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전시하고 싶은 공간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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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전시하고 싶은 공간 됐으면”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2.08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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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9) 갤러리 벨라 이춘자 관장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구조 장점”
지난해 중구 개항장거리에서 갤러리 3곳이 문을 열었다. 동구 배다리거리는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문화공간이 확 늘었다. 이들 공간은 특유의 색깔들을 입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in은 이곳들을 포함, 곳곳에서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공간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시작한다. ‘예술 공작소를 가다-아트 & 숨’이라는 문패를 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간다.

 

개항장거리 인천아트플랫폼과 중구청 사이 골목길에는 작은갤러리가 저마다 의 색깔로 전시를 펼쳐가고 있다. 그들 중 한곳으로 ‘갤러리 벨라’가 존재감을 내고 있다.

문을 연 것은 지난해 3월로 아직 1년이 채 안됐지만, 그동안 벨라에서 작품을 건 작가가 무려 300명에 육박한다. 그동안 열심히 갤러리 본연의 역할을 해왔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3월8일 시작한 개관 기념전에는 작가 100명을 초대했습니다. 인천은 물론이고 서울, 전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불렀습니다. 개인적으로 맺어온 인연을 십분 활용했죠. 대부분 쾌히 응낙해주셔서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갤러리를 꾸미고 직접 운영에 나선 이춘자 갤러리 벨라 관장이 지난 봄을 회고한다.

갤러리를 열기 전까지는 전업작가로 활동한 그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개인전과 단체전을 펼쳐왔다. 시작은 작업실겸 본인 작품을 거는 상설전시장을 염두에 뒀다. 막상 갤러리를 꾸미다보니 개인 공간으로 쓰기에는 차고 넘쳤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갤러리를 열고 싶다는 꿈을 지니고 있었죠. 몇 년전 근처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초대전을 했는 데, 그 때 이미 이 동네에 빠져버렸습니다.”

그후 개항장거리에서 공간을 찾아다녔다. 2층 가옥을 보자마자 마음이 동해 서 바로 건물을 구입했다. “물론 자금이 문제였지만 남편이 말그대로 물심양면도와줬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원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데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거리 작가들이 열성적으로 그를 도왔다. “공사 현장에 저보다도 더 많이 나왔을 겁니다.”

공간 콘셉트는 애초부터 전용 갤러리로 정했다. 주변에서는 카페를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고집을 부렸다.

“‘오직 갤러리’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야 작품이 잘 보일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공간을 들이면 아무래도 작품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테니까요.”

 

그렇게 연 개관전에서 작가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호응, 판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관람객이 오셔서 공간이 유럽형 갤러리 같다고 칭찬도 주시고 작품도 구입하셨어요.” 그 후 지금까지 단골 관람객이 됐다.

첫해는 그룹전에 중심을 둔 기획전을 이어갔다. 이유는 더 많은 작가들에게 갤러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중견작가와 조각가를 초대한 ‘찬란한 봄전’,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그룹전, 8.15광복절에는 한국화전 등 장르별, 주제별 다양한 기획을 실행했다. 대관전시는 1주일 단위로, 기획전은 2주일 단위로 쉬지 않고 작품을 걸고, 또 걸었다. 그렇게 이어온 전시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20여회에 이른다.

“친구와 지인들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대학원 동기와 제가 활동했던 부평미술인회는 2년간 대관전을 계약하고 선금을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갤러리를 꿈꾸게 된 출발은 대학원 졸업 무렵이다. 사실 남들보다 대학원은 한참이나 늦었다. 미술대학에 진학했지만 한 학기를 다니고 학과를 옮겼다. 흔한 이유지만 미대는 장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림에 대한 갈망은 40대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수채화부터 유화까지 처음 출발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나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죠. 시간이 갈수록 내 색깔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결국 대학원에 진학했다. 나이는 5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같이 공부하던 20대 대학원 동기들은 유학을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다녀오면 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펴주겠다고 약속했죠. 이미 그 때부터 갤러리를 열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로만 활동하던 그가 겁 없이 갤러리를 열 수 있었던 데는 대학원 졸업후 인천시평생학습관에서 도슨트 큐레이터로 3년간 쌓은 경력이 바탕이 됐다.

“전시작품 설명은 물론이고 작품 설치까지 맡다보니 운영에 대한 실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갤러리 2년차를 맞는 올해에는 그룹전보다 개인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달 들어서는 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진작가를 초대, 일명 ‘청년작가 응원전’을 열고 있다. 봄에는 청년작가 조각전을, 여름에는 40대 작가를 초대하는 기획전을 구상중이다.

“하고 싶은 기획전이 많아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1년을 해보니 올해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모든 것이 온전히 작가들을 위한 관점에서 비롯된다. 역시나 이 관장의 대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갤러리벨라는 ‘작가주의’를 지향합니다. 공간도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그래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구조라고 내심 자부합니다. 작가들이 한번 전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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