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출발, 견고한 터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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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새 출발, 견고한 터 잡기
  • 유미경
  • 승인 2023.03.17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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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유쌤의 알콩달콩 교실이야기]
(3) 새학년 새출발의 문턱에 서서 – 유미경 / 인천간재울초교 교사
23평 초등학교 교실, 그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알콩달콩 다양한 삶, 그 우주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3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나대는’ 유 선생 나대유쌤과 아이들의 동거 이야기입니다. 교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서 연재합니다.

 

 

3월 하면 떠오르는 말은 무엇인가요?

초등 교사인 필자에게 있어서 3월 하면 떠오르는 말은 ‘새 학년 새 출발’이라는 말이다.

3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같은 학생들을 연이어 두 해 이상 지도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필자는 30여 번의 아쉬운 헤어짐과 새로운 만남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새 학년 새 출발이라는 표현은 흔히들 가슴 벅찬 희망을 담고 있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교사와 해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학생들의 3월은 어떠할까?

그것이 어느 쪽이든지 마냥 희망차고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만남은 설레임의 크기 만큼 그 만큼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면 이런 헤어짐과 만남에 내성이 생길 만도 하건만, 교직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세월의 무게만큼 헤어짐도 더 힘들고, 또한 새로운 만남에 대한 부담감도 배로 드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2023년 3월 2일 어김없이 스물 여섯명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서 또 한 번의 ‘새 학년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일면식도 없었던 아이들 스물 여섯명과 교사 한 명이 3월 2일 한 반에 퐁당 들어와서 한 학급이 된 것이다. 나는 학급 담임으로서 이러한 아이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한 해를 살아가야 하는 한 학급의 가장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학급 살이는 어떠할까?

혹자는 말 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급 살이가 뭐 별거 있겠냐고?

그러나, 여느 살이가 그러하듯, 학급 살이도 학기 초에 그 터를 견고하게 다지지 않으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사상누각처럼 급하게 모래성을 쌓았다가는 학급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고 학급에는 수많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게 되는 것이 흡사 건축물과도 같다는 생각이든다. 늦더라도 더디더라도 견고하게 기초를 충실히 다지고 갔을 때 그 건물이 안전하고 오래 가는 것처럼 ... 학급 살이 역시 그러하다.

이렇듯 중요한 견고한 터 잡기 기간이 바로 3월이다. 그래서, 3월은 그 여느 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이에 필자는 4학년 아이들과 ‘첫 만남’ 프로젝트를 통해, 새 학년 새 출발, 견고한 터 잡기를 위한 알콩달콩한 학급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내 반에서 함께 생활할 때 적어도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교실에 머무르는 순간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첫 만남’의 시작을 서로의 이름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만들어 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추 ‘꽃’의 일부)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이름표를 자신의 개성이 듬뿍 들어가게 꾸미고 책상 한 쪽에 삼각형으로 붙여두는 활동을 했다. 완성된 자신의 이름표는 사진을 촬영하고 페들랫(padlet, 실시간 협업 웹 플랫폼)에 올린 후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어떻게 이름표를 꾸몄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자신의 이름에 표현한 아이도 있었고, 자신의 이름의 글자 한 자 한자에 떠오르는 낱말을 그림으로 표현한 아이,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을 이름과 함께 표현하는 아이, 자신의 특징을 표현하는 아이 등 ...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개성 넘치는 이름표 소개를 듣다 보니 아이들은 어느샌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꽃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나무 꾸미기
이름표 꾸미기

이름을 알았으니, 다음은 무엇을 할까?

 

자신을 소개하는 나무 꾸미기

자신에 대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그래서 나에게는 이러 이러한 행동은 삼가해주라는 내용을 쓰고 자신을 소개하는 나무를 완성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기들 방식대로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다보니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는 것 같았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 같다. 내친김에 아이들이 자신을 소개한 내용으로 골든벨 문제 풀이도 해보았다.

역시나 게임을 하면서 친구 이름을 기억해보니 더 재밌어 하는 것 같았고, 자신의 이름이 문제의 답이 되었을 때,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써서 골든벨 판에 적고 흔들어 댈 때 ... 정답이 맞았다고 아우성을 칠 때, .. 아이들은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해 보인다. 바로 그 순간 꽃이 되었으므로....

자신을 소개하는 나무 꾸미기
자신을 소개하는 나무 꾸미기

 

장래 희망 소개하기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은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자신이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의 이미지를 그린 후 꿈나무에 붙이고 소개하는 간단한 활동을 했다. 매해 학기 초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들을 때면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 유튜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장래희망 소개하기 꿈나무
장래희망 소개하기 꿈나무

 

학급 규칙 만들기

마지막으로 견고한 터 잡기의 가장 중요한 학급 규칙 만들기

학급 규칙은 학생들이 스스로 우리 학급에서 꼭 지켰으면 하는 규칙, 한 가지를 포스트 잇에 적어서 제출하고, 그 중 많은 의견이 나온 규칙들을 학급 규칙으로 선정했다.

잘 지키라고 약속하며 만든 규칙이지만 항상 예외는 있는 법,

우리가 만든 규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렇게 하여 우리 반 학급 규칙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학급 규칙은 앞으로 1년 동안 학급을 운영하는 근간이 되어 줄 것이다.

학급 규칙 만들기
학급 규칙 만들기

이렇게 새 학년 새 출발, 견고한 터 잡기를 끝마쳤고, 다시 또 한 번의 안타까운 헤어짐의 순간에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이해하며,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보려 한다. 스물 여섯명의 아이들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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