 극렬히 반대할지도 모른다. 새만금 지역의 동식물도 같으리라. 사막쥐에게 사막이 있어야 하듯 바지락이나 꼬막에게는 개펄이 있어야 한다. 인간만 성스럽고 그들은 속된 게 아니다.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

맞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삶’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폄하하거나 왜곡해선 안 됩니다. 비록 우리가 인간이라고 해도 사막쥐를 바라볼 때만큼은 사막쥐의 입장에서 사막을 바라봐야 합니다. 시선이 확장된 이러한 생각이고 이런 생각과 태도가 우리의 인격입니다.

“그대로 두었으면 그 사람 목숨이 위험했을 거예요. 그래서 바로 그를 부축해서 어깨로 들쳐 업고 나왔습니다.”

2020년 6월 15일 mbc 뉴스에서 보도된 영국의 패트릭 허친슨 씨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기 위한 시위가 영국에서 한창일 때였습니다.

시위 현장 바로 옆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시위도 열렸는데 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한 백인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그것을 보고 흑인인 허친슨 씨가 달려가 그를 구한 겁니다.

뉴스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백인 부상자를 구한 허친슨 씨의 행동에 전 세계 언론들은 ‘인간성이 무엇인지 보여준 용기 있는 영웅’이란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웅이 된 소감을 묻자 허친슨씨는,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은 하는 평범한 할아버지’라고 답했습니다.”

이 뉴스가 나온 뒤 이틀 후 다른 매체(mbn)에서의 후속 보도에는 그의 인터뷰가 조금 더 상세하게 보도됐습니다.

“흑인 인권을 반대하는 백인을 왜 구했나?”

“난 그를 백인으로 본 게 아니라 그게 누구든 죽어가는 생명은 살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요즘 흑백대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흑백대결이라고 보지 않는다. 흑인들과 인종차별주의자들과의 대결이라고 본다.”

대단한 분입니다. 흑인은 열등하다고 외치는 백인들을 향해 어떻게 저런 관용과 용서를 보일 수 있을까요? ‘흑과 백’이란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삶’과 ‘생명’이라는 확장된 시선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선뜻 백인을 구한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시선을 조금만 더 확장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살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사막에 사는 모래쥐도 행복할 것이고, 바지락과 꼬막 역시도 개펄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물론 그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우리 역시도 조금이라도 더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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