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들이 만날 수 있는 갤러리 활짝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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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들이 만날 수 있는 갤러리 활짝 열겠습니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4.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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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서주선 서화가

구월동 서실 갤러리로 꾸며 이달중 개관
렌티큘러 소재로 작품 확장 시도

#. ‘갤러리 예새’ 오픈 시동

인천문화예술회관 서문 맞은편에 있는 서실 ‘고금서화연구소’에 들어서자 차곡차곡 쌓아놓은 도록과 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족히 2천, 3천권은 넘을 듯한 책더미가 이사하기 전 정리를 해둔 모양새다.

“그동안 모아온 전시 도록을 정리중입니다. 전국에서 펼쳐진 서예관련 도록과 도서들이에요. 장서가인 지인이 몇차례 챙겨간 뒤 남겨진 책들을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서예와 문인화 분야에 무려 34년째 공력을 쌓고있는 서화가 서주선 화백이 ‘이유 있는’ 설명을 들려준다.

오랫동안 서실로 사용해오던 곳을 갤러리로 꾸며 새 간판을 걸 예정이라고 선언하듯 들려준다.

서 화백이 서실로 쓰기 전까지 ‘진갤러리’를 운영했던 공간이다. 지난 2008년 갤러리가 이전을 하면서 그가 장소를 받아 연구실겸 작업실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인천의 대표적 전시공간인 인천문화예술회관이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부터 전시실 대관이 막혀버렸습니다. 그만큼 전시 공간이 절실해진거죠. 개인적으로는 2년전부터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작품세계를 지속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갤러리를 열기로 결심한 이유를 들려준다. 외적인 상황과 내적인 필요성이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게다가 장소가 이전에 갤러리로 작품을 걸었던 곳이다. “여건은 다 갖춰진 공간이에요. 책들과 작업하던 책상, 탁자, 소품만 치우면 언제든지 갤러리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갤러리 이름까지 이미 정해놓았다고 말한다. “저의 한글 호가 ‘예새’입니다. 옛것과 지금이라는 의미를 더한 우리말이죠. 사전을 찾아보니 옛 도자기를 빚을 때 마무리하는 칼이라는 뜻도 담겨있었습니다. 그 또한 좋습니다.” 그렇게 ‘갤러리 예새’ 명칭이 정해졌다.

자연스럽게 개관 초대전에 대한 고심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지역에서 쌓아온 인맥이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넓고도 깊다. 누구를 빼고 누구를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제대로 초대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개관전은 제 개인전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작품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기법과 소재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보는 이마다 반응이 옵니다.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랜티큘러를 활용한 작품 '다람돌이와 산군'
렌티큘러를 활용한 작품 '다람돌이와 산군'

#. ‘렌티 아트’라는 장르를 열다

인천과 인연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보 민승기 선생과 민이식 선생에게 각각 서예와 문인화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서화 전문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후 인천시서예가협회, 인천문인화협회, 연수구예술인연합회 회장에 이어 인천미술협회 회장까지 두루 수장을 맡아왔다.

그가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인천에 오기 몇해 더 전인 1975년 시점까지 올라간다. 전주 시절을 거쳐 서울에서 당시 호랑이 그림 대가인 로당 서정묵 선생에게 사사, 그 역시 호랑이 전문 작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새롭게 소재로 택한 것이 ‘렌티큘러’입니다. 요즘 젊은 작가 층에서 현대회화에 사용하는 소재죠. 우선 원작을 문인화로 완성한 다음 사진작업으로 파일로 변환, PC를 이용해 레이어와 랜더링 작업을 합니다. 평면인 그림을 여러층의 입체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이죠.”

렌티큘러를 활용하면 두 그림을 넣는 작업이 가능,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그림이 노출되기도 한다. 3D 공간감을 통해 보는 시선에 따라 변하는 흥미로운 효과가 연출되는 것이다.

“한국화 분야에서 이러한 시도는 제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렌티 아트’라고 명명했습니다. 미술장르를 하나 만든 셈이지요.”

일련의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오래전부터 컴퓨터 작업을 해온 데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한 경력이 바탕이 됐다. “제가 얼리 어답터거든요.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구입을 해야 호기심이 풀립니다. 카메라부터 핸드폰, 프로젝트, 오디어까지 다 해당됩니다.”

렌티큘러를 소재를 사용하는 기반은 바로 작품이다. 30여년을 해온 서화와 젊은 시절 몰두했던 호랑이 그림이 바탕이 됐다.

“제가 만든 캐릭터 중 의인화한 다람쥐가 있습니다. 호랑이와 다람쥐를 하나의 화면에 넣었습니다. 두 동물은 먹이사슬의 최상층과 최하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죠. 둘을 한 화면에 넣는 작업은 다름아닌 ‘공존’을 의미합니다.”

또다른 시도는 청빈의 표상인 매화와 부귀를 상징하는 목단을 한 공간에서 만나게 하는 작업이다. 마찬가지로 공존과 중용의 의미가 담겨있다.

 

부귀와 청빈의 만남, 렌티큘러
부귀와 청빈의 만남, 렌티큘러

이들을 소재로 한 렌티 아트 작품을 들고 2년전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극과 극의 만남’이라는 타이틀과 ‘공존’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는 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해를 넘기면서 초대전 요청이 왔다. 내친김에 인사동 ‘더 스타갤러리’와 ‘가가화랑’에서 전시를 하자 주목을 받았다. 그 다음은 코엑스에서 젊은 작가가 참여하는 아트페어 ‘어반 브레이크’(Urban Break)에 초대됐다.

한발 더해 해외에서도 전시를 했다. ‘KNG갤러리’ 초대로 뉴욕과 LA에 작품을 보낸데 이어 일본 오오사카 화랑 초대, 중국 상하이 전시까지 나섰다.

물론 인천에서도 아트페어 부스전에 참여했다. 지난해 큰 행사로 치러진 ‘인천코리아페스티벌’과 인천아시아아트쇼에서 작품을 알렸다. 모두 지난해 벌인 일이다.

“재료의 확장입니다. 화선지나 한지에 그렸으면 지나칠 작품이 새로운 표현을 통해 눈길을 끌게된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전통을 새롭게 구현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서화는 긍지이고 보람입니다.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급해집니다.”

소재도 더 확장해야 한다. 호랑이, 다람쥐 뿐만아니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강아지와 고양이 캐릭터 작업도 해볼 생각이다.

“작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작품을 확장하는 일, 힘써야지요. 더불어 갤러리 운영에도 전념을 기울일 겁니다. 많은 미술인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상사화, 렌티큘러
상사화, 렌티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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