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병원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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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병원을 만들어라"
  • 최세은
  • 승인 2012.03.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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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최세은 / 평화의료생협 평화치과 원장


우리는 매일 저녁 찬거리를 사러 단골 슈퍼에 들르고, 가끔은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리하러 단골 미용실에 들릅니다. 어느 날엔가는 단골 술집에 들러 마음 가는 사람들과 신세 한탄도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단골을 만듭니다. '단골'이란 말의 의미는 아마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일 겁니다. 오랜 기간 교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 그 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자꾸 찾아지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단골의원, 단골치과, 단골약국이란 단어는 과연 얼마나 익숙한가요?
                                                                                            
며칠 전 위가 아파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불규칙한 식습관과 만성위염 때문에 필수적으로 받아야 할 정기검진 시기를 한참이나 지났더군요. 바쁘다는 핑계, 귀찮다는 핑계, 지금은 별 이상이 없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병을 키운 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말하다 보니 평소 환자들에게 늘어놓는 잔소리 중 단연 으뜸으로 꼽는 얘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게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 환경오염, 만성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점점 건강에 무관심해집니다. 어느 순간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는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일쑤입니다.

치과를 찾는 분들 역시 그렇습니다. 30~40년 이상을 사는 동안 별 이상이 없어 치과 한 번 와본 적 없었는데 갑자기 이가 아파 어쩔 수 없이 찾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고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도 있지요. 이를 빼게 되거나 치료를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병을 키우게 된 원인과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면 그제서야 검진 한 번 받지 못했던 걸 후회하기도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은 본인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눈에 띠는 이상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아 관리를 소흘히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성질환의 경우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더욱 위험하지요.

치과 관련 질환 중에도 이러한 만성질환이 있는데, 보통 풍치나 잇몸병이라고 불리는 치주질환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최근 만성질환 증가율 중 1위를 차지했더군요.

구강에 발생하는 질환은 주로 치아나 뼈 같은 단단한 조직에 생기기 때문에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자각증상으로 인해 질환이 있음을 알게 된 경우라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질환이 진행되어 방치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젊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중장년기에 들어서 갑자기 치과를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구강질환을 처음 인지하게 된 경로의 95% 가량이 자각증상이고, 건강검진에 의한 경우가 치주질환에서는 1.15%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18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이 치주질환 초기상태에 있고, 35세를 넘으면 성인 4명중 3명이 어떠한 형태로든 치주질환에 감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성인의 90% 이상이 치주질환 경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도 있습니다.

이렇게 길고 무서운 병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건강은 있을 때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미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그리고 정기적인 검진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럴 때 종종 도움을 주고 조언해 줄 전문가를 한 명이라도 알고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매일 저녁, 혹은 두세 달에 한 번씩 들르는 단골집이 있듯이 가끔 한번씩 들러서 내게 필요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단골병원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치과에도 일년에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오셔서 검진만 받고 가거나, 별 일 아닌데도 그냥 들렀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사소한 일이나 작은 불편함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잘하셨다고 칭찬해 드립니다. 검진 후 큰 질환이 아니라서 치료를 받지 않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참 가벼워집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의원과 약국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자신과 잘 맞는 곳을 택해 단골을 만들어 보세요. 집이나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 여러 번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면 더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혹은 계기가 없어서 못했다면 한 번 맘 먹고 단골병원을 만들면 두고두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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