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에 현대 감각을 되살린 고쿠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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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에 현대 감각을 되살린 고쿠라성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4.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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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2] 고쿠라성에서 느낀 일본인들의 청결함
고쿠라역
고쿠라역.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있는 철도역이다. 가까운 거리에 고쿠라성이 있다.

일본 도착 후, 우리 첫 여행지는 일본 규슈 고쿠라성. 하카타역에서 고쿠라역까지 기차로 50여 분 이동하였다. 고쿠라성은 고쿠라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로 가까웠다.

우리는 일본 상가도 구경할 겸 천천히 걸었다. 거리가 참 깨끗하다. 지나가다 들린 아케이드 상가 또한 너저분하지가 않다. 일본인들의 정갈한 습성은 길거리는 물론 상가에서도 볼 수 있다.

거리도 너무 깨끗하였다.
거리도 너무 깨끗하였다.
고쿠라성 가는 길에 만난 상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지만 참 깨끗했다.
고쿠라성 가는 길에 만난 상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지만 참 깨끗했다.

얼마 가지 않아 하얀색 건물의 고쿠라성이 눈에 띈다. 앞에 해자를 두고 튼튼한 성벽 위에 세워진 성이 우람하다.

13세기 중엽 평야지대에 세워진 고쿠라성은 복원되어 기타큐슈시의 상징처럼 된 성이다. 상점, 식당,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갖춘 복합상업단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특히 무라사키강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는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 같다.

산책하기 좋은 무라사키강이 흐르고 있다.

현재 고쿠라성은 이전의 성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이는 단순했던 원래의 성을 충실하게 재건하기보다는 심미적이고 매력적인 형상으로 바꿔 짓기를 했기 때문이다. 어쩐지 현대적인 멋이 풍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쿠라성의 위용.
고쿠라성의 위용.

우리는 성안 구경을 생략하고 잘 정비된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지금쯤 벚꽃이 만발하였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벚나무가 많지 않았다. 눈에 띄는 벚나무에서는 이제 막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일본 하면 봄엔 온통 벚꽃이 피어 여기저기 하얀 꽃비가 내리라 생각했는데, 벚나무가 그리 흔하지 않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 벚꽃인가 싶을 정도이다. 일본 사람들이 지금 막 피어나는 우리나라 벚꽃을 보면 벚나무 본고장이 자기네가 아니고 한국이라 여기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방문한 때(3월 18일), 고쿠라성 공원에 벚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벚꽃이 정말 멋들어졌다.
아름다운 벚꽃이 정말 멋들어졌다.

그래도 본고장에서 아름다운 벚꽃을 보니 반갑다. 봄을 먼저 느껴보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고쿠라성의 잘 닦인 길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도시대의 서원과 정원을 재현하였다고 하는데, 전통 일본식 정원이라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쿠라 야사카 신사.
고쿠라 아사카 신사.
고쿠라 야사카 신사. 건물 모양이 독특하고 금줄 같은 것이 처져있다.

성 옆에 있는 고쿠라 야사카 신사는 400여년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일본 신사는 우리나라 종교시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큰 금줄을 쳐놓은 것도 특이하다.

공원 가운데 오가사와라 시대 최고 검객인 쌍칼의 명수 마야모토 무사시와 장검의 명수 사사키 코지로가 겨루는 동상이 보인다. 두 무사의 동상에서 역동성이 느껴진다. 여행자들이 무사의 모습을 흉내 내며 인증사진을 찍는 모습이 재미있다. 아내도 흉내를 내보지만 어설프다.

마야모토 무사시(오른쪽)와 사사키 고지로(왼쪽)의 대결을 형상화 한 조각상.

아무리 봐도 성 주변 공원이 너무도 깨끗하다. 쓰레기나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쓰레기통이나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의 정갈함 때문일까? 아니면 환경에 대한 인식 때문일까? 정갈한 공원이 참 좋다.

공원 벤치에서 노인 두 분이 무엇인가 하고 있다. 장기를 두나 싶어 가까이 가봤다. 나더러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코리아!'라고 대답하니 고갤 끄덕인다. 말판이 우리네 장기와는 다르다. 두 분은 진지하게 말판을 옮긴다. 맥주를 마시고 놀이를 즐긴다. 가만히 보니 배낭을 짊어지고 도시락을 준비하여 소풍 나온 듯싶다. 탁자 위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봉투가 놓여있다. 의외의 광경이다. 아마도 자기들이 발생한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처리하려는 것 같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손짓으로 술 한잔할 거냐고 묻는다. 고마우나 이국땅에서 낯선 사람한테서 공짜 술 대접받기가 마뜩잖아 사양했다.

고쿠라성의 깨끗하고 정갈한 공원.

공원이 깨끗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나라 공원에 가보면 쓰레기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이다. 넘쳐나는 쓰레기통을 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모르면 몰라도 여기선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최소한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는 반드시 가져가는 습관이 몸에 밴 듯싶다. 공원이 깨끗한 까닭은 이런 일본 사람들의 시민의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런 사소한 시민 정신이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35,000불 시대!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다. 그런데 경제적인 것을 떠나 시민의식 수준은 선진국인가 하는 점에선 생각해 볼 부분이다.

경제 선진국이면, 시민의식이나 질서의식도 선진시민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건 몰라도 청결과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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