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After] 인천 정계 세대교체 1번 주자 윤대기 "현실정치의 벽 넘어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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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After] 인천 정계 세대교체 1번 주자 윤대기 "현실정치의 벽 넘어서겠다"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4.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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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마 시도, 민주당 인재영입서 고배
인천 시민단체·공적영역서 20년 활동
"이제 쉬흔, 기회 많아…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

인천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오랜 기간 이른바 86세대였다.

86세대 맏형 격인 송영길 전 의원을 필두로, 운동권 출신의 윤관석·김교흥·신동근, 그보다 윗 세대인 홍영표, 이번 총선에도 얼굴을 내비친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 등이다.

이들에 대한 세대교체 요구는 꾸준히 있었고, 후보군으로 첫 손에 거론되는 인물이 지역 시민사회와 공적 영역에서 함께해 온 윤대기 변호사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통해 여야 모두 세대교체를 이뤄낸 이번 총선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에게조차 현실정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윤대기 변호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사진을 찍어뒀다. 그러나 이 사진이 선거에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사진=윤대기 변호사
윤대기 변호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사진을 찍어뒀다. 그러나 이 사진이 선거에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사진=윤대기 변호사

 

◇ 의지만으로 부족했던 첫 출마 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윤대기 변호사는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면접까지 봤다.

당시 '당장 국회에 들어와도 충분히 역할을 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면접장 분위기도 좋았다.

영입을 기다리던 그는 십 몇호쯤 됐을 때 인천에 이미 많은 영입인재들이 공천을 받았고, 더 이상 인재 영입이 없을 것이라는 전언을 들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후로 영입인재를 27호까지 받았다.

윤 변호사는 "결국 기회를 얻지 못했고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총선에서 승리했고 인천에서 능력 있는 후보들이 많이 당선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당선자들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앞선 20·21대 총선에서도 출마 권유를 받아왔지만 고사해왔다. 이렇게 거절이 반복되다 보니 지역에선 그의 권력의지와 적극성을 탓하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는 "꾸준히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시민사회에서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며 "내게 주어진 역할이 우선이었고, 일을 할 사람이 있으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의지가 약했다고 볼수 있고,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피할수 없다"며 "다만 권력은 쟁취하는 사유물이 돼서는 안된다. 그 단면을 현재 최고 권력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2017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서해5도 영해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를 위해 윤대기 변호사(가운데) 등이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2017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서해5도 영해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를 위해 윤대기 변호사(가운데) 등이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인천 시민사회와 함께 20년, 특별한 인연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인천지부장 출신인 윤대기 변호사(연수원 33기)는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4년 자신의 고향인 인천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권이었던 당시 같은 해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공무원노조 총파업이 있었다. 사흘 동안 전국에서 4만5,000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530명이 해직됐다.

인천도 남동구와 강화군 공무원들이 해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 인천 공무원들의 변호를 윤 변호사가 맡았다. 그는 파면·해임에 대한 행정처분 효력정지를 받아냈고,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후 노동계를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꾸준히 활동한 윤 변호사는 2013년부터 서해5도 주민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시작한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정부를 상대로 공익소송을 추진했는데, 공익소송 참여를 계기로 영해법 헌법소원 등 꾸준히 섬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당시 공익소송은 우리 정부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어민들이 어획량 감소와 어구 피해를 입었다며 이에 대한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윤 변호사는 이밖에도 인천시 인권위원장과 공정경제위원장,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 민변 인천지부장, 남북평화재단 운영위원, 가톨릭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 등 지자체와 시민사회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도 특별히 기억되는 인연이 있다.

2007~2008년쯤이었다. 당시 한국지엠 하청 노동자들이 사측의 부당함에 맞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들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당시 윤 변호사가 이들의 국선변호를 맡았다. 그는 노동운동에 진심인 피고인들의 모습을 보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고 치열하게 다퉈 비교적 좋은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몇 해가 흘렀을까. 민변 모임에 참석했던 윤 변호사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받았는데, 자신이 변호했던 한국지엠 하청 노동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국선 사건임에도 최선을 다하는 윤 변호사 모습에 감동 받았고, 이후 인하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며 윤 변호사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민주당 영입인재 23호로 이번 총선에서 인천 서구을에 출마해 당선된 이용우 변호사다.

윤대기 변호사는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 정말 뿌듯했다. 나의 노력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아닌가"라며 "좋은 분이 인천에서 활동하게 돼 인천시민으로서 고맙고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30일 인하대 로스쿨에 인권변호사 특강을 나선 윤대기 변호사. 사진=윤대기 변호사
2017년 8월 30일 인하대 로스쿨에 인권변호사 특강을 나선 윤대기 변호사. 사진=윤대기 변호사

 

◇ "조건 개의치 않아, 현실정치의 벽 넘어서겠다"

인천은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전체 14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5명, 국민의힘이 10명의 지역·조직위원장이 교체됐다. 

실질적인 세대교체로 다음 총선에선 사실상 중고 신인으로 나서야 할 윤대기 변호사에겐 벽이 더 두터워진 셈이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보다 지금껏 그래왔듯 공적 분야건, 시민사회건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할 계획"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공직 출마는 결정했다. 필요하다면 보다 적극적인 권력의지도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뒤 지방선거가 있고, 이듬해 대선이, 다시 이듬해 총선이 있다"며 "아직 만으로 쉰이다. 앞으로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현실정치의 벽을 몰랐던 건 아니었다.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라며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다음엔 모든 것을 갖춰 반드시 벽을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공사 상임감사 재직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윤 변호사가 취임했을 2021년 12월 당시에는 공사 사장과 관련한 법적 분쟁 중이었고, 노사 갈등도 격화된 어수선한 시기였다.

공사 노조는 윤 변호사 출근 전부터 지인을 통해 '낙하산 감사 취임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그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노조에서 확인했고, 출근 첫날 환영의 인사를 받았다.

윤 변호사는 "이후로도 노조와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공사를 떠나는 이임식 날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가 참석해 감사패를 주기도 했다. 공사 상임이사 최초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사처럼 큰 조직을 운영하는 데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나의 진정성을 알아준 노조원들에게 고마웠다"며 "항상 그래왔듯 나의 목표는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만 윤 변호사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며 "많은 분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큰 힘을 얻었다. 꼭 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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