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관극장 보존·활용 2년 넘도록 논의만 되풀이
상태바
애관극장 보존·활용 2년 넘도록 논의만 되풀이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1.03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 이슈] 해 넘긴 애관극장 공유자산화 논란
애사모, 공공매입 동력 찾기 재점화나서
시, “내부적 검토중” 입장만
개항장 문화벨트 거점으로 활용 소문 고개
애관극장 전경
애관극장 전경

애관극장에 대한 공유자산화를 둘러싼 논의가 또 다시 해를 넘겼다.

128년 역사의 국내 최초 실내극장을 보존·활용해야한다는 논의가 2년 넘도록 여전히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인천시민사회는 지난해 말 ‘애관극장 공유자산화 방안을 찾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중단된 공공매입의 동력을 찾기 위한 불을 지피고 있으나, 인천시는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는 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유정복 시정부가 초인류도시 기획 프로젝트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에 애관극장 활용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 일면서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극장 활용 재점화한 애사모

시민사회에서 애관극장 살리기를 주도해온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하 애사모)은 보존 논의를 다시 공론화하기 위해 지난 달 7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애관극장 공공자산화를 위해 다수가 공동소유하고 발생하는 이익이 지역사회 전반에 흘러들어가는 시민자산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윤기형 영화감독은 인천시가 애관을 매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제물포 르네상스와 글로벌 영상문화 중심도시 첫퍼즐로 애관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즉 인천영상의 거점시설로 극장을 활용, 국립영화박물관과 개항장 근현대거리 오픈세트장, 제작사 입주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애사모가 이번 토론회를 연 이유는 민선8기 시 집행부가 바뀌면서 그 이전 논의해오던 극장활용 사업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판단에서다.

극장 활용방안에 대해 시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 의견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한편, 애사모를 시민조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극장보존을 위한 전국 서명운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희환 애사모 대표는 “애관은 근대문화의 살아 있는 자존심으로 수많은 인천시민과 호흡했던 곳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며 “시가 초인류도시를 지향하려면 문화적인 기본가치를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매입이 부담이 된다면, 민간자본을 모아 제3의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애사모 주최로 열린 공유자산화 방안 찾기 전문가 토론회 모습. (사진제공=애사모)
지난달 7일 애사모 주최로 열린 공유자산화 방안 찾기 전문가 토론회 모습. (사진제공=애사모)

□ 시, 활용방안 있나

애사모측이 민선8기 들어 애관극장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기류가 바뀌었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그동안 경과를 보면 수긍이 간다.

2022년 4월 시는 시민단체와, 인천영상위원회, 애관극장과 함께 ‘애관극장 보존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극장 보존에 필요한 행정·재정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2021년에는 ‘애관극장 민간협의체’를 구성하고 보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시 주최로 ‘공공자산 취득 당위성과 활용방안’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시는 극장 가격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인 공공매입 의지를 보였다. 이때 극장주와 가격 협상이 진척되면서 매입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곧바로 시는 9월부터 3개월동안 △가치평가 △기본계획 활용방안 △시민의견 수렴 등 3가지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용역 결과 역사적·사회적·문화적 가치에서는 ‘보존을 위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으나 건축적 가치에서 ‘자료부족으로 정확한 조사를 전제로 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시는 공공매입 신중론 쪽으로 태도를 바꾼 듯 했으나, 4월 들어 시를 포함한 4개 단체가 보존·활용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다시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여기까지가 민선7기 상황이다.

그러나 이후 애관극장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를 보였다.

집행부가 바뀌면서 태도가 달라졌다는 애사모의 지적에 대해 최근 시는 정책 결정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애관극장 활용방안을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1월 중 가닥을 잡아 공개할 예정”이라고 태도 변화 지적을 반박했다.

한편에서는 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에 애관극장 활용방안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개항장을 시작으로 배다리 문화예술거리를 잇는 문화벨트의 중간 거점으로 극장을 활용할 경우 장소적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도시재생 관점으로 전국 도시마다 오래된 극장(시네마)을 공공매입 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더한다.

이와관련 지역 인사는 “100여년전 서울의 내로라 하는 극단이 당시 ‘축항사’에 와서 공연을 했다는 사실에서도 보듯 문화사적, 연극사적, 연희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임에 분명하다”며 “한 세기전 융성했던 장소를 다시 살리는 것이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 남겨진 논란

애관극장 활용을 위한 일련의 추진과정과 관련, 지역 일각에서는 공론화 과정이 생략됐다고 지적한다.

128년된 국내 최초의 영화관으로서 역사적 가치는 충분히 인정하되, 시가 공공매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다.

시설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전제로 리모델링를 포함한 건축비, 연간 운영비 등 세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다.

한 문화계 인사는 “매입 다음단계에 대한 고민이 선행, 어떤 콘텐츠로 지역내 문화벨트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로 추진한다면 자칫 물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시가 극장 활용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시민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애사모의 입장에 귀 기울일 수는 있으나 시민전체가 공감하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사모의 의견을 시민사회로 확장하기 위해서 시가 반드시 공론화에 나서야한다고 제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