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또 잃어버린 우정을 다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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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또 잃어버린 우정을 다시 찾자!”
  • 윤세민
  • 승인 2023.05.3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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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3) ‘우정 영화’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한다. 또한 신은 모두를 치유할 수 없기에 우리에게 우정 어린 친구를 선사해 주셨다고 한다. ‘친구(親舊)’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사귀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이다. 친구 사이에 가장 소중한 요소는 ‘신뢰’와 ‘사랑’일 것이다. 이를 우리는 ‘우정’이라 부른다.

‘우정’은 영화의 아주 중요한 소재요 주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숱한 영화가 이 우정을 깊숙이 또 다양하게 다뤄 왔다. 우정을 주요 소재와 주제로 다룬 ‘우정 영화’는 동성(요즘은 이성도 포함)의 두 주인공이 짝을 이루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영화 장르다. 고전적으로 고난과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결국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는 플롯을 취한다. 미국과 유럽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이야기의 긴장감과 결말에서 이룩하게 될 화합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두 인물을 성격, 인종, 사회 계급 따위에서 대조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우정 영화’ 중에서 살아온 배경과 문화와 신분, 특히 피부색을 뛰어넘어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영화들을 산책하기로 한다.

 

영화 [그린북]은 편견이 아닌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호감과 유대로 묶어낸 ‘우정’을 그리고 있다.

 

편견 극복의 우정 영화, [그린북]

[덤 앤 더머]의 피터 패럴리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그린북](Green Book, 2018)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 콘서트 투어에 오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와 백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우정을 그린다.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는 우여곡절 끝에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가 되어, 흑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당시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보좌한다. 살아온 배경과 인종, 성격과 취향도 판이하게 다른 두 남자는 처음엔 서로 마뜩잖은 ‘이해 불가’로 바라보지만, 차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소통하는 가운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비고 모텐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매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마허샬라 알리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대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그런 결과로 [그린북]은 2019년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을 수상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편견의 극복’이다. 두 주연 배우는 내내 편견으로 다투는 듯 보인다. 사실은, 두 사람이 아닌 시대적 상황과 인종적 차별이 그 편견을 몰아세운 거다. 또 그 편견은 배우가 아닌 오히려 관객의 고정화된 편견이기도 하다. 사실, 두 사람은 편견이 아닌 자신의 주관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어느 정도 상대를 배려했다면, 결코 진실한 친구 사이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백인남성이 아닌 ‘토니 발레롱가’임을, 흑인남성이 아닌 ‘돈 셜리’임을 서로에게 어필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었다. 편견이 아닌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호감과 유대가 바로 이 둘을 ‘우정’으로 묶어냈던 것이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 속에 ‘참된 우정과 인생의 가치’라는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안겨준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 속에 ‘참된 우정과 인생의 가치’라는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안겨준다.

 

참된 우정과 인생의 가치 그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1990년 제6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 여우주연, 각색, 분장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1989)는 브루스 베레스포드의 섬세한 연출과 제시카 탠디(데이지), 모건 프리먼(호크)의 보석 같은 연기가 빛나는 명작이다.

고집이 세고 자존심 강한 데이지 여사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 운전을 하다 결국 사고를 낸다. 이에 놀란 아들은 흑인 운전사 호크를 고용한다. 그러나 유별나고 고집 센 유태인 마나님은 일방적으로 호크를 무시하는 등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유머가 가득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호크는 데이지 여사의 온갖 냉대와 무시를 무릅쓰고 오로지 진실된 마음으로 순종하며 보살핀다. 결국 잘난 체하고 고집불통인 할머니도 그의 참다운 인간성에 감동,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는 코믹한 홈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아기자기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 속에 ‘참된 우정과 인생의 가치’라는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안겨준다.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거짓말 같은 우정 쌓기가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거짓말 같은 우정 쌓기가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거짓말 같은 우정 쌓기, [언터처블 : 1%의 우정]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Untouchable, 2011)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쾌한 ‘우정 영화’이다.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이자 흑인인 드리스(오마 사이)를 자신의 간병인 겸 기사로 두게 된다.

전신불구이지만 교양과 지식으로 가득 찬 필립과 밑바닥 인생으로 거침없고 참을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드리스. 극과 극의 두 사람에겐 모든 것이 ‘다름’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유’이다. 필립은 몸은 불편했어도 결코 자유마저 구속당하고 싶지 않았고, 드리스는 남의 시선 따윈 관심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둘은 이 자유에 대한 열망이란 공통점 속에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솔직한 격려와 위로를 나누며,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진정한 우정을 쌓는다. 영화 제목에서 보듯, 서로 어울릴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거짓말 같은 우정 쌓기가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정과 성공적인 인간관계라는 영국 포드사비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진정한 우정이 우리를 얼마나 따뜻하게 해주는지를.

잊어버린 또 잃어버린 우정을 다시 찾고 싶다면, 감동 어린 우정을 다룬 위 영화들을 새삼 발견해 보시기 바란다. 진정한 우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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