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통해 본질을 찾아라!
상태바
고전을 통해 본질을 찾아라!
  • 홍상의
  • 승인 2011.09.30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요칼럼] 홍상의 / 홍 정신과 의원 원장


최근 병명만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부작용을 염려하여 정신분열병이 조현(調絃)병으로 바뀌었고, 신경정신과에서 신경과가 분리되면서 공식 명칭이 정신과로 바뀐 지 몇 해 만에 정신건강의학과로 다시 개명되었다. 문제의 본질인 사회적 편견과 모순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좀 더 노력했어야 하지 않나 자책하면서 개명 후보군 중에는 아예 '정신(精神)'이라는 말이 빠진 것도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어렸을 적 또렷한 기억 중 하나가 운동회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묶고 결승점을 향해 들어오는 내게 장내 해설자가 한 할아버지 같다는 말이었다. 깊은 이마 주름과 뿔테안경 영향이 있었겠지만, 운동보다는 책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은 클래식 음악만을 들었으니 사실 애늙은이 같은 취향이 있었다.

유행가는 안 듣느냐는 질문에 늙어서도 변함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더 좋다는 옹색한 대답을 하면서 가졌던, 쁘띠 브루조아의 고상한 취미로 여기는 시선에 대한 부담은 군 시절, 화성학과 조성음악 형식을 공부하며 해결되었다. 기악곡의 경우 성악곡보다 자유로운 음역대로 표현이 가능하고, 상업적 고려를 위해 길이가 제한적인 대중음악보다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 깊이 있는 음악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질'을 알았을 때 쾌감은 무척 커서 훨씬 편안하게 대중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현대음악을 무조건 배격하는 맹목적인 클래식 마니아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한편, 칼 융이 주창한 분석심리학적 상담을 통하여 한때 음악으로 전공을 바꾸고 싶어 할 정도로 간직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의 근원을 파악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체험 또한 나 자신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프로이드가 중요성을 재발견한 '무의식'의 역사성을 연금술사의 변환을 위한 노력에서 확인한 융은 세계대전을 예고하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서구문명이 지나치게 합리성을 추구한 끔찍한 반작용의 결과로 보면서 무가치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는 '무의식'에 관심을 가질 것을 설파하였다. 그래야만 균형을 맞출 수 있고, 본질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원전반대운동이 일어나리라 생각했던 나는 너무나 조용한 한국의 상황이 사뭇 당혹스럽다. 이미 정점을 찍은 화석연료가 소진되면, 18세기 수준의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대두되는 요즈음, 이분법적이며 직선적인 세계관의 서구와 달리 동양 특유의 순환의 원리를 간직한 우리네 심성이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일까?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고전을 통해 본질을 찾아 상처받은 심성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