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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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 윤세민
  • 승인 2023.05.1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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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2) ‘스승 영화’의 고전, 명작, 수작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의 영화 칼럼 ‘윤세민의 영화산책’을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우리 모두의 친숙한 친구이자 소중한 추억인 영화를 제대로 읽어 주고 보여 주고 나누어 주며, 영화가 주는 진짜 재미와 진짜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자 합니다. 윤세민 교수는 언론학 박사이자 방송과 영화 평론가로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관련 강의와 연구를 20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스승의 날’이지만, 예전만큼 스승을 스승으로 모시지 못하는 우리 세태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스승을 애써 잃게 하는, 애써 잊게 하는...

그럼에도 우리에게 ‘스승’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우리 마음속 그 고마운 스승을 새삼 만나게 해준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을 주인공으로 한 ‘스승 영화’의 고전과 명작과 수작 세 편을 소개한다.

 

영화 'To Sir, with Love'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전직 통신기사인 마크 태커리가 임시 교사로 부임한다. 

‘스승 영화의 고전’ - <To Sir, with Love>

<To Sir, with Love>(1967년, 영국, 제임스 클라벨 감독)은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스승 영화의 고전’이다.

영국 런던 빈민촌의 한 고교. 생활고에 찌들려 교육에 대해서는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학생들은 하나같이 반항아요 말썽꾼들,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방관적인 교사들. 그런 틈바구니 속에 영국령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전직 통신기사인 마크 태커리(시드니 포이티어 분)가 임시 교사로 부임한다. 인종 차별과 편견, 방관과 무관심의 난장판 학교 현장에서 마크는 온갖 조롱과 모욕과 시비 속에서도 고군부투 참 교육을 펼친다.

우선 교사의 권위는 잊고 아이들에게 성인 대우를 해주면서,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도록 한다. 또 판에 박힌 교과서 교육 대신 인생, 죽음, 결혼, 사랑 등등 친밀하지만 어려운 주제들에 대한 진솔한 토론 교육을 이끌어 나간다. 마침내 아이들은 불신과 비하의 벽을 무너뜨리고 성큼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마크 역시 원하던 통신기사 일자리 대신 새로 입학하는 철부지 반항아들을 위해 계속 교사로 남는다.

시드니 포이티어의 인생 연기 및 직접 학생으로 분했던 가수 룰루(Lulu)의 서정적이면서도 청아한 주제곡, 그리고 마크 선생님을 초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하는 감동의 졸업 파티 장면은 놓쳐선 안 될 이 영화의 백미다. 오늘의 시각으론 대단히 전형적인 내용과 형식이지만, 이후의 수많은 ‘스승 영화의 교본’이 되었음은 당연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 키팅 선생은 직접 교탁에 올라 제자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며, 진정한 자유와 낭만의 삶을 살아갈 것을 교육한다.

‘스승 영화의 명작’ -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 미국, 피터 위어 감독)는 ‘스승 영화의 명작’이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 4대 원칙의 명문 고교인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운 국어교사로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 분)이 부임해 온다. 키팅은 전통적 학교 기준에 맞지 않는 파격적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학교 선배이기도 한 키팅은 자기를 “오! 캡틴! 마이 캡틴!”(월트 휘트먼의 시 제목)이라고 부르게 하며, 옛 선배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르페 디엠”(라틴어: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정신을 불어넣어 준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강의하는 듯싶더니, 갑자기 쓰레기 같은 이론이라면서 교과서의 해당 페이지를 찢어버리게도 한다. 또한 교탁에 올라서서 세상을 넓고 다양하게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독특한 그의 수업 방식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끌리게 된다.

그러던 중, 학생들은 오래전 키팅이 학창시절 활동했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라는 고전문학클럽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고, 자신들도 그 클럽 활동을 하며 진정한 삶에 눈뜨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꿈을 일구기 위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나간다. 하지만 아들(닐)이 하버드대에 가서 의사가 되길 원했던 한 부모가 연극의 길을 가고자 하는 아들을 강제로 군사학교로 보내려 하면서, 그 학생이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결국 자기 자식들의 출세와 이익만 생각하는 부모들과 책임회피에 혈안이 된 학교 측의 공작으로 키팅은 모든 책임을 지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키팅이 떠나는 날, 그 대신 수업을 맡게 된 놀란 교장의 경고 속에서도 학생들은 자기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선사했던 스승을 위해 하나 둘 책상을 밟고 올라서서 경의를 표하게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전형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이 주목 받는 한편, 피터 위어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빛을 발했다. 특히 로빈 윌리엄스와 에단 호크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키팅 선생님 역의 로빈 윌리엄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순수 소년 토드 역의 에단 호크는 이 영화를 통해 청춘 스타로 발돋움했다.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이 영화는 가슴에 와 닿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가득한 ‘스승 영화의 명작’으로 남아 있다.

 

영화 '굿 윌 헌팅' - 윌은 자신을 진실과 진심으로 대해주며 친구요 스승이 되어 준 숀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스승 영화의 수작’ - <굿 윌 헌팅>

<굿 윌 헌팅>(1998년, 미국,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스승 영화의 수작’이다.

수학, 법학, 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는 윌 헌팅(맷 데이먼 분)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 받은 깊은 상처로 인해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불우한 반항아다. 윌의 천재적 재능을 알아본 MIT 수학과 램보 교수는 대학 동기인 심리학 교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분)에게 다른 심리 치료사들이 절레절레 손을 뗀 문제아 윌을 부탁하게 된다.

숀은 거칠기만 한 윌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러우면서도 인격적인 방식으로 임한다. 윌은 숀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상처를 위로 받으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윌은 자신을 진실과 진심으로 대해주며 친구요 스승이 되어 준 숀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낸 맷 데이먼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역시 참 스승의 본을 보여준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빛났다. 숱한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는 ‘스승 영화의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위 세 편의 ‘스승 영화’는 언뜻 ‘스승을 잃어 가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에도 마크와 키팅과 숀 같은, 눈에 띄진 않아도 보석 같은 스승이 여전히 존재하고 또 버텨주고 있다고 믿고 싶다. 위 세 편의 영화를 그런 스승에게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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