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상인들의 홈플러스 입점 반대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됐던 '숭의운동장 도심재생 사업'이 이번엔 구청 간 사업부지 소유권 다툼에 휘말렸다. 남구와 중구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볼썽 사나운 '기싸움'에 한창이다.
이 사업에는 인천도시공사(舊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지분 20%를 출자하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합작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1400억원을 투입해 참여했다. 과거 노후된 숭의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동시에 이 일대 구도심을 재정비하는 대표적인 인천시 도시개발사업이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에이파크(주)에 따르면 현재 숭의운동장 공정률은 85%에 달하고 있고, 리모델링된 운동장 내부에 상업시설(지하 쇼핑몰)과 주상복합 아파트 751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등 주거, 상업, 레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단지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숭의운동장 개발사업'은 뜻하지 않은 장애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대형마트(홈플러스) 입점에 반대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건설사들이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완공을 앞두고 있는 숭의축구장과 더불어 상업시설(지하 쇼핑몰)과 751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4개동이 분양을 앞두고 있으나, 아직 행정구역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남구와 중구가 소유권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 부지는 행정구역상 중구와 남구에서 50 대 50 비율로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자체가 명확한 행정구역을 정리하지 않으면 향후 입점할 상업시설(쇼핑몰)과 분양 후 입주에 나설 아파트 주민들은 한 단지 내 두 개 행정구로 나뉘게 된다. 특히 사업자신고를 해야 하는 상업시설의 경우 운동장 내 행정구역이 중복되다 보니 등기부 등록때 혼란이 예상된다. 아파트 단지는 4개동 중 3개동은 남구 관할, 1개동은 중구 관할로 각각 나뉜다.
숭의운동장 완공과 더불어 오는 5월 상업시설과 아파트 분양을 예정하고 있지만, 남구와 중구는 자신들의 수익성을 위해 '소유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대학의 한 도시개발학과 교수는 "과거 서울 재개발 지역에서도 행정구역 중복 문제로 골치를 앓은 적이 있다"면서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이익을 염두에 둔 기초단체 이기심이 작용해 어떻게 해결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아파트는 양보하되 지역 상징성을 보존하기 위해 운동장만은 보유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문학경기장을 관할하고 있는 남구는 이마저 양보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준공 후 단지별 행정구역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인천시가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면서 "다만 운동장은 남구보다 중구에 많이 편입된 만큼 남구에서 운동장마저 수용하는 것은 논리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한 사업장을 두고 두 개 지자체가 수익성을 위해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분양에 나설 업체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장 분양을 준비해야 하는 민간업체들은 지자체들의 토지 소유권 쟁탈에 따라 좌불안석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일정·인허가를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5월에 분양을 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라면 내년 상반기에나 분양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태로라면 사업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분양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두 지자체간 '분쟁'이 일아나는데도 인천시는 중재역할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남구와 중구가 해결해 줄 것을 시에 건의하고 나섰으나 인천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기초단체 행정구역 문제는 행정안전부 승인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남구와 중구의 합의점이 없는 상태에서는 논의조차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구와 중구 단체장이 상호 양보를 통해 설득력 있는 건의를 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울 뿐 해답이 없다"면서 "향후 주민들의 민원이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숭의운동장 개발사업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