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의 웃음 전도사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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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의 웃음 전도사가 될래요"
  • 배영수
  • 승인 2011.10.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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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월미도 디스코팡팡 DJ 최은용씨

'월미도의 명물'이 된 디스코팡팡 DJ 최은용씨

취재 : 배영수 기자

월미도는 남녀노소가 모두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어리고 젊은 친구들은 놀이기구에 정신을 팔거나 여러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나이가 든 어르신들은 유람선을 타거나 인근 월미공원을 오를 수 있다. 작지만 꽤 충실한 구실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곳 역시 즐길거리 등이 젊은이들에게 맞추어진 게 사실이긴 하지만….
 
1990년대까지 월미도의 상징적 놀이기구는 '바이킹'이었다. 다른 놀이동산 그것보다 훨씬 높은 '왕복고도'를 자랑하는 월미도 바이킹의 경우 탑승객들에게 짜릿한 느낌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지기도 했다. 실제 그 열풍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한데 2000년 이후 월미도 놀이기구 중심은 바이킹에서 소위 '타가다'로도 불리는 디스코팡팡으로 옮겨갔다.
 
월미도를 다녀왔다는 사람들에게 예전 같으면 "바이킹 타 봤니?"가 질문이었다면, 지금은 "디스코팡팡 안 타면 갔다 온 것도 아니다"는 농담이 흔하다. 이 디스코팡팡은 전문 DJ가 직접 기구를 운전하며 관광객들과 함께 노는 묘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DJ는 최근 케이블 방송까지 진출하는 등 '전국구 스타'로 커가고 있다. 그가 바로 여성오락채널 '트렌디(TrendE)'의 '뮤직아일랜드 오빠 돌려' MC로 활동하는 'DJ용', 바로 최은용씨다.
 
최씨를 만나러 갔던 지난 주말에도 그가 조종하는 디스코팡팡에는 많은 사람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연속으로 튕기는 놀이기구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갈지자로 뛰어다니는 여고생을 "그분이 오신다~"라는 멘트로 무속인을 만들기도 하고, 검정색 패션을 한 남녀에게 "XX상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멘트로 조문객 취급을 하기도 한다. 구경꾼들이 배를 잡고 웃는 건 당연지사. 이용객은 졸지에 웃음거리로 전락(?)하지만 그들 역시 함께 웃으며 이 '잔치'에 함께한다. 월미도 한 곳에서 10년 넘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그의 '장인 정신'이 세인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월미도의 인기 놀이기구. '디스코팡팡'.

"학교 졸업 후 여기서 아르바이트 삼아 일을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으니, 지금껏 이 일만 해왔네요"라며 수줍게 자기 이력을 소개하는 최은용씨. 하지만 이미 자신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월미도를 벗어나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는 "방송의 힘이 정말 크긴 크더라"라며 내심 놀라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금방 알려지게 된 건 아니었다. "언제부터 이 일을 했다고 밝혀 나이가 짐작되는 내용이 있으면 회사에서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자세한 언급을 자제해달라던 그였지만, 그가 이곳서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왔던 건 인천시민 중 상당수가 잘 알고 있다. 
 
최씨 '유머 코드'는 사실 살짝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면 '관객 비하'로 여겨질 수 있다. 디스코팡팡에서 이리저리 구르는 관객들을 위트 있게 '괴롭히며' 구경꾼들에게도 큰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다소 창피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유쾌함을 위한 자리라는 걸 다 알고 있는데다가 이용객들 역시 그 재미를 맛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미는 이미 관람객들이 사진 혹은 캠코더 등으로 찍어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다. 소문은 결국 최씨 팬클럽까지 결성되는 일까지 생겼다. 인기 그룹 UV 곡 '인천대공원'에서는 '디스코팡팡 MC 국민 MC'라는 가사로 그가 언급되기도 했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 이상의 파급력일 터.
 
정작 최씨는 "인터넷에 올려지는 동영상이 그렇게 유쾌한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편집이 이상하게 돼서 관객을 모독하는 것 같이 묘사된 영상도 꽤 많고, 실제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던 게 온라인에서는 욕을 먹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관객들이 즐거워야 하는 게 내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 오시면 제가 기분 나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아실 거예요"라고 밝힌 그는 지금은 오히려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디스코팡팡을 통해 선남선녀 만남도 주선해 좋은 결과도 많았다고 한다. 이는 익살스러운 유머와 함께 이 놀이기구 상징으로 돼 있기도 하다.
 
"예전에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이걸 타러 온 적이 있어서 놀이기구를 튕겨 여자 손님들 옆으로 붙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즉석 미팅을 시킨 셈인데, 훗날 그들 중 남녀 한 쌍이 커플로 돼서 결혼까지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재밌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아주 뿌듯했어요. 물론 아직도 가끔 너무 놀린다는 항의전화는 오긴 와요. 하지만 이 문화가 정착하기 전인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방송사에서도 이런 유머 코드를 놓칠 리 없다. 지난해 써니FM을 넘어 케이블 방송 진출에까지 성공한 그는 "방송에 임하면 아무래도 삶이 힘들어지긴 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살아온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뮤직아일랜드 오빠 돌려'가 현재 시즌 3 돌입준비를 하는 등 방송인으로서 역할도 확대하는 최씨. 하지만 그는 자신과 동고동락을 같이 한 월미도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킹보다 운전하기 더 어렵다"는 농담을 섞어 디스코팡팡이 월미도 랜드마크로 되길 바라는 그의 '열망'은 이제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디스코팡팡을 탔을 때 한바탕 크게 웃어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이용해 주시면 좋고요, 저 역시 월미도의 '웃음 오퍼레이터'로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아, 그리고 놀리는 유머는 재미 있자고 하는 거지, 절대 진심은 아니니 웃고 넘어가 주시길 바랄 게요."

디스코팡팡을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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