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 영화관이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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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 영화관이 있어서 다행이야.”
  • 김시언
  • 승인 2022.12.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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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이야기]
(11) 강화 작은 영화관
강화 작은 영화관은 문예회관 2층에 있다.

인천 남동구에 살 때는 영화 보기가 무척 쉬웠다. 집에서 10분만 걸어가면 CGV가 있어서 꼭 보러 가야겠다는 다짐 없이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무려 상영관이 14관이나 되고 2,828석이나 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골라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돈이 없지 영화는 늘 차고 넘쳤다.

영화관은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곳에서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문화적인 호기심과 갈증을 채우기도 했다. 그 동네에 약속이나 볼일이 있어 왔다가 시간이 남으면 영화 한 편 보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영화를 보는’ 일이 무척이나 쉬웠다.

강화에 이사 와서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 한 편을 보는 일이 도무지 간단치가 않았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구월동이나 주안, 동인천까지 나가야 했다. 아니면 김포 고양 파주를 가야 했고,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그때 몰아서 봐야 했다. 아니, 영화 한 편을 보는 일이 이렇게 어렵나.

그러다가 2015년에 강화읍에 ‘강화 작은 영화관’이 생겼다. 영화관이 생겼을 때, 몹시 기뻤다. 드디어 강화섬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따로 일정을 잡아서 섬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니, 참으로 평범한 일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드디어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영화관이 없었다면 아마 이번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2>도 계속 미뤘을지 모르겠다. 보나 마나 나중에 구월동에 나갈 일이 있으면 봐야지 하다가 놓쳤을지도 모를 일.

 

2층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2층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강화에 영화관이 있어서 다행이야.”

지난주에 지인들과 함께 <아바타2>를 봤다. 한 줄에 쪼르르 앉아서 팝콘과 음료수를 먹으면서 단체관람을 했다. 십여 년 전 <아바타1>을 봤을 때 감흥이 커서인지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고, 때마침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작스럽게 번개모임으로 함께 보게 되었다. 평일 저녁 일곱시에 시작한 영화는 열시가 넘어서 끝났다. 그때 우리가 본 시각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날은 무척 추웠지만 모처럼 한겨울밤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다.

“강화에 영화관이 있어서 다행이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일행 중 한 명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은 까닭은, 만약에 다른 지역에 가서 영화를 봤다면 돌아오는 길이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게다가 일부러 영화를 보러 다른 도시로 나가기도 하지만, 꼭 봐야지 하면서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점점 그 날짜가 밀려 결국 영화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흔했다. 작은 영화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늘 그랬다.

 

영화 티켓을 사거나 팝콘과 음료수를 사려는 사람들.

 

개봉 영화를 챙겨볼 수 있어

강화에는 하나밖에 없는 개봉관인 강화 작은영화관은 강화문예회관 2층에 있다. 강화읍 고비고개로 19번길 12. 상영관 하나에 87석. 강화 사람들에게 소중한 문화공간을 제공하던 영화관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때 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2년 만인 2022년 6월에 문을 다시 열었다. 이때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늘 언제 여나 학수고대했다. 어쨌든 다시 문을 열어 다행이다.

작은 영화관은 상영관이 비록 하나지만 시간대별로 다양한 최신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강화사람들은 시간이 남을 때나, 꼭 봐야 할 영화가 있으면 챙겨볼 수 있게 됐다. 시간대별로 잘 챙겨본다면 다양한 최신영화를 보는 것은 보장돼 있다.

2015년 작은 영화관이 문을 열었을 때, 그때는 강화섬에 23년 만에 영화관이 들어선 거였다. 23년 만이라니, 그때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꽤 놀랐다. 참으로 오랫동안 영화관이 없었구나.

강화에 영화관이 처음 들어선 때는 1963년이었다. 강화읍 남산리에 ‘강화극장’이 세워져 첫해에 16만 명이 들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사람이 줄어 1992년 한 해에는 1,200명이 들었고, 결국 적자로 문을 닫았다. 이 영화관은 상영이 끝난 영화를 다시 보여주는 재개봉 영화관이었다. 그 다음에 들어선 ‘중앙극장’은 1983년에 강화중앙시장에 세워졌다. 이 극장도 적자가 발생해 문을 연 지 5년 만인 1988년에 문을 닫았다.

이렇게 두 군데 극장 문이 닫히고 20년이 훨씬 지나서 ‘작은 영화관’이 탄생한 것이다. 이 ‘작은 영화관’ 사업은 당시 문화체육부 사업으로서, 당시 영화상영관이 없는 전국 109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작은 영화관’ 공모 때 채택이 돼서 생겨났다. 즉 ‘영화 향유권 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으로 ‘작은 영화관’이 생겼고, 강화사람들은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014년 당시에 작은 영화관에 전국 8개 자치단체가 선정됐는데 강화군이 그중 하나였다. 이로써 작은 영화관은 2015년에 문을 열었다.

 

영화 한 편이 끝나고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영화 한 편이 끝나고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영화 보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강화 인구는 69,805명(2022년 11월 30일 기준)이다. 195명 모자란 7만 명이다. 필자의 지인 가운데 하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작은 영화관을 자주 찾는다. 그는 무엇보다도 강화섬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영화가 늦게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까워 다행이라고 하는데, 작은 영화관이 없을 때는 김포로 자주 나갔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이 정말 편하다. 강화 밖에서 영화를 보면 언제 집에 가나 하는 생각에 몹시 불편했다. 게다가 비용도 아주 절감해서 좋다”고 했다. 말하자면 자동차 기름값, 밥값을 써야 해서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영화 한 편 보기가 부담스러웠단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 보는 비용만 있으니 되니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작은 영화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다. 가격도 착하다. 2D 영화 6천원, 3D 영화 8천원, 학생 군인 경로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2D 5천원이다.

월요일 오후,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한차례 빠져나가자 곧바로 다음 영화를 볼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속속 들어왔다.

 

다음에 상영될 영화 포스터.
다음에 상영될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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