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대대’로 불리던 김대경, 흥국생명 1위 등극 숨은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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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대대’로 불리던 김대경, 흥국생명 1위 등극 숨은 공신
  • 최림 객원기자
  • 승인 2023.03.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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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감독, 단장 동반 사퇴로 흔들린 선수단의 든든한 버팀목
좌초 위기 수습하며 감독 대행 기간 7할 승률로 시즌 첫 1위 견인
이탈리아 출신 아본단자 감독 선임으로 다시 코치 자리로 복귀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웃는 것도 아니고 화난 것도 아닌. 감독대행 초기 김대경 코치는 경기 중 코트에서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처럼 불편한 듯 보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높은 승률로 팀을 시즌 첫 1위로 견인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모르긴 몰라도 이제는 그나마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월 초부터 223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길지 않은 본인의 지도자 생활 중 가장 버라이어티한 날들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지난 18부터 222까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으리라그는 지난 223일 도로공사 경기부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경기 중 내내 벤치 앞에 서서 경기를 지휘하던 모습에서 벤치에 앉아서 감독의 지시를 받는 위치로 돌아갔다.

감대대(감독 대행의 대행이란 뜻)라 불린 흥국생명 김대경 코치 얘기다.

흥국생명 구단은 사실 새해 벽두부터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12()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상 유례없는 감독과 단장의 동반 사퇴가 발표됐고, 15() GS칼텍스 전은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경기를 지휘했다. 그러나 1경기 만에 이영수 감독대행도 물러났다. 그 뒤 구단에 의해 감독으로 발표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은 여론의 부담을 느껴서인지, 부임을 고사하고 팀에 합류조차 하지 않았다.

시즌 시작 전 세번째 코치였던 김대경 코치가 구단의 허튼짓으로 인해 등 떠밀리 듯 감독 대행이 비운 자리에 서게 됐다. 감독 대행의 대행이었다. 어찌 보면 흥국생명이 프로 스포츠 구단이라는 격에 맞지 않는, 아마추어보다 못한 운영을 하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김대경 코치의 감대대 신분이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흥국생명이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감독을 내쳤지만 그래도 프로구단이니만큼 후임 감독의 빠른 선임 등 기본적인 문제 수습 능력은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기대마저도 사치였다프로 구단이 맞는지 한심스러울 따름이었다.

결국 18IBK기업은행 전부터 219() GS칼텍스 전까지 10경기 동안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이는 김대경 코치 아니 김대경 감대대였다.

 

맨 뒷줄 아본단자 감독 옆에선 김대경 코치(사진=흥국생명 배구단)
기분 탓일까? 맨 뒷줄 아본단자 감독 옆에선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 시절과는 달라 보이는 편안한 미소로 정규리그 1위 기념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흥국생명 배구단)

1987년생인 김대경 코치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2009년에 현대캐피탈에서 데뷔해 2011년까지 두 시즌 동안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고작 7경기만 뛰었다. 2016KGC인삼공사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2021년까지는 IBK기업은행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흥국생명에는 2022년에 합류, 권순찬 감독, 이영수 수석코치를 보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본인이 흥국생명에서 모시던넘버 1, 넘버 2 모두가 떠난 이후 써드코치였던 김대경 감독대행의 업무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았다.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경기 전 연습을 위해 공을 때려주는 등 기존 코치 업무는 물론이고 상대 분석 회의, 경기 전후 언론 상대 인터뷰, 작전 타임, 비디오 판독 신청 등 사령탑이 해야 할 낯선 일도 그의 몫이었다. 경기 중 위기 상황에서 흐름을 끊기 위해 부른 작전타임에서도 안쓰러우리만치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규정에 따라 또 뜻하지 않게’ 1월 말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더 어색한 Z-스타 여자부 감독직까지 수행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김대경 코치의 감대대 시절은 물밀듯 쏟아지는 업무 외에 선수들과의 관계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인 스타인 김연경에게는 겨우 1년 선배로 다른 여느 팀의 감독과 선수간 통상적인 경력 차이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게다가 학창 시절 우연히라도 만나면 누나라고 불렀을 김해란은 고향(울산) 3년 선배로 감독 대행 보다 나이 많은 선수였다경력과 나이를 우선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소위 말해 영이 안 서고, 말발이 안 먹힐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믿고 따라줬고, 김대경 코치는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 흥국생명이 치른 정규리그 36경기 중 김코치가 지휘했던 10경기에서 팀이 만약 구심점을 잃고 무너져버렸다면 지금의 순위표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4년 만에 정규리그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경사에 당연히 김연경, 옐레나, 김애란 등 선수들의 노고가 가장 두드러질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위기의 순간 중심을 잡고 묵묵히 버팀목이 돼 준 감대대김대경 코치의 지분을 잊으면 안 될 듯하다. 김코치는 감대대로 치른 10경기 동안, 73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215() 페퍼저축은행전에서 3-0 완승을 챙기며 106일 만에 선두에 올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은 홈팬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그 뒤에는 모두 알다시피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부임해 223일 도로공사 전부터 7경기(52)를 맡아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쳤다.

오는 29()부터 시작될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승리를 위해 선수들과 코트에서 땀을 흘리며 제 몫을 해낼 김대경 코치에게 응원의 박수와 함께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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