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미술관 인천 유치 추진 논란... 실현가능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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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미술관 인천 유치 추진 논란... 실현가능성 “글쎄”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1.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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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슈]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 놓고 지역 문화계 '시끌'
유정복 시장 깜짝 발표에 “일방 추진” 지적 일어
문화예술계 “인천시립미술관 건립부터 집중할 때”

“문화예술을 놓고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구호주의’의 전형이다”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프로젝트를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이 발표부터 하는 것은 안된다”

“지금은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사업부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유럽 방문 중 전격 발표한 프랑스 퐁피두미술관 분관 인천유치를 놓고 지역 문화예술계는 한결같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데다 타당성과 당위성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특히 발표 당시 부산시 추진 사업을 뒤늦게 인천시가 가세하면서 지자체간 경쟁구도를 조성, 미술관 몸값만 부풀리고 말았다는 지적에서도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사업 추진 부서도 현재 특정되지 않은 채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청이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여 과연 추진은 이루어질 런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퐁피두미술관을 방문한 유정복인천시장. (사진제공=인천시)
지난해 11월 파리 퐁피두미술관을 방문한 유정복인천시장. (사진제공=인천시)

□ 깜짝 발표

퐁피두미술관 인천 유치는 유 시장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파리 순방시 퐁피두센터에서 로랑 르봉 관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 시장은 인천 분관 설치를 요청했고, 시가 이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유 시장은 "인천은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을 가진 대표적인 국제도시로 퐁피두센터가 인천에 진출하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에 퐁피두센터의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유 시장은 귀국 즉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산시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산시에서 뺏어오겠다는 게 아니라 인천시가 유치에 최적지라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추진 의사를 밝혔다. 즉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를 통해 국제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하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신년 들어 지난 11일 ‘새얼아침대화’에서 유 시장은 취임 후 추진해온 사업 성과를 설명하면서 프랑스 순방시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문제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복기했다.

그럼에도 사업을 담당할 인천시 전담부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시는 추진부서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지목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파리 순방이후 내부적으로 추진을 검토, 경제청이 담당하기로 조정했다”며 “현재 시에 담당부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청의 입장은 다르다. 사업 추진을 전제로 내부 전략을 검토하고는 있으나 실무는 시가 맡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자유규역청 관계자는 “유 시장의 의지가 적극적이므로 퐁피두미술관측을 상대로 투자를 끌어내는 일은 경제청이 해야한다고 본다”며 “단 예산 등 실무는 시가 전략을 짜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경제청의 몫”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1월21일 시청 기자실에서 해외출장 성과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1월21일 시청 기자실에서 해외출장 성과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무조건 반길수 만은 없어”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계는 한결같이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 이유로 ▲건축비와 브랜드 사용료, 작품 대여비, 운영예산 등 천문학적 비용 ▲연계 인프라 조성을 위한 능력 부재 ▲퐁피두미술관측 의지 불확실 ▲여론 수렴 과정 없는 일방적인 추진방식 등을 꼽았다.

우선 천문학적 예산 문제는 유 시장의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돼왔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루브르박물관이나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를 목적으로 ‘글로벌 미술관 분관유치 타당성 용역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사비를 포함해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 사업을 보류한 사례가 있다. 즉 건설부지와 건설대금, 로열티, 작품대여료, 운영 관리비 등 수천억대 비용이 드는 사업으로 판정나면서 공항공사는 자체 미술관 조성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문화기획전문가는 “퐁피두미술관은 프랜차이즈식으로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소장한 작품을 자국에서는 무료로 개방하는 대신, 다른 나라로 가져갈 때는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항공사가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문화예술 향유지 변신을 위한 마케팅 차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해볼 만 하지만, 시가 추진하기엔 가성비가 너무 낮다”고 부연했다.

미술관 유치에 앞서 연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는 빌바오라는 도시가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뜬 것이 아니라 미술관이 화룡점정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든다. “분관 유치 이전에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먼저 돼야한다”며 “미술관을 건립할 경우 지속적으로 창조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둘러싼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 지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에서는 지역 문화예술계 의견 수렴없이 선언하듯 유치를 발표한 시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술관 분관 유치를 공표하기까지 지역내 문화예술인과 논의하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을 꼽는다.

이번 사업이 시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셈법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문화기획자는 “세계적인 미술관을 인천에 가져온다는 사실에 대해 시민들은 충분히 반길 만하다”며 “단 예술경영 정책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면 기대감을 걸 수 있겠으나 단순이 정치적 핫이슈를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퐁피두 측이 과연 인천유치 의사가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종서 인천알리앙스프랑세즈 원장은 “인천에 오는 것은 글로벌 문화도시 확장이라는 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프랑스 측이 사업을 쉽게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추진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의 문화전문가는 “사업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시는 국제적인 안목을 지닌 전문가를 먼서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더했다.

 

□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부터

문화예술계에서는 퐁피두미술관 분관에 앞서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광역시를 넘어 청주 등 중소도시까지 시립미술관이 건립되고 있는 상황에 인천은 여전히 ‘건립중’이라는 사실에 화살을 돌렸다.

차기율 인천대 교수는 정책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는 데 동의했다. “지금은 시립미술관 운영을 위해 미술품 수집과 아카이빙을 고민할 때”라며 “건물만 짓는다고 시립미술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립미술관이 들어서는 인천뮤지엄파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결정됐다는 점을 들어 본격적으로 건립추진단을 발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시립미술관 개관을 위해 올해가 중요한 시기로 추진동력을 내기 위해 시 담당부서 단위를 넘어 전문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파리 퐁피두센터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파리 퐁피두센터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 퐁피두 미술관은…

퐁피두센터는 루브르, 오르세와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지난 1977년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이 플라토 보부르 지역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건립됐다.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소장, 피카소 칸딘스키 마티스 샤갈 미로에 이르는 작가 작품을 13만 점 보유하고 있다. 또 근·현대미술관과 공공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5년 스페인 말라가에 첫 분관 설치 후 2017년 중국 상하이, 2018년 벨기에 브뤼셀 등에 해외 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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