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런 밥상'을 만들며 마을과 사람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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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스런 밥상'을 만들며 마을과 사람을 챙긴다
  • 정혜진
  • 승인 2022.11.29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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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45) 숭의 1.3동 수다스런 밥상 '그루터기'

이웃끼리 도란도란 둘러 앉아 밥 한끼 먹기 힘든 세상이다. 수다스런 밥상을 마주하다 보면, 마을 이야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에 애정도 갖게 마련인데. 밥상 나눔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화합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미추홀구 숭의 1.3동 '수다스런 밥상그루터기를 소개한다.

수다스런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그루터기'
수다스런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그루터기'

코로나가 길어지며 단절이 자연스러워 진 요즘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이 만나기 무섭고, 누군가 만나 밥 먹기는 더 무서웠던 시절도 끝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공동체의 회복과 관계의 회복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수다스런 밥상 그루터기 공동체다.

그루터기는 함께 하는 음식 만들기로 건강을 챙기며, 세상은 혼자가 아닌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공동체임을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 그동안 안고 있던 갈등도 화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며 규칙적으로 함께 식사를 하고 서로를 챙기는 문화를 마을에 확산시키고 있다.

그루터기는 매주 화, 목 일주일 두 번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지역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주민은 와서 사인을 하고 드시면 된다.

그루터기를 운영하고 있는 민후남 대표는 처음에는 20명 정도 예상을 했는데 하다가 보니까 더 많이 오시는 거예요. 그런데 누구는 드시고 누구는 안 드시게 할 수 없잖아요. 또 마을의 식사가 꼭 어르신들에게만 제공하라는 법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공동체 분들과 함께 고민을 해서 오시는 분은 누구나 드실 수 있도록 우리가 조금만 더 수고하자 라고 이야기가 되어서 거의 매번 50여분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고 가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민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며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마을의 화합과 갈등의 해소라고 이야기한다. 처음 이 사업을 진행할 때 어느 어르신이 오셔서 저 사람 있으면 나는 식사 안 해하고 획 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런가 여쭤 봤더니 수년전에 두 분이 싸우시고 사이가 안 좋으신 거예요. 그래서 서로 피해서 다니시며 식사를 하시곤 하셨는데 한번은 제가 모시고 여기서 식사하는 동안에는 서로 척지시면 안된다고 말씀 드렸어요. 계속 그러시면 식사 못하신다고 그랬더니 두 분이 화해를 하셔가지고 지금은 서로 안 오시면 챙기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 변화를 보고 우리가 마주보고 식사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라고 하신다.

 

매회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수다스런 밥상
매회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수다스런 밥상

그루터기는 평균 나이 60세 이상이 주축이 되어 지역에서 마을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모여 있다. 준비하는 내내 처음 해 보는 사업이라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다는 민 대표는 지역의 특성상 1인 가구가 많은 곳이에요. 처음에는 참여자 분들도 굉장히 어색해 하셨는데 지금은 동네잔치처럼 늘 시끌벅적 합니다. 또 오시는 분들이 한 번씩 함께 드실 것을 들고 오셔서 나눔의 즐거움도 실천하고 계세요. 처음 시작할 때와 마을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이 느껴지는 순간들이라 생각 합니다.” 라며 소감을 전한다.

매번 활동이 새롭다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50명이나 되는 이웃들의 식사를 일주일에 두 번 자원봉사로 제공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료는 마을밥상’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지원받고 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을 공동체에서 감당해야 한다.

"장을 보러 가야하고, 장을 봐서 실어 와야 하는데 교통비도 지급이 안 되는 현실이에요. 그래서 이런 걸 다른 선생님께 부탁도 드리지 못하겠고 제가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대량의 식사를 만들다 보니 가스비도 많이 들고, 전기세며 물세며 들어가는 것들이 많은데 사업 예산으로 사용하는 건 식사재료가 끝이니까. 나머지는 다 자부담하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예요."

이렇다 보니 함께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이 고무장갑이 찢어질까 걱정하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다.

"저희가 60대 이상으로만 구성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지역에 젊은 분들이 별로 없어서예요. 경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마을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거의 50대 이상 이더라고요. 사실 지역주민과 밥 같이 먹는 게 좋긴 하지만, 얼마나 내가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을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를 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다. 사업을 기획할 때 꼭 필요한 부분에 예산이 사용될 수 있도록,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그 깊은 속내를 헤아려 주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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