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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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 이병기
  • 승인 2010.04.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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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학생인권조례안제정' 운동 활발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학생들은 지난 3월7일 부평역 주변에서
인천지역 학생인권조례안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취재: 이병기 기자

#. 안유석(17, 숭의동)군 친구들은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다. 그러나 유석 친구는 고민 끝에 진학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을까?

"학교에서 행해지는 반인권적인 행위들이 진학을 포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예요.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는 것 같아요. 우리도 인격과 권리가 있는 동등한 사람인데, 때리면서 강제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반인권적인 일이죠. 두발 단속도 그렇구요. 다른 여러가지 면에서도 우리들을 동등한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안유석 친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자세 역시 안타깝다고 말한다.

"다른 아이들을 친구가 아닌 경쟁 상대로만 보게 만드는 것도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유에요. 나보다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괜찮은데, 고만고만한 친구들은 시험에서 이겨야 하니 경쟁상대로만 보였어요. 자연히 사이도 좋지 않아졌구요. 교사와 학생들의 권위적인 위계질서 뿐만 아니라 학생 간 매겨지는 위계질서도 싫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부모님도 안 군의 설득에 동의해 독학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과 남들이 학교 가는 시간에 슈퍼라도 들르게 되면 '학교를 가지 않는 불량학생'으로 보는 아주머니의 시선이 따갑다.

그가 바라는 '청소년 인권'의 실현은 아직 멀기만 하다.

인천의 청소년 인권 활동

지난 달 23일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경기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확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청소년 인권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이번 조례안은 그간 쟁점 사안이었던 '체벌 금지(제7조)', '학생의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선택권 보장(10조)', '두발 길이 규제 금지(제12조)', '휴대폰 소지 자체 금지 제한(제13조)' 등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권리들이 파격적으로 담겨 있다.

또한 학생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학생인권옹호관'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5명 이내로 구성되는 옹호관은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에 대해 직권 조사를 할 수 있으며, 시정 및 조치 권고를 내릴 수 있다.

이외에도 특정 종교 행사 참여나 종교 과목의 수강 강요를 제한하는 '종교의 자유(제16조)'와 학생들이 직접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제19조)',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과 친환경·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 급식을 제공할 것을 권유한 '급식의 대한 권리(제24조)' 등도 규정했다.

조례안은 경기학생인권조례자문위원회(위원장 곽노현)에서 제출했던 '사상의 자유'와 '교내 평화로운 집회 개최' 항목이 포함된 A안 대신 이를 삭제한 B안이 채택됐다.

경기도 육청은 4월12일까지 입법 예고 후 법제 심의를 거쳐 경기도교육위원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에는 일부 교사들과 보수진영에서 반대했던 조항들이 대부분 담겨 있어 도 교육위원회와 도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에서도 청소년 인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ASUNARO) 인천지역 학생들은 지난 달 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부평역 주변에서 인천지역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인권 - 두발과 복장의 자유', '충분히 잘 수 있는 것이 인권 - 강제 0교시와 야자 폐지', '통제받지 않고 소통하는 것이 인권 - 체벌 금지' 등의 주제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성원을 모았다. 아수나로는 첫날 130여명에 이어 현재까지 약 200명에게 서명을 받은 상태다.

28일 서명운동에 참가한 닉네임 비터는 "이번 경기도와 같이 인천에서도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조례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수나로 인천지역 학생들은 인천의 청소년인권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인천지역 학생인권실태 설문조사'와 청소년 인권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 내 고등학생 100~150명과 중학생 50~100명을 목표로 준비되는 설문조사는 △두발·복장규제 △체벌 △강제 야자·보충수업 △휴대폰 소지 △학생회 및 동아리 운영 △차별 등의 주제로 청소년들의 의견을 받는다. 

얼마 전 인천의 모 중학교에서는 학교의 강제 두발단속과 불합리한 벌점제에 반발한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열어 친구들에게 부당함을 알리려 했으나 교사들의 제지로 무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정규 과정에 포함시켜야

그런가 하면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24일 노동부에 따르면 연소근로자 고용 사업장 중 77.3%가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1월4일~2월26일)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일반음식점 등 18세 미만의 연소자를 고용하고 있는 연소자 고용사업장 753곳을 대상으로 노동법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582곳에서 1706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돼 시정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 위반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경우가 371건(21.7%)로 가장 많았으며, △근로계약시 근로조건을 문서로 작성하지 않은 경우 299건(17.5%) △근로자 명부 미 작성 217건(12.7%) △연소자 연령 증명서류, 친권자 또는 후견인 동의서를 비치하지 않은 경우 189건(11.1%) △임금체불 32건(1.9%) △최저 임금 이하의 임금 지급 30건(1.8%) 등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법 위반 사업장은 주유소가 82.3%로 가장 많은 적발률을 보였으며, 그 뒤를 음식점(81.5%)과 제조업(79.6%), 패스트푸드점 및 제과점(72.6%) 순으로 집계됐다.

권영순 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올 여름방학에도 위반사례가 많았던 곳들을 대상으로 집중 지도·점검할 방침이다"라며 "청소년들의 근로 권익에 대해 관심 있는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청소년 리더를 선발하고, 지방 노동관서와 연계해 자기 주도적 홍보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도 지난 달 9일 '노동인권의 최저지대에 놓은 청소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노동부장관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관련 법령 및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8월 현재 10대 청소년 329만여명 중 일하는 청소년은 6.5%인 21만여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하는 청소년 중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청소년은 약 12만명(63.7%)으로 상당수 아이들이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주 48시간 이상 근로는 18.5%로 5명 중 1명은 초과근로한도를 넘어 장시간 일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일하는 청소년들의 취업동기 중 62.3%가 '학비와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해 사회의 양극화 및 빈곤층 확대와 청소년의 노동시장 참가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청소년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과 퇴직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등의 적용은 10% 미만 수준으로 청소년들이 심각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위는 △'연소자 법정근로시간 규정'을 주 5일제 근무를 전제로 개정할 것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꺾기' 근절을 위한 실태파악 및 제도개선 필요 등의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중 '꺾기'는 음식점 등 일부 사업장에서 손님이 적은 시간에 휴식을 지시하고, 그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청소년 근로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직장 내 성희롱 예방조치의 보완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상시 1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대신해 '홍보물 게시 및 배포'로 갈음할 수 있도록 규정된 상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주로 근무하는 사업장 중 상당수가 10인 미만이기 때문에 홍보물에 의한 예방대책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그 이행을 사업주의 책임으로 두고 있어 성희롱에 취약한 여성 청소년의 경우 더욱 특별한 주의와 보호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그 보완적 조치로서 청소년 고용 사업장에 대한 '노동법령자료' 책자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청소년 고용 사업주 대상 노동법령 교육 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일본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의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근로자로서의 권리 의식 함양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과서에 포함된 노동인권 관련 내용은 매우 빈약하다"며 "사회·도덕·기술·가정 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 생산직 근로자 기피 등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을 조장하거나, 노동조합을 폭력적인 계층으로 묘사하고 집회·단체행동 등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적으로 인식케 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노동관계법의 목적 및 취지가 현실에서 재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할고 있어야 한다"며 "청소년의 권리와 의무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규 교과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을 포함시키고, 교육의 내용을 내실 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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