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보호사 제도 개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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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보호사 제도 개선하려면…
  • 김도연
  • 승인 2010.03.03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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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과 '멋대로' 자격 취득 문제부터 해결해야
취재:김도연 기자 

최근 인천지방경찰청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불법으로 취득한 경우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그동안 240시간의 교육 이수시간을 수료하기만 하면 자격증이 부여되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인요양보호사는 서비스가 필요한 수혜 대상 노인들의 수보다 많이 배출된 것이 현실이다. 또 이런 공급 과잉은 노인요양보호사의 비정규직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교육기관과 서비스 제공기관의 과다 경쟁에 따른 불법 행위로 노인요양보호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4월26일부터 노인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과정에 시험제도 포함시키고, 교육기관에 대해서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제도와 교육기관 등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노인요양보호서비스가 필요한 인구에 비해 요양보호사가 훨씬 많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형편

노인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보다 요양보호사의 수가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시로 일자리 10만개가 창출된다고 발표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필요로 하는 대상자의 3배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노인요양보호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손쉬운 자격취득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노인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은 신규자를 기준으로 전문교육기관에서 이론 80시간, 실기 80시간, 실습 80시간 등 모두 24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시도지사로부터 교부받을 수 있다.
 
교육가능 대상도 나이제한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에 따르면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 중학생도 있을 뿐만 아니라 70세 이상의 노인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손숙미 국회의원(한나라당)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 연령분포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인천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10대는 57명, 70대는 75명, 80대는 5명에 달했다. 60대 이상도 1천749명이 자격을 취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양보호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의 비율이 요양보호수급자의 수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손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요양보험수급자는 모두 2만253명인데 반해, 요양보호사는 2만6천305명에 달해 수급자 대비 129.88%의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정은 일부 광역시도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다.
 
더욱이 쉬운 자격취득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교육 시간을 이수하지 않고 돈을 주고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발생해 자격취득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최근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돈을 주고 사거나 정해진 교육 시간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채 교육기관으로부터 불법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시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3∼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 등을 검토하고 있는 한편, 현재 인천시에서 발급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2만 여명에 대해서도 정규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시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경기지방경찰청도 지난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금품을 받고 허위로 교육수료증을 교부하거나, 금품을 제공하고 교육과정 이수 없이 교육수료증을 발급받는 등 요양보호사 자격취득과 관련된 불법행위 사례를 대대적으로 적발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전국 15개 시·도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모두 1천557개 기관(교육기관 670개, 실습시설 887개) 가운데 교육기관 267개, 실습시설 209개소 등 모두 476개 기관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필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가 열악해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보니 언뜻 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추측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질적 하락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인력이 많다 보니 인건비가 낮아지고 그에 따른 서비스의 질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상진 국회의원의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전국의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 51만8천806명 가운데 취업자 수는 26.5%인 13만7천45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문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61%인 80명이 매월 60만 원 이하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14%는 30만원도 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도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 2만8천21명 가운데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력은 9천800여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소규모 방문요양기관의 난립으로 과다 경쟁이 유발되고 요양보호사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저임금의 열악한 근무조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혜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도 악화할 우려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기관 등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인천시의 담당 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곳에 이르는 교육기관을 1명이 관리·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로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취득을 시험제로 전환해 자격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기관에 대해서도 시설 기준 등을 강화하고 기존의 신고제에서 지정제로 전환해 무분별한 난립을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또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한다.
 
앞으로는 이수 시간을 확대하고 이론과 실기 시험을 거쳐 합격하는 사람에게만 자격증을 준다. 교육기관도 사업자 등이 지정 신청을 해 왔을 때 각 시도에서 해당 지역의 분포와 요양보호사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지정 또는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불법 행위 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울러 상당수 소규모 교육기관과 서비스 제공기관 등에는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부 요양보호 서비스 제공 기관들은 요양보호사들의 근로 여건을 충족시키고 있지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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