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관적 판단이 과연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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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관적 판단이 과연 옳을까?
  • 신우항
  • 승인 2023.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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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우리사회]
(9) 발음치료를 받고 싶어요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각각의 신념에 의해 주관적 판단을 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 주관적 판단들로 인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다수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과연 우리의 판단들이 그 판단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줄 수 있을까?

 

2018년 10월, 늦은 저녁 알고지내는 타 기관 원장님에게서 급히 전화가 왔다.

급히 언어치료를 해야 할 아동이 있으니 잘 부탁드린다고...

"알겠습니다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고 예약 후 방문하시라고 말씀 전해 주세요,"

다음날 I아동모에게 전화가 왔고 바로 상담예약을 하셨다.

I아동모와 타 기관 원장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아파트 주민으로 오랜 세월 서로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원장은 I아동을 직접 치료하진 않았지만 I아동모는 원장에게 치료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도 물으며 많이 신뢰 했던 것 같다.

그러나 I아동이 초등 1년 올라갈 때 부터 서로 바빠 연락을 자주 못하다가 어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원장과 I아동이 만났는데 원장한테 엄청나게 혼나고 우리 기관에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I아동이 현재 초등학교 4학년데 약 3년간 연락을 안하셨나요?"

"네 서로 바쁘기도 했구요 저도 문제가 있었어요."

"어떤 문제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I아동은 태어날때부터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정상 발달을 못했고, 몸도 많이 약했다.

특히 지능도 낮아 어릴때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치료를 오래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I아동이 발음을 정확히 하지 못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많이 받게 되자 I아동모는 치료받던 기관 언어선생님께 발음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언어선생님이 발음보단 인지치료가 먼저라고 무시하셨다고 말씀하셨다.

화가 나고 상처받으신 I아동모는 그 후 모든 치료를 정리하셨고 지금까지 치료받을 마음이 없었는데, 어제 원장님을 우연히 만나고 그 원장님이 아이 상황이 너무 안좋으니 우리 기관에 가서 상담 받으라 해서 오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언어검사부터 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어검사 결과, 역시 인지를 먼저 하고 발음치료를 하는게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보였다.

그러나 과연 그 판단이 옳은 길일까?

 

 

데이터 상으로만 보면, 앞의 판단이 가장 최선이 맞다. 그런데 과연 그 판단으로 I아동모와 아동은 어찌 되었는가?

결과론적 이지만 지금 I아동은 예전보다 더 퇴화 되었다. 발음이 좋지않아 또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다면, 그걸 원하는 주된 호소를 과연 무시해야 할까?

"어머니! 이제 발음 치료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인지치료를 하면서 발음치료를 병행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듯 합니다..."

올해 I아동은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할 예정이며, 발음도 좋아진 상태이다.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관적 판단보다, 그 판단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분들을 더 많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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