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규 시인 제13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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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시인 제13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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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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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가 주최하고 계간 리토피아가 주관하는 제13회 김구용문학제가 4월 29일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영규 시인이 제13회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영규 시인은 1957년 강릉 출생으로 수상시집은 ‘설산 아래에 서서’(리토피아 발간)이다. 시집으로 ‘아침시집’, ‘나를 오른다’, ‘크레바스’, ‘설산 아래에 서서’가 있다. 한국시문학상, 경기문학상, 바움작품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발전위원장,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최영규 시인
최영규 시인

 

이날 제13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이외현 시인)과 아라작품상(수상자 박달하 시인) 시상도 진행되었다.

이외현 시인
이외현 시인
박달하 시인
박달하 시인

허영자 원로시인은 축사에서 김구용 시인과의 사제간 인연을 회상하며 멋진 선생님이셨다고 말했다. 강우식 시인도 김구용 시인의 감동적인 강의시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최영규 시인은 답사에서 “세계 최고봉의 연이은 등반은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었다”며 “이 등반에서 일반적인 시와는 전혀 다른 산악시를 쓸 수 있어서 부끄럽지만 이번 산악시집을 엮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앞서 펼쳐진 축하공연에서는 리토피아의 창작시노래 중 최고로 평가받는 시노래 20여곡을 선보였다. 리토피아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에 작곡가 나유성, 장태산, 최미례, 정무현 등이 곡을 붙여 최미례( 전 희자매 멤버), 조아진, 유명아 등의 가수들이 열창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시인’의 시집에서 선정한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열창하는 최미례

 

설산 아래에 서서

                       - 최영규

발을 헛디뎌 몸이 넘어진다

산도 넘어진다

겨우 추슬러 마음 하나 도로 세우고

이제는 보이지 않는 너를

혼자서 본다

설사면에 튀긴 햇살이 칼끝처럼 몸속을 파고든다

냄새로 찾아가는 설산의 내막

바람은 울음으로나 길을 찾아 가는데

여러 번 꺾인 몸은

조각난 얼음 속으로 파묻히고 밟히면서

누구를 찾아 가는가

끝도 없는 고집

혼자 앞장 세워 겨우 모퉁이 돌 때

아, 저기 설산 아래 까맣게 떠오르는 사람

이름도 지워버린 채

울지도 못하면서

무릎만 젖어 흐르는 너는

오래 흔들리면서

무한정 기다리는 나는

 

 

아빠와 고모

               - 이외현

아빠는 인천에 직장이 있지만 집에서 다니는 게 멀어 고모집에 산다. 가끔 집에 와 빨래를 하고 집도 치우지만 잠은 자지 않는다. 삼년 전부터 혼자 살기 시작하여 홀로서기에 익숙해진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 아빠는 엄마가 미국에 있다고 말해주었다. 미국 간 엄마는 가끔 전화가 오지만 찾아오지는 않는다. 오늘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웠는데 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고래고래 악을 쓰며 팔을 물어 분노를 씹었다. 이주일 째 아빠가 오지 않는 집은 더 이상 들어앉을 공간이 없다. 이불은 그냥 펼쳐져 있고, 옷가지가 널브려져 있고, 과자봉지가 뒹굴어 다닌다. 발로 톡톡 차며, 질겅질겅 밟으며, 후미진 자리로 가 티브이를 본다. 며칠째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밤을 웅크린 채 홀로 견딘다. 아빠는 오늘도 전화만 하고 아는 고모집에서 잔다.

 

 

손의 오기

             - 박달하

물속에 담근 손 문득 바라보니

질서 잃은 등나무 줄기다.

비밀스러운 속살 사라지고

바람과 비와 놀다 온 뒤끝이다.

그래도 혹여 숱한 그림 그리다

부서진 십자가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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