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시민에게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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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시민에게 어떤 존재인가
  • 박병상
  • 승인 2023.04.2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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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요즘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관공서를 출입하려면 시민은 공연히 주눅 들어야 했다.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이 사나운 눈치를 주었는데, 민주주의가 확산한 요즘은 아니다. 경찰서나 검찰청도 방문자에게 불편을 주는 않는다. 국회나 의원회관에 출입할 때 용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지만, 제재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911테러 발생 전 미 의회를 방문할 때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관리 직원이 있었지만, 감시의 눈초리를 느끼지 못했다. 911테러 이후 미 농림부 건물을 방문할 때도 비슷했는데, 일본은 활짝 열려있었다. 권위주의 분위기가 살벌했던 일본은 요즘 시청을 시역소(市役所)라고 칭한다. 시민에게 봉사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인천시는 2019년 10월 7일부터 미닫이문을 달아 시민의 청사 출입을 제한한다. 코로나19 이후 방문할 일이 없어 몰랐는데, 공보실 자료를 구하려 방문하려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말았다. 청원경찰로 보이는 젊은이가 출입하려는 시민의 앞을 가로막으며 용무를 묻기에 당혹스러웠다. 소통을 강조해온 인천시가 아닌가? 청사를 방문하려는 시민이 왜 청원경찰에 용무를 고해야 하는 걸까? 시청사 1층에서 친구나 시민단체, 가끔 공직자와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논해왔는데, 가로막다니. 인천시의회는 시민 모르게 청원경찰에 용무를 고해야 하는 의무를 조례로 마련한 것인가? 젊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무원과 드잡이하려 찾아온 인상과 거리가 먼 선량한 시민이라고 자부한다. 이제까지 지역사회에서 책임 있게 살아온 시민인데, 왜 충성심이 강해 보이는 젊은이의 제지를 받아야 하는가? 이유를 따지듯 물었는데, 젊은이도 지지 않았다. 인천시 방침이라며 미닫이문 접근을 한사코 막았고 불편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 사이 청사를 들락이는 공무원은 청원경찰과 실랑이하는 초로의 시민을 잡상인으로 인식한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불쾌했다. 시민의 세금을 받아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직무를 일선에서 민주적으로 수행하는 공직자이건만, 왜 초로의 시민은 공직자의 태도에 불쾌해야 하는가!

미닫이문을 설치했을 때, 인천의 한 시민단체는 성명을 발표해 항의했다. “잘못된 행정을 비판하기 위해 시청을 직접 찾아가며 기자회견”도 하는 주권자가 시민이거늘, 시민의 청사 출입을 통제하는 공직자의 행위는 정당한지 물었다. 차별행정이요 불통 행정이라고 비판한 것인데, 인천시는 여태 요지부동이다. 시민에게 소통을 강조하는 인천시의 진심을 그런 식으로 과시하는 건가? 공무원증을 내밀면 자유롭게 출입하던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 하는 시민의 자괴감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가?

시청사 앞에 소통 공간인 ‘인천애뜰’이 개방돼 있으므로 미닫이문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는데, 궤변이다. 인천애뜰에서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시민 앞에 인천시는 이제까지 어떤 반응을 보여왔는가? 찾아와 의견을 진지하게 청취한 뒤 반영하거나 논의를 이어갔던가? 인천의 여러 일간지, 그리고 중앙 일간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인천 행정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20년 넘게 수백 회 이상 발표해온 시민의 처지에서 인천시의 자세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꼬박꼬박 스크랩하며 단체장에 관련 기사와 주장을 보고해온다는 인천시는 이제까지 기사에 대한 반응을 단 한 차례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책임행정이고 소통인가?

미닫이문 설치를 불가피하다고 밝힌 담당자는 “집회·시위가 없는 날 등 평상시에는 출입증 교부 절차가 없어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데, 주권자인 시민이 느끼는 불편함은 공직자가 함부로 재단할 몫이 아니다. 시민은 불쾌하고 당혹스러운데, 불편함이 없다니! 그런 고압적 자세는 시민행정과 거리가 멀다.

시청사를 방문하려는 초로의 시민을 향해 젊은 청원경찰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묻지 않았다. 잡상인이나 개발정보를 알아내려는 업자를 차단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잠시 어색한 시간이 자니, 안면 있는 공무원이 양해로 방문이 허용되었지만, 불쾌함은 지울 수 없다. 다분히 감정적이지만, 미닫이문이 설치된 시청사를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상황을 다시 마주하기 싫다. 소통 앞세우며 불통하는 인천시와 어떻게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겠는가? 미닫이문이 철거되기 전까지 인천시청사에 열리는 회의나 위원회, 강좌는 듣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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