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와 영흥도, 인천시 행정의 두 얼굴

주민 반발 큰 두 사업에 한쪽은 '머뭇' 한쪽은 '강행' 송도 화물차주차장 조성 3년째 표류... 후보지 발표조차 못해 영흥도 자체매립지 조성은 4개월만에 확정, 추진 절차 시작 강원모 시의원 "표심 때문에 특정 지역 커뮤니티에 시 행정 휘둘려"

2021-03-05     윤종환 기자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옹진군 영흥도 주민들을 대하는 인천시의 태도가 다르다?

인천시는 아니라고 펄쩍 뛰겠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 두 지역은 각각 주민기피시설이라 할 수 있는 화물차주차장과 폐기물매립지가 들어설 대상지로 두 곳에서 모두 거주민들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시는 영흥도에 조성하는 폐기물매립지에 대해서는 첫 계획 발표 이후 단 몇 개월만에 사업을 확정짓고 강행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송도에 조성하는 화물차주차장과 관련해서는 사업 추진이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공개를 하지 못한 채 발표를 몇 차례나 미뤄오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두 지역 주민들의 반발 양상이 다르지 않은데 시가 표심 때문에 송도 주민들 눈치를 과도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도 아암물류2단지 화물차주차장 조성 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추진돼 왔으나 현재까지 3년간 진척된 사항이 없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지난 2006년 인천 연수구 송도9공구 아암물류2단지 부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항만 배후시설로 7만㎡ 규모(650면, 부지면적 12만7,624㎡)의 화물차주차장을 조성키로 했다.

이후 2014년 화물차주차장 예정지가 자동차 관련 시설지로 지정 고시됨에 따라 IPA는 2018년부터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본격 진행하고, 2019년에 착공하려 했다.

하지만 화물차주차장 조성 예정지 인근 송도8공구 입주(예정) 주민들이 집단 반발에 나서자 인천시가 사업을 늦추라는 의견을 IPA에 전달했고, 결국 설계 용역 및 착공이 잠정 연기됐다.

송도 주민들은 "주차장 부지와 주거지와의 거리가 약 700m 밖에 되지 않아 주거환경 악화 및 각종 안전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니 대체 부지를 찾아야 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시는 한 발 물러나 연수구와 함께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화물차주차장 최적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했다.

인천항

그런데 시는 해당 용역의 결과가 지난해 말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당초 시가 발표일로 계획했던 시점은 지난해 10월이었다. 하지만 막상 발표 시점이 되니 12월로 발표를 미뤘고 다시 12월엔 관련기관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용역을 중단, 결과 발표를 재차 연기했다고 밝혔었다.

이에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연구 용역에서 도출된 최적지가 당초 계획 부지인 아암물류2단지여서 송도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시가 발표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고, 시도 이를 부인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입지선정 용역이 준공된 지난달 12월 말 IPA의 공문에서 ‘아암물류2단지 화물차주차장 조성 TF 구성’, ‘민원 완화 방안 계획 수립’ 등의 문구가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 송도 주민들은 각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약 3개월째 1인 반대 시위, 단체 집회, 민원 발송 등을 이어가며 인천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에선 화물업계 관계자들이 화물차주차장 조성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화물차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2주째 시청 및 구청 앞 도로 등에서 화물차주차장 조성사업을 미루고 있는 인천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본부 등 7개 단체는 “행정청이 일부 주민들의 반대만을 보고 사업을 게속 미루고 있다”며 “주차장 조성 지연으로 수많은 화물노동자와 운송사의 피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안전까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시는 결정한대로 진행하고, 연수구는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엔 인천시의회 강원모 제1부의장(민주·남동4)는 ‘화물차주차장 입지 선정 용역결과 공개 촉구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시에 등록된 5톤 이상 화물차가 2만대에 육박하지만 주차 면수는 5천면이 채 되지 않아 도로 곳곳에 화물차가 주·박차하는 현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 당초 화물차주차장을 건립키로 한 시는 건립 대상지 발표조차 미루고 있으니 시의회 차원(임시회)에서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시가 화물차주차장 입지 선정 용역을 진행하고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특정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발 목소리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다”고 인천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인천시 관계자는 “입지 선정 용역은 지난해 말 준공됐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관계자들이 격리됐고 정기 인사이동 등의 내부 사정이 있어 발표가 지연됐다”며 “연수구와 용역 관련 실무 협의를 완료한 만큼 3월 둘째 주에서 셋째 주 이내에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흥도

반면 인천시가 옹진군 영흥도를 대상지로 추진하는 자체 페기물매립지(인천에코랜드) 조성사업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4일 박남춘 시장은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자체매립지 '인천에코랜드'를 2025년 6월까지 영흥도 외리에 조성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제2영흥대교 건설 등 주민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제시했다..

시가 자체매립지 후보지로 영흥도를 선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영흥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민주당 인천시당이 매립지특위를 구성해 적정 후보지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했고, 지난달 24일 자체매립지 후보지로 영흥도와 선갑도 2곳을 인천시에 제안했다.

매립지특위의 제안을 받은 인천시는 열흘만에 영흥도를 최종 후보지로 결정, 발표해 첫 발표 이후 4개월만에 사업을 확정하고 추진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대해 영흥 주민들은 시가 협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리 정한 결론에 따라 최종 후보지를 발표했다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흥도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영흥도 쓰레기매립지 반대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반대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고, 장정민 옹진군수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간 영흥도매립지 반대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반발이 적었던 것이 아니다. 

이같이 시가 송도 화물차주차장과 영흥도 폐기물매립지에 대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적인 계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2021년 2월 현재 옹진군 영흥면의 인구는 6,390명, 송도국제도시의 인구는 18만5,122명이다. 송도국제도시가 영흥도보다 29배 많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박남춘 시장이 송도 주민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인천시와 박 시장은 영흥도 폐기물매립장과 송도 화물차주차장은 사안이 다르다고 정색을 하겠지만 많은 시민들은 인천시가 특정 지역 커뮤니티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다는 강원모 시의원의 지적에 동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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