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인천시 녹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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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 맞는 인천시 녹지 정책
  • 김도연
  • 승인 2010.03.04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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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로 부수고, 녹색도시로 치료하고?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계양산. 

취재:김도연 기자

한켠에서는 없애고, 한편에서는 조성하고….

'아이러니'한 이 말은 지금 인천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인천시의 녹지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인천에선 '명품도시'를 만든다며 지역 곳곳을 뜯어고치는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파괴·훼손되는 녹지 또한 상당하다. 

'녹색 성장'을 부르짖으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개발에 몰두하며 보존은 뒷전인 인천시.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시민들은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인천시의 녹지 정책에 혀를 내두른다.
 
왜 이런 지적을 받는가?
 
최근 인천시의회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 도시계획국의 2010년도 비전과 발전방향은 '녹색·문화·활력, 세계 10대 도시 인천!'이다.
 
탄소저감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녹색 성장 도시,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고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저탄소 녹색도시 기본계획 수립, 친환경적인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꾀하는 목표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 '녹색'은 그저 색깔에 불과할 뿐이다.
 
각 과별 올해 주요 업무에는 영종-강화간 연결도로 건설사업,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변경) 수립, 도시계획시설(골프장) 조성 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없는, 오히려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도시계획시설(골프장) 조성사업은 '기 훼손된 지역의 합리적인 개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골프장) 입지 문제 해결'을 이유로 추진한다. 임목축적 조작 의혹 등 여러 문제를 발생하고 있으며 인천의 진산이자 수도권 북부지역에서 가장 좋은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는 계양산의 훼손이 예상되는 골프장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은 자연 환경을 지켜내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오히려 인천시는 시행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산림 훼손이 예상되는 검단-장수간 도로 건설 예정도. 

검단-장수간 도로 건설도 같은 예이다.
 
검단-장수간 도로는 계양산과 철마산, 만월산 등 인천의 남북을 잇는 주요 산들의 정상을 지나가기 때문에 자연 환경 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사업이다.
 
계획상 산의 허리를 관통하는 터널만 8개에 달하고 교량도 17개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사전환경성검토에서도 공원 과 산림지역 훼손, 지하수계 단절에 따른 건천화 우려 등이 높아 재검토가 요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터널의 경우 왕복 4차선으로(폭이 좁다는 이유) 환경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시의 도시계획 의지 안에는 살아 있는 녹색은 없고, 페인트로 칠해질 녹색만 보인다. 결국 인천시의 녹지 정책에는 녹색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도시개발로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려고 애쓰는 형국은 쉽게 말해 불도저가 지나간 자리 한편에 작은 나무를 심는 격이다.
 
올해 인천시 환경녹지국 주요 업무계획을 보면 지속가능한 환경 모범 도시 구현을 위해 S자 녹지축 연결 및 생태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푸른 도시 조성을 위해 도심 속 생명의 숲 1천만㎡ 늘리기 사업과 자연과 함께하는 푸른 공원 조성 등을 추진한다.
 
S자 녹지축 연결 및 생태 복원 사업은 개발사업과 도로개설로 단절된 계양산에서 봉재산까지 S자형 녹지축에 생태통로와 산지연결 브릿지 등을 설치해 야생동식물의 서식환경을 조성해 생물 다양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진행한 이 사업은 내년 말까지 모두 59억7800만 원이란 예산을 들여 원적산 길에 생태통로를 조성하고, 12억31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월산과 만수산을 연결하는 브릿지 설치 사업을 진행한다.


원적산 길에 조성할 예정인 생태통로  조감도.

또 8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S자 녹지축에 야생동물 서식처를 조성할 예정이다.
 
나중이야 어떻든 일단 부수고 짓고 보자는 식으로 도시개발과 도로건설 등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보존이 뒷전이니 녹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없던 장소에 나무라도 심어야 한다. 그래서 인천시가 추진하는 것이 도심 속 생명 숲 1천만㎡ 늘리기이다.
 
인천시는 국제도시에 걸맞은 공원녹지 조성으로 명품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시민 1인당 3.3㎡를 갖는 생명의 숲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1천271만3천㎡ 규모의 공원과 녹지, 학교 생태 숲, 공공시설 녹지, 민간 담장과 옥상 녹화 등이 진행됐다.
 
겉치레 속 인천 산림 면적은 되레 줄어

도심 속 녹화사업은 잘 진행된 듯 보이지만, 실제 인천지역 산림 면적은 오히려 2006년보다 줄었다.
 
산림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기준 인천시 산림면적은 4만627㏊였으나 2008년 말에는 4만607㏊로 20㏊가 줄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불과 2년 사이에 20만㎡의 산림이 사라졌다.
 
결국 밖에서는 무분별하게 산림을 훼손하며 도로 건설 등 도시개발에 집중하면서, 안으로는 녹색도시를 외치며 좁은 공간에 나무를 심는 시늉을 한 것이다.
 
수도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서울시도 한때는 무분별한 개발로 산림면적이 급속도로 줄었다. 실제로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서울시의 전체 산림면적은 1만5천995㏊ 였으나 지난 2000년 말에는 1만5천758㏊로 5년 동안 237㏊가 줄었다.
 
그런데 2000년을 기점으로 산림면적의 감소가 현저히 줄어든다. 지난 2008년 말 기준 서울시의 산림면적은 1만5천735㏊로, 2000년 말보다 불과 23㏊가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인천의 사례와 비교하면 이렇다. 서울의 경우 8년 동안 23㏊의 산림면적이 없어진 반면, 인천에선 없어진 서울시 산림면적의 89%인 20㏊ 면적의 산림이 불과 2년 만에 없어진 것이다.
 
서울시의 산림면적 감소가 2000년 말을 기점으로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 2000년 도시생태환경지도인 일명 '비오톱  맵'(Biotope Map)을 마련한 이후부터이다.
 
비오톱 맵은 도심 자연과 생태 환경을 기록해 도시계획 등의 부문에서 친환경적으로 공간을 관리하고 자연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세워진 것이다. 쉽게 말해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도시 전체의 자연 생태 환경을 고려해 진행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하나의 결과물인 셈이다.
 
하지만 인천시에서는 도시계획과 녹지 보존·조성이 각기 따로 따로 움직이면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인천시의 개발 정책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앞에서는 도로건설로 자연 녹지를 훼손하고 뒤에서 복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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